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제작진이 제작 자율성 침해를 폭로하며 제작 중단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시사제작국의 또 다른 프로그램 ‘시사매거진 2580’ 제작에 참여했던 기자들이 PD들의 투쟁을 지원하고 나섰다.

지난 2012년 파업 이후 2580을 거쳐간 기자 32명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PD수첩에서 지난 5년 간 자행된 제작 자율성 침해 사례들은 한국에서 언론 자유가 얼마나 심각하게 파괴됐는지 보여준다”며 “이번 사태의 직접적 책임은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과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에게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하에서 자행된 언론 자유 침해와 언론인 학살, 그리고 이에 부역한 김장겸 등 전·현직 경영진에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영백·조윤미 PD수첩 PD는 1일자 방송을 위해 ‘한상균은 왜 감옥에 있는가’라는 아이템을 다루겠다며 지난달 15일 조 국장에게 기획안을 제출했다. 아이템 불허에 ‘한상균을 향한 두 개의 시선’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제작 허가를 요청했지만 이 역시 묵살됐다. 

사측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명 문제를 PD수첩 소속의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다룬다면 이해 상충에 따라 제척 사유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열악한 노동 현실을 방송으로 조명해보려던 제작진의 의도는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기획안에서부터 막혔다.

특히 조 국장은 “당신들이 당신들의 수장(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감옥에서 꺼내기 위해 아이템을 하는 것은 방송법에 저촉된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PD수첩 제작진은 지난달 21일 오후부터 제작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달 25일자 방송은 ‘100분 토론’으로 대체됐다. 사측에 문제를 제기했던 이영백 PD에는 자택 대기발령 2개월이 통보됐다.  

▲ 지난 3월26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 예고편 갈무리.
▲ 지난 3월26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 예고편 갈무리. 세월호 인양을 다룬 ‘시사매거진 2580’도 부당한 이유로 불방 통보를 받았다가 리포트 검열 등 우여곡절 끝에 방송됐다.
2580 소속이었던 기자 32명은 “2580은 PD수첩과 함께 MBC의 시사고발을 떠받쳐온 프로그램으로 심각한 제작 자율성 침해는 2580도 예외가 아니었다”며 “국정원 대선 개입, 삼성의 위법 행위, 4대강, 세월호, 국정교과서, 위안부 협상, 사드, 노동조합 등 시사의 한 가운데에 있어야 할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 모든 단어들이 지난 5년 간 사실상 금기어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상화한 아이템 검열과 부당한 취재 지시가 횡행했다”며 “이에 저항하거나 비판적인 기자들은 쫓아냈다. 폭력으로 강요된 침묵 속에서 자기 검열이 싹을 텄다. 프로그램은 그렇게 몰락해갔다”고 말했다.

이어 “김현종, 김철진, 이현숙, 심원택, 송재우, 정연국, 박용찬, 조창호. 이들이 지난 5년 간 시사제작국장을 거쳐 갔다”며 “이들은 극도로 편향된 이념으로 기자와 PD들에 대한 폭력적 검열 행위를 했거나, 또는 무능력과 침묵으로 프로그램 파괴에 협력했다. 특히 정연국은 시사제작국장과 ‘100분 토론’ 진행자를 겸하던 도중 박근혜 청와대의 대변인으로 불려가는 치욕적 처신으로 MBC의 공정성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근본적으로 이는 시사매거진2580과 PD수첩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며 “공영방송 MBC 전체가 국민의 신뢰를 잃고 몰락했다. 그 궁극적 책임자들은 MBC를 극소수 권력자에게 갖다 바친 김장겸, 안광한, 김재철 등 전·현직 경영진”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5년 동안 2580 제작 자율성 침해 사례 조사 및 발표 △PD수첩 PD들의 제작 중단 투쟁과 2580 소속 기자들의 투쟁 적극 지지 및 동참 △김 본부장, 조 국장을 포함해 김장겸 MBC 사장 퇴진 행동에 적극 참여 등을 결의했다. 아래는 기자 32명의 성명 전문. 

<시사매거진 2580> 몰락 5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

우리는 제작 중단 11일째를 맞은 <PD수첩> PD들의 투쟁을 전폭 지지한다. 대한민국 대표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PD수첩>에서 지난 5년 간 자행된 제작 자율성 침해 사례들은 한국에서 언론자유가 얼마나 심각하게 파괴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 책임은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과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에게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하에서 자행된 언론 자유 침해와 언론인 학살, 그리고 이에 부역한 김장겸 등 전·현직 경영진에 있음이 분명하다.

<시사매거진 2580>은 <PD수첩>과 함께 MBC의 시사고발을 떠받쳐온 프로그램이다. 심각한 제작 자율성 침해는 <2580>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삼성의 위법 행위, 4대강, 세월호, 국정교과서, 위안부 협상, 사드, 노동조합. 시사의 한 가운데에 있어야 할 시사프로그램에서 이 모든 단어들이 지난 5년 간 사실상 금기어였다. 일상화된 아이템 검열과 부당한 취재 지시가 횡행했다. 이에 저항하거나 비판적인 기자들은 쫓아냈다. 폭력으로 강요된 침묵 속에서 자기 검열이 싹을 텄다. 프로그램은 그렇게 몰락해갔다.

김현종, 김철진, 이현숙, 심원택, 송재우, 정연국, 박용찬, 조창호. 이들이 지난 5년 간 시사제작국장을 거쳐 갔다. 이들은 극도로 편향된 이념으로 기자와 PD들에 대한 폭력적 검열 행위를 했거나, 또는 무능력과 침묵으로 프로그램 파괴에 협력했다. 특히 정연국은 시사제작국장과 <100분 토론> 진행자를 겸하던 도중 박근혜 청와대의 대변인으로 불려가는 치욕적 처신으로 MBC의 공정성을 파괴했다. 근본적으로 이는 <시사매거진2580>과 <PD수첩>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공영방송 MBC 전체가 국민의 신뢰를 잃고 몰락했다. 그 궁극적 책임자들은 MBC를 극소수 권력자에게 갖다 바친 김장겸, 안광한, 김재철 등 전·현직 경영진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지난 5년 간 <시사매거진 2580>에서 벌어진 제작 자율성 침해와 검열 사례의 진상을 낱낱이 조사, 발표하고 끝까지 책임을 묻는다.

1. <PD수첩> PD들의 제작 중단 투쟁, 현 <2580> 소속 기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동참한다.

1. 김도인 편제본부장,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은 물론, 이 사태의 책임자인 김장겸 사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행동에 적극 동참한다.

2017년 7월 31일

170일 파업 이후 5년 간 <시사매거진 2580>을 거쳐간 기자 일동

강나림 고현승 고현준 구본원 권희진 김병헌 김연국 김종경 김지경 김해동 김현경 김혜성 김효엽 김희웅 민병호 박광운 박주일 서두범 송양환 염규현 왕종명 이세훈 이정은 이태원 이필희 이호찬 임소정 장인수 정시내 최장원 최 훈 허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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