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2022년 미국의 원전이 비싸질 것이라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발언과 청와대 자료가 틀렸다고 비판한 서울경제신문 보도와 중앙일보 칼럼이 정반대 해석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서울경제는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지면에 바로잡습니다를 내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선언한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쟁에서 이를 집중 비판해온 언론에서 처음 핵심 사실관계가 틀린 기사가 나오게 됐다.

서울경제는 지난달 31일자 1면 ‘백운규, 美 보고서 자의적 해석···‘탈원전 정책’ 근거로 꿰맞췄다’에서 “미국은 오는 2022년, 영국은 2025년에 원전이 최고 비싼 발전원이 된다고 전망하고 있다”는 백운규 산자부 장관의 발언을 두고 “정말로 5년 뒤 미국에서는 원전으로 생산한 전기가 태양광보다 비싸질까. 30일 서울경제신문이 미국 EIA(에너지정보청)의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는 이와 달랐다”고 썼다.

서울경제는 이 보고서에서 2022년 기준 원전의 균등화발전단가(LCOE)가 1㎿h당 99.1달러로 육상풍력(52.2달러)보다는 89.8%, 태양광(66.8달러)에 비해서는 48.4% 비싸질 것으로 추산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은 발전원 구성이나 세제 혜택 등 지역별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LCOE 지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고 썼다.

문제는 서울경제가 두 번째 근거로 든 ‘균등화회피비용’(LACE)에 있었다. 서울경제는 “회피비용을 감안하면 태양광 발전도 경제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며 “2022년 원전의 균등화 회피비용은 57.3달러로 발전단가(99.1달러) 보다 41.7달러 낮았다. 태양광의 균등화 회피비용도 64.7달러로 균등화 발전단가(66.8달러) 보다 2달러 낮았다”고 보도했다.

서경은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의 말까지 빌어 “미국 EIA 보고서의 핵심은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각 발전원의 원가를 비교하려면 기존 지표인 LCOE(균등화발전단가)를 쓰는 게 아니라 LACE(균등화회피비용) 지표를 써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부실한 근거 위에서 짜여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 정책브리핑에 올라온 청와대 홍보물. 에너지 세대교체
▲ 정책브리핑에 올라온 청와대 홍보물. 에너지 세대교체
▲ 정책브리핑에 올라온 청와대 홍보물. 에너지 세대교체
▲ 정책브리핑에 올라온 청와대 홍보물. 에너지 세대교체
이 얘기는 원전의 균등화 회피 비용이 태양광 보다 낮기 때문에 원전이 더 경제성이 있는데도 보고서의 이런 중요한 내용을 정부가 빼놓고,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의미의 비판이다.

이 같은 내용은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국장급)의 같은 날짜 중앙일보 ‘전영기의 시시각각-청와대 정보 왜곡 사건’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동일한 근거로 사용됐다. 전 국장은 정책브리핑에 실려있는 청와대의 홍보물 ‘에너지 세대교체’에 나와있는 발전원별 균등화발전단가 비교표를 들어 비판했다. 청와대의 이 자료에도 백 장관의 발언의 근거인 미에너지청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했다.

