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위원장 류석춘)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유한국당 신보수주의’와 서민중심경제 지향 등의 가치를 담은 혁신선언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지난 정권 집권 여당으로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과 이후 대선 패배로까지 이어진 과오를 반성, 극복하는 인적 혁신 내용은 거의 생략되다시피 했다. 애초 기대를 모았던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당원 박근혜씨의 당적 정리에 대한 부분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한국당 혁신위는 이번 혁신선언문에 박근혜씨 탄핵과 관련해선 당의 현주소 진단 부분에 “한국당의 무사안일주의와 정치적 타락은 자유민주 진영의 분열을 초래하면서 총선 공천 실패,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라는 쓰라린 결과로 이어졌다”며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를 직시하고 자기 혁신에 모든 노력을 경주할 때”라고 밝혔을 뿐이다.

▲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혁신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혁신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이옥남 혁신위 대변인은 혁신선언문에 탄핵과 관련한 구체적 평가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선언문에서는 앞으로 한국당이 지향할 가치나 철학을 담는 데 중점을 둔 것이지 탄핵에 관한 기본 가치나 헌법적 절차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탄핵이라는 사건 자체가 보수정당의 위기를 가져온 주요 원인이나 탄핵의 정당성이나 헌법적 결과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혁신위의 인적 혁신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박근혜 당원의 당적 정리와 관련해선 “박근혜 전 대통령 부분은 앞으로 우리가 인적 혁신할 때 박근혜 정부 뿐만 아니라 보수정권 10년간 실패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며 “선언문은 철학과 가치를 담는 것이므로 (박근혜씨 당적 정리 부분은) 구체적으로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혁신위는 선언문에서 박근혜씨를 탄핵으로 이끈 촛불집회와 탄핵 반대 친박집회 등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신보수주의’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의 원리가 ‘대의제 민주주의’를 통해 실현돼야 한다고 믿는다”며 “대의제 민주주의는 광장 민주주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위험을 막고, 다수의 폭정에 따른 개인 자유의 침해를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촛불집회도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태극기·촛불집회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면서도 “위험성이라기보다는 헌법에 나온 대의제 민주주의와는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 논란의 소지가 있어 대의제 민주주의라는 헌법적 자유민주 질서에 충실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또 선언문에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 이래 자유민주 진영이 피와 땀으로 일으켜 세우고 지켜온 나라”라며 “자유한국당 신보수주의’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기초한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이 옳고 정의로운 선택이었다는 ‘긍정적 역사관’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보수 성향의 대표적인 ‘뉴라이트’ 학자로 류석춘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한국당 혁신위가 ‘8·15 건국절’ 논란에 또다시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류 위원장 등 ‘건국절’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을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일이 아닌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정부를 수립한 1948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대변인은 혁신위가 1948년 건국을 강조한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가는 정통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1948년이라고 표현했다”며 “현대사 부분은 보수정당의 위기를 가져온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기에 앞으로 우리가 이런 가치를 더 명확하게 실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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