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부천서비스센터가 안전장비를 지급하라는 노동자의 요구에 업무성과를 조건으로 제시해 논란이 제기됐다. 

7월29일 오후 LG유플러스 부천센터 소속의 한 설치·수리 노동자가 부천시 소사본동 주택가에서 작업 중 안전장비 없이 맨손으로 지붕 난간에 올라가는 과정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희망연대노조에 따르면 해당 노동자는 사고 당시 보일러실 담벼락을 타고 지붕 위로 올라가다가 지붕 난간이 부서지며 넘어졌다. 희망연대노조는 “이 노동자는 가입자분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 LG유플러스 협력업체 노동자와 관리자의 메신저 대화내용.
▲ LG유플러스 협력업체 노동자와 관리자의 메신저 대화내용.

문제는 노동자들이 안전장비 구입을 요구했으나 LG유플러스의 협력업체인 사측 관리자는 “직원 분들이 노력을 해주셔야 3개월 내에 안전장비 구매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는 점이다. 사측 관리자의 이 같은 대화 내용은 메신저 대화 캡쳐를 통해 공개됐다.  희망연대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아침 조회 때 “직원 분들이 노력을 해줘야 안전장비를 지급할 수 있다”며 실적을 강요하기도 했다.

높은 전신주나 옥상에 올라가 작업하는 일이 많은 설치·수리노동자들은 고정이 잘 되는 안테나형 사다리나 미끄러지지 않는 작업화 등 안전장비가 필수다. 하지만 LG유플러스 부천센터는 회사 경영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설치·수리 노동자들에게 안전장비를 주지 않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 같은 안전장비 미지급은 산업안전보건기준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규칙은 ‘사업주는 노동자가 유해·위험 작업으로부터 보호받도록 작업 조건에 맞는 보호구(안전장비)를 작업하는 노동자 수 이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유료방송노동자 작업 모습. 사진=희망연대노조 제공.
▲ 유료방송노동자 작업 모습. 사진=희망연대노조 제공.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은 “직원 분들이 노력하면 장비를 지급하겠다는 것은 성과와 직원들의 안전을 교환하겠다는 것인데 말이 안 된다”면서 “외주화, 간접고용으로 현장은 더욱 위험해지고 있고 방송통신업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를 달라’고 외치고 있다”고 밝혔다.

제유곤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수석 부지부장은 “장비 없는 3개월 동안 현장노동자들은 매일 매순간 목숨을 걸고 일을 해야 한다”며 “하도급구조에서는 개선이 불가능하다. 원청인 LG유플러스가 직고용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료방송업계의 과도한 비용경쟁이 노동에 전가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노동자 직접고용계획을 밝힌 SK브로드밴드와 달리 LG유플러스는 협력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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