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방송에서 여성이 혼자 왁싱(제모)숍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 손님으로 찾아가 왁싱숍 주인을 살해한 사건이 ‘여성혐오 살인사건’으로 공론화되고 있다. 또한 이번 사건의 매개체가 된 1인 인터넷방송이 지속적으로 선정적이고 자극적 방송을 양산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달 5일 배 아무개씨는 서울 강남구의 왁싱숍에 찾아가 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강도살인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됐다. 배씨는 아프리카TV BJ(인터넷방송 진행자)가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로 시청한 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방송은 BJ가 여성이 운영하는 왁싱숍에서 왁싱을 받는 모습을 방송에 내보냈다. 검찰에 따르면 배씨는 왁싱숍 주인을 강간하려다가 실패하자 살인을 저질렀다고 전해졌다.

현재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해당 사건을 ‘여성혐오 살인사건’으로 공론화하고 있다. 오는 6일 낮12시부터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아프리카 TV 여혐살인 공론화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강남역 10번출구는 지난해 5월17일 한 남성이 강남역 인근의 화장실에서 알지 못하는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후 사건 피해자의 추모공간이 됐다.

▲ 아프리카TV 여혐살인 공론화 시위 포스터.
▲ 아프리카TV 여혐살인 공론화 시위 포스터.
사건이 알려지자, 사건의 매개체인 1인 인터넷 방송의 문제점도 다시 지적되고 있다. 해당 방송이 △왁싱숍에서 일하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여성 혼자 일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자극적인 대화를 건네며 △영상 제목 등을 선정적으로 지어 유포한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해당 방송은 올해 3월 아프리카TV로 생방송됐다. 해당 방송의 제목은 ‘브라질리언 왁싱 첫경험 중, 미모의 여자왁서 앞에서 섰다, 개민망’이다. 방송 당시 댓글로 “여성이 남성에게 왁싱을 해주는데 발기가 되지 않느냐”는 식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아프리카TV 여혐살인 공론화 시위’ 측은 해당 BJ의 방송 중 시청자들이 ‘풀발각’, ‘맛사지?’, ‘싼다’ 등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댓글들을 단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한 SNS 사용자는 “성적으로 소비해오던 영상이 범죄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 사진출처: 아프리카TV 여혐살인 공론화 시위
▲ 사진출처: 아프리카TV 여혐살인 공론화 시위
아프리카TV 등 1인 인터넷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별풍선’을 받으면 그만큼 BJ에게 현금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나 설정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아프리카 TV 측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체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아프리카TV 측은 미디어오늘에 “BJ 개인과 왁싱숍 간의, 홍보 목적이 포함된 방송이었고, 타 플랫폼에서 시청한 가해자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유명을 달리한 고인께 깊이 애도를 표하며, 일부 BJ들의 콘텐츠에 대해 아프리카TV의 운영정책과 제재기준을 되돌아볼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프리카TV는 “그동안 매년 분기별로 지역간담회, 정기적 BJ 교육 등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강조해왔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보다 심도깊은 가이드라인 구축과 효율적인 전달방향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아프리카TV는 개인 BJ들이 여성을 성적대상화하거나 상품화하는 방송을 만드는 부분에 대해서도 지속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아프리카TV는 “아프리카TV는 성상품화는 물론, 지역,성별,종교,정치,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방송에 대해 24시간 모니터링을 하며 철저히 주시하고 있다”며 “다소 수위가 높다고 판단되면 즉각 운영자가 개입하고 있으며 또 시청자들로 하여금 BJ들을 성적으로 접근하지 않아야 한다는 안내를 지속적으로, 강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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