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신문 남성숙 대표이사가 지난 6월 출간한 책을 전라남도 공무원에게 강매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출간 당시 정치인 등 각계 500여명을 불러 북콘서트를 열어 지역 사회에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광주매일신문 측은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북콘서트에 참여했고, 책을 널리 홍보했을 뿐 강매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남성숙 대표이사는 지난 6월 전남 지역 인사 150명을 조명한 책 ‘전라도 천년의 얼굴’을 출간했다. 같은 달 20일 광주의 한 호텔에서 해당 책 북콘서트가 크게 열렸다.

이날 행사엔 우기종 전남도 정무부지사,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광주 광산을), 김회재 광주지검장,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마형렬 광주매일신문 회장(남양건설 회장) 등이 참석해 축사를 하는 등 각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했다. 청와대, 국무총리실(전남도지사 출신 이낙연 총리) 등에서 화환이 오기도 했다.

▲ 지난 6월20일 광주의 한 호텔에서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대표이사가 출간한 책 '전라도 천년의 얼굴' 북콘서트가 열렸다.
▲ 지난 6월20일 광주의 한 호텔에서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대표이사가 출간한 책 '전라도 천년의 얼굴' 북콘서트가 열렸다.

남 대표는 지난해 7월 “눈 먼 ‘돈 잔치’ 그만합시다”라는 칼럼을 통해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를 거론하며 “관례적으로 10만 원 가량을 내고 책을 사는 것이 보통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금액을 지출하기도 하지만 누가 얼마의 액수를 냈는지는 공개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출판기념회가 정치 자금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언론사 사장이 정계·학계·법조계 등 지역 유력자들을 불러 출판기념회를 연 것 역시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대목이다.

전남도청에서는 해당 책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도청 관계자에 따르면 전남도청 대변인실에서 해당 책을 홍보했고, 관광 관련 부서에서 100권을 구입했다. 일부 부서에선 공무원들에게 할당하거나, 부서 운영비로 한 권씩 구매해 돌리고 있다는 증언도 있다.

이 책은 시중에서 일반 독자들이 구매할 수 없다. 또 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2009년 남 대표는 ‘호남사람 이야기’라는 책을 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몇 명만 바꿔 지난 6월 ‘전라도 천년의 얼굴’을 펴냈다는 것.

오는 2018년에는 ‘전라도 정도 1000년(전라도로 명명한 지 1000년 되는 해)’을 기념해 각종 사업이 열리는데, 사업비를 노리고 책을 낸 게 아니냐는 게 해당 관계자의 주장이다. 남 대표는 광주 지역 유력 인사로 평가받는다.

▲ 전라도 정도 천 년을 앞두고 역사 속에 빛나는 호남 인물 150명을 연구해 정리한 책 '전라도 천년의 얼굴'
▲ 전라도 정도 천 년을 앞두고 역사 속에 빛나는 호남 인물 150명을 연구해 정리한 책 '전라도 천년의 얼굴'

이에 광주매일신문 기획실 관계자는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책 강매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홍보 차원으로 협조를 요청하긴 하지만 때가 어느 때인데 강매냐”며 “우리에겐 부서 단위로 구매 의뢰가 들어오는데 공무원 개인 별로 배급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신문사에선 홍보만 했을 뿐이라 부서 단위에서 강매가 이뤄졌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2009년 출간된 책과 비슷한 책이 다시 나와 시중에 판매되지 않는 게 ‘전라도 정도 1000년’ 사업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기획실 관계자는 “지역 신문사이다 보니 (여력이 없어) 서점을 통하면 절차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구매 의사가 있는 분들에게 개인적으로 판매를 하는 것”이라며 “전라도라는 큰 틀을 잡고 기획한 책”이라고 말했다.

기획실 관계자는 “책이 한 권에 3만 원인데 정가 그대로만 팔았다”며 “예를 들어 누가 10만원을 내더라도 9만 원만 받고 책 3권을 드렸다”고 설명한 뒤 “협찬 부분으로 더 받진 않았다”고 말했다.

전남도청 대변인 관계자는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변인실에서 책 홍보한 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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