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했지만 1일자 아침신문에는 이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경북 성주에 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사드 배치 검토를 위한 것이 아니라 최적지를 찾기 위한 절차라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본 뒤 사드 배치여부를 결정하겠다던 정부의 기존 입장과 달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다음은 1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북 미사일 도발, 고뇌에 빠진 군 수뇌”
국민일보 “美전략자산 한반도 정례배치 추진”
동아일보 “北SLBM 도발 대비 핵잠수함 도입 검토”
서울신문 “‘위안부 합의’ 19개월 만에 검증”
세계일보 “韓·美·日 대북공조 전선 흔들리나”
조선일보 “美 ‘김정은 정권 교체’ 향해 움직인다”
중앙일보 “북 ICBM에 놀란 미 중국 직거래론 대두”
한겨레 “위안부 피해 ‘12·28합의’ 전면 재검토”
한국일보 “美, 김정은 정권교체론 다시 수면 위로”

사드 강행하는 정치권

여야는 3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정부 대응을 두고 입장차를 보이면서도 사드 배치에 대해 찬성하는 모양새였다. 여당은 사드 임시배치가 적절하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정책이 오락가락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 1일자 국민일보 만평
▲ 1일자 국민일보 만평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은 “주적이 미사일로 위협하는데 한가하게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은 적법절차에 어긋난다”며 전면배치를 주장했고,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목적이 정당하다고 절차를 무시할 수 없다”며 “오락가락이라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했다. 속도차일 뿐이지 북한의 사실상 대미용 무기를 빌미로 사드배치를 강행하자는 입장이다.

미국 탓, 중국 탓

신문들은 미국을 탓하거나 또는 중국 탓을 했다. 경향신문 사설 “미·중, 북한 미사일 책임 전가 그만하고 협력하라”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과 중국에 태도가 실망스럽다”며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은 반발하면서 양국 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중국에 기대 압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한 뒤 “한국의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방침에 과잉 대응하거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투복 차림으로 중국인민군 열병식에 참석한 것도 북핵 해결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는 지운 채, 대중국 무기로 분류되는 사드에 대해 중국이 반발하는 것조차 비판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문제해결 주체에서 배제한 채 사설을 마무리했다. 경향신문은 “미국과 중국이 머리를 맞대고 북핵·미사일 문제에 관한 공동의 해법을 찾아나서기 바란다”고 했다.

▲ 1일자 동아일보 1면
▲ 1일자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는 중국의 중재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부각했다. 4면 “최선책인 ‘中의 중재’ 기대 어려워…한국 핵무장론 뜰수도”에서 “미중대결의 격화로 한국의 운신의 폭도 날로 좁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5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분석했다.

먼저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하는 방안에 대해 “실현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무엇보다 한국 정부가 동의할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이는 북한이 핵 탑재 ICBM을 실전배치할 경우 미국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고 보고 예방적 선제타격해 핵마사일 능력을 제거하는 것이다.

대북 원유공급을 차단하는 등 국제사회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은 중국과 러시아가 협조할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동아일보는 이 방안에 대해 “유엔 제재결의안은 국제사회가 현 상황에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봤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가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원유 차단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 또는 한국의 독자 핵개발에 대해서는 “비핵화에 역행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다량 전력화할 경우 남북 군사력 균형이 깨질 수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핵옵션이 거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비핵화 목표에 어긋나 국제적 파장이 예상돼 현실적 한계가 크다.

북미가 양자대화를 통해 핵동결에 합의하는 시나리오에 대해선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미봉