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미국에서 현재 건설중인 4기의 원전 가운데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건설중인 원전 2기가 중단된다는 발표가 나왔다.

현지시각 31일 워싱턴 포스트지 보도에 따르면 산티 쿠퍼(시행사)가 2008년에 시작한 ‘서머 2,3호기’가 최근 공사를 중단했다.

원전 건설을 중단하게 된 사유는 당초 예상됐던 공사비용의 초과와 전력수요 정체, 경쟁적인 에너지원인 가스와 재생에너지 가격의 하락, 시공사 웨스팅하우스사의 파산 보호 신청 등이다.

2008년에 시작된 서머 2, 3호기는 당초 공사비용이었던 51억달러(우리돈 5조7천억원)로 건설비용이 예상됐지만, 공기 중단 등으로 건설비용이 114억달러(12조7천억원)로 상승했다. 현재까지 진행된 공사에 들어간 매몰비용은 44억달러(5조원)에 달하지만 건설 중단을 통해 추가비용 70억달러(7조8천억원)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공사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공사중인 원전. 사진=nirs.org
▲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공사중인 원전. 사진=nirs.org

산티 쿠퍼사는 2021년까지 원전을 완공하더라도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 원전의 가격경쟁력이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선 1979년 쓰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이유로 2015년까지만 총 40기의 원전이 건설 중단됐다.

미국은 원전 설계의 원천기술국이어서 이번 결정의 파장은 더 클 전망이다. 미국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총 99기로 이 중 절반 이상의 원전이 4조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내고 있으며 정부 보조금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

미국에선 원전의 경제성 하락으로 최근 5년 내에 5기의 원전이 수명을 다하기 전에 폐쇄됐고 오는 2026년까지 6개 원전이 문을 닫을 계획이다. 미국 에너지청(EIA)에 의하면 2050년엔 현재의 99기에서 50기로 원전이 줄어들 전망이다.

환경운동연합은 1일 성명을 내고 미국의 원전 공사 중단과 관련해 “외부 지원이 없으면 원전은 더 이상 경제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신고리 5,6호기의 매몰비용이 1조 5천억원인데 계속 건설한다면 7조원 이상이 더 들어가야 한다. 7조원을 에너지효율과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면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서 경제에 도움이 더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원전이 아직 경제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정부차원의 전폭적인 행정지원, 금융지원이 있는 덕분”이라며 “원전산업은 건설이 아니라 폐로 산업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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