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갈비 선물을 보낸 63명은 언론사 부장 이상 간부들을 기억하고, 추석 명절 겸 허남식(전 부산시장)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 확산을 위해 선물한 것.” 허남식 전 부산시장의 비선 참모이자 고교 동기인 이아무개씨가 ‘부산언론인 접촉 중간결과 보고서’에 쓴 메모다. 지역 권력과 지역 언론의 유착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유착관계 속에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전남도 공무원들은 전남도청 기자단을 상대로 ‘투쟁’에 나섰다. 이들은 “언론사들이 도민들을 위해 소중하게 쓰여야 할 혈세를 마치 자신들의 쌈짓돈인 양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전남도가 언론홍보 예산을 이전보다 과하게 책정하자 공무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지역 언론의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두 사례에서 보듯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역신문 진흥과 육성을 위한 관련 법들은 정부의 재원 부족을 이유로 사실상 고사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 와중에 일부 지역 언 론은 경영 위기를 타개한다는 이유로 횡령과 배임, 공갈 등을 일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와 지역신문노동조합협의회, 한국지역언론학회, 지역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이 지난달 28일 대전시 충남대에서 공동주최한 ‘지역신문 활성화와 개혁을 위한 특별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정부의 ‘지원 정책’이 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지난달 28일 대전시 충남대에서 열린 ‘지역신문 활성화와 개혁을 위한 특별 토론회’. 사진=지역신문통신노조협의회
▲ 지난달 28일 대전시 충남대에서 열린 ‘지역신문 활성화와 개혁을 위한 특별 토론회’. 사진=지역신문통신노조협의회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한 ‘지역신문발전법의 복원’이 대표적이다. 지역신문발전법은 2004년 여론 다양성 확대와 지역사회 균형발전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정부는 지역신문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지역신문 발전 정책을 이전 정부보다 더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을 일반법으로 돌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해당 법은 6년 시한 법률로 제정됐고 그동안 두 차례 연장됐지만 ‘한시법’ 특성상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이에 토론회 참석자들은 “일반법 시행 전까지는 특별법으로 유지하고 정부 지원금도 애초 법 시행 수준인 300억 원대로 복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상훈 전북대 교수는 “정부 지원이 건강한 매체가 다양하게 생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현재 문화관광부에 집중된 재원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언론을 소비하는 독자 양상이 변화했고 매체 형태도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수용자를 고려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련해서 김재영 충북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연방제에 가까운 지역 분권을 하겠다고 선언했다”며 “지역신문 지원 기조도 판을 바꾸는 방향에서 생각한다면, 지역신문발전위원회를 지역별로 구성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닌 광역 지자체가 운영토록 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호 경북대 교수는 “지원책의 궁극적인 혜택이 누구에게 갈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은 매체나 기자를 위한 지원처럼 읽히지만 결국 나중에 남는 것은 사주라는 것이다. 김세은 강원대 교수는 “콘텐츠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거창한 것 말고 다양한 생활 밀착형 주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지원에 앞서 부실한 언론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서울 지역 신문을 봐도 그렇다. 아무리 어렵다지만 망하는 신문은 없다”며 “하나라도 제대로 망하는 신문이 있어야 좋은 모멘텀을 제시할 수 있다. 언론을 도구화하는 부실 언론을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언론의 바로서기는 곧 지역 민주주의로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1차 발제자로 나선 안차수 경남대 교수는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지역 주민에 의한 풀뿌리 민주주의는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민주주의가 본질적으로 자리잡지 못하는 이유는 지역언론의 기능 약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와 국회가 지방분권형 개헌을 추진하는 현재 상황은 지역 언론에게 기회이지만 또 위기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민진영 경기민언련 사무처장은 “지역에 많은 재원이 투입될 것”이라며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언론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확연히 달라졌다. 지역언론이 정신차리지 못하면 오히려 지금 기회가 독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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