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공영방송 개혁’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지만 공영방송 경영진과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거세다. 유료방송 노동문제 개선, 시장문제에 따른 사업자 간 갈등해결 등 과제도 산적해 있지만 방통위 권한이 제한적인 데다 결단력이 떨어지는 업무스타일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장 시급한 건 공영방송 정상화다. 이효성 위원장은 1일 취임식에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핵심과제로 내세웠다. 문제는 정부 주도의 언론개혁에 ‘언론장악 프레임’을 통한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노조는 논평을 통해 자유한국당의 청문보고서 채택 거부가 방통위 중심의 전선을 놓는 공격의 시작점이라고 지적했다.
정연우 세명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제도적 틀 안에서 권한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에 공영방송 경영진이나 이사회가 막무가내식으로 버틴다면 방통위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장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교수는 “작은 것이라도 시민사회나 일반 시민들하고 소통하면서 반영하며 시민들이 참여해서 동력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처럼) 검찰 등 국가기구를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문제가 있다”면서 “이사진과 사장을 인정하되 방통위가 공영방송 역할을 제대로 했는가에 대한 평가를 엄중히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사 재허가 심사 및 이사회 및 경영 감독 권한을 이용해 공영방송 이사회, 운영, 사업방향 등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자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효성 위원장이 후보자 시절 추진하겠다고 밝힌 △종편특혜 조사 및 환수 검토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외주제작 시스템 문제 개선 △유료방송 노동자 간접고용 문제 개선 △가계통신비 인하 등 규제 개선 또는 이용자 혜택을 늘리는 과정에서 특정 방송통신사업자의 이익을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업자와의 합의’를 중시했던 3기 방통위 때도 광고 분야 규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져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이 보류되거나 결국 모든 사업자에게 혜택이 가는 규제완화 정책이 남발되기도 했다.
정연우 교수는 “종편 특혜환수의 경우 종합편성채널과 이해관계가 맞는 사람들의 저항이 거셀 것”이라며 “또한 일부 대기업이나 광고주들은 한통속이 돼 언론을 이용해 개혁을 반대할 것이다. 이런 세력들에 대해 ‘협치’를 강요하다보면 개혁이 흐지부지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문재인 정부가 최소한으로 정부조직을 개편했고, 미래부가 기존 역할 그대로”라며 “유료방송 정책과 개인정보와 관련한 권한을 미래부가 갖고 있다. 방통위의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원 정책국장 역시 “현재 방통위 사무처 조직을 보면 과기정통부와의 권한 문제 때문에 직접적으로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통법 외에 거의 없다”면서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유료방송 사업자 등에 대한 규제 권한을 회수했어야 한다. 방통위가 펼칠 수 있는 유료방송, 통신 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더군다나 방통위원 5명 모두 방송 또는 미디어 분야 출신으로 통신 전문성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권순택 언론연대 활동가는 “(위원들) 경력에 통신과 관련된 흔적이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4차산업혁명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에 따른 개인정보 침해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