지난해 11월 넷마블 자회사 게임 개발자가 ‘크런치 모드’로 일하다 돌연사한 사건이 과로로 인한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크런치 모드’란 게임·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마감을 앞두고 잠을 자거나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할 정도의 ‘초장시간 근무’를 뜻하는데 이로 인한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사망한 A씨의 유가족이 낸 유족급여 청구를 6월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재해’로 받아들여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A씨가) 20대의 젊은 나이에 건강검진 내역상 특별한 기저질환(만성질환)도 확인할 수 없는 점을 봤을 때 고인의 업무가 사망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따르면 A씨가 발병 전 12주 동안 불규칙한 야간근무와 초과근무를 지속했고 발병 7주 전인 10월 첫째 주 근무시간은 89시간, 발병 4주 전인 10월 넷째 주 근무시간은 78시간에 달했다. A씨는 사망한 일요일 당일에도 가족에게 출근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 ⓒ gettyimagebank
▲ ⓒ gettyimagebank

‘크런치 모드’로 인한 사망을 단순 개인 사고로 치부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A씨는 2013년부터 넷마블에서 사망 직전 3개월과 유사한 과로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다”면서 “현재 노동자 외에 이직했거나 퇴직한 노동자들도 건강 문제를 경험했거나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건강연대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넷마블 전현직 노동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현직 각각 54.3%, 30.5%의 노동자가 30시간 이상 연속 근무한 경험이 있다. 연장노동이나 휴일노동 수당을 받고 있다는 응답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넷마블은 A씨의 사망이 과로와 연관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박준도 무료노동 신고센터 사무국장은 “넷마블은 언론 보도가 나오고 관련 토론회가 열리자 근무환경을 바꾸겠다고는 했지만 ‘과로사’에 대한 책임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근거 없으니 발표할 경우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통보했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해당 조사가 “재직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정확성과 신뢰성이 결여된 결과”라는 입장이다.

산재 인정과 관련 넷마블 홍보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장시간 노동 문제는 오래전부터 인지했고 사고 이후 내부적으로 많이 개선하며 외부 컨설팅도 받고 있다”면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놓기엔 여러 이해관계가 있어 말씀드릴 수 없고 내부적으로는 많이 해결된 상태”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