전 국장은 칼럼에서 “의도인지 실수인지 모르겠는데 청와대는 미국의 균등화 발전단가에 두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며 ‘미국 에너지정보청(EIA·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이 만든 127쪽짜리 ‘2017년 에너지 전망(AEO·Annual Energy Outlook 2017)’ 보고서엔…2022년 미국의 발전 회피 비용이 원전 57.3달러, 태양광 64.7달러가 되리라고 전망하는데 이런 내용을 뺐다고 썼다. 전 국장은 “회피단가만 보면 원전이 태양광보다 비용이 싸게 먹히는데 청와대 정보에 이런 내용은 싹 빠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탈원전 홍보물을 제작하면서 원래의 자료를 교묘하게 생략하고 비틀었다는 의심을 받게 됐”다며 “청와대 정보 왜곡 사건의 책임을 누가 질지 궁금하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반대의 해석을 했다고 반박했다. 원전의 균등화 회피비용이 태양광 보다 더 싼 것이 경제적이라는 두 신문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다. 원전의 ‘균등화 회피비용’이라는 것은 원전 대신 다른 설비로 대체할 때 드는 비용을 뜻한다. 쉽게 말해서 발전에 드는 비용보다 다른 시설로 바꾸는 비용(회피비용)이 낮으면 바꾸는 게 이익이고, 그 반대이면 그대로 두는 게 이익이라는 것이다. 원전의 균등화 발전비용(단가) 보다 회피비용이 더 낮으면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 보도가 거꾸로라는 얘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1일자로 해명자료를 내어 “회피비용이 발전비용보다 낮다는 것은 다른 설비로 대체할 때의 비용보다 해당 발전설비의 비용이 더 높기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원전 균등화 회피비용이 균등화 발전비용 보다 낮다면 원전은 경제성이 낮기 때문에 건설하면 안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비판했다.

남경모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진흥과장은 2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서울경제 등이) 우리가 보고서를 해석한 것과 비용 부분에 대해 다르게 해석했다”며 “그래서 해명자료를 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 서울경제  2017년 7월31일자 1면
▲ 서울경제 2017년 7월31일자 1면
▲ 중앙일보  2017년 7월31일자 26면
▲ 중앙일보 2017년 7월31일자 26면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두신문의 주장은) 회피비용이 태양광 쪽이 많다고 해서 오히려 원전이 경제성이 있다고 하는데 아주 잘못된 이야기”라며 “오히려 이 표에 나와 있는 내용을 오해해서 잘못 읽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균등화발전비용은 발전 원가를 계산해서 발전 설비 간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균등화발전비용을 기준으로 각 발전원의 비용을 비교 평가하는 것이 맞다”며 “두 기사에서 거론한 회피비용은 해당 발전시설을 다른 발전시설로 대체할 때 투입돼야하는 최소비용을 말하는 것인데 오히려 회피비용이 발전비용보다 낮다는 것은 다른 발전시설로 대체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원내대표는 “실제로 모 경제지(서울경제)가 인용한 보고서 회피비용과 발전비용을 보면 원전은 더 이상 지을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하다”며 “회피비용과 원래 짓는 비용이 이렇게 차이가 나면 원전을 왜 짓는가. 대체해서 짓는 것이 훨씬 낫다(는 뜻)”고 강조했다.

이어 우 원내대표는 “정확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일부 원자력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만 듣고 청와대 정보왜곡 사건이라느니 미 보고서 자의적 해석이라느니 잘못된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에 대해 제대로 바꿔주십사 하는 당부를 드린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경제는 3일자로 발행되는 신문에 정정보도를 내기로 했다. 서울경제는 2일 저녁 온라인에 올린 ‘바로잡습니다’에서 “본지 7월31일자 1·3면 ‘백운규, 美 보고서 자의적 해석… 탈원전 정책 근거로 꿰맞췄다’ 기사에 나오는 ‘회피비용(avoid cost)을 감안한 균등화 발전단가(LACE)’는 발전원별 발전단가를 비교하는 가격 지표가 아니라 해당 발전소를 다른 발전시설로 대체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추산하는 지표이기에 이를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서울경제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균등화 발전단가보다 이 회피비용이 적은 경우 발전원의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라고 전했다.

기사를 쓴 김상훈 서울경제 기자 2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해석상의 실수가 있었다. 내일자로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실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기사의 오보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김 기자는 “전체 이루고 있는 팩트 중 한 부분에 대해 오류가 있었다는 점은 시인한다”고 답변했다.

미디어오늘은 중앙일보 논설위원실에도 이 같은 질의사항을 전달했으나 전영기 국장이 휴가라며 2일 저녁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 서울경제 홈페이지에 2일 저녁 올라온 바로잡습니다
▲ 서울경제 홈페이지에 2일 저녁 올라온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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