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와병 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진두지휘했던 최지성 전 삼성그룹 부회장(불구속기소)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룹의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라며 이 부회장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최 전 부회장은 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공판 피고인 신문에 임하며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정유라 승마훈련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등 혐의와 관련된 핵심 사안을 보고받거나 지시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최 전 부회장은 특검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금 출연 후 이 부회장에게 보고했느냐”고 묻자 “보고한 적 없다”고 답했다.

▲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최 전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 후) 사후적으로도 보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화거리가 안된다”며 재단 출연 사실을 단 한 번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최 전 부회장은 국민연금관리공단 관계자가 이 부회장의 발언을 정리했다고 밝힌 ‘CEO 면담자료’ 문건에 대해 당시 면담에 함께 했던 자신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이 한 말이라고 주장했다.

CEO 면담자료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플랜비에 대해서 묻는다면 플랜비는 없다고 답하겠다. 이 정도의 대가와 노력을 치르고 또 한번 합병을 추진한다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번에 성사시켜야 한다” 등의 내용이 기재돼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한 말이 아니냐는 특검 측 질문에 최 전 부회장은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면서 “일부는 김종중 사장 얘기도 있을 것 같고 내가 한 얘기 같기도 하고 부회장도 일부 얘기했을 듯하다. 저렇게 물으니 그렇게 답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최 전 부회장은 정유라씨에 대한 ‘1인 승마훈련 지원에 대해서도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이와 관련해 최 전 부회장은 특검 조사에서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지만, 생기면 내가 책임지고 이 부회장이 책임지지 않게 하려고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최 전 부회장은 “그렇게 진술한 것은 맞다”면서 “추후 어떤 문제 생길지 모르고, 구설수 정도 생길 수 있는 문제가 되면 내가 40년 (근무)한 사람이니 내가 책임지고 물러나면 된다는 생각으로 내가 (승마지원을) 결정했다. 유언비어같은 애기를 부회장에게 말했다가 누를 끼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진술했다”고 밝혔다.

최 전 부회장은 “내가 재직하는 동안엔 최종 의사결정은 내 책임 하에서 결정됐다”며 “밖에선 부회장이 후계자고, 좋은 뜻에서 이 부회장이 총수라고 말하는 바람에 그렇게(최종 결정권자라고) 오해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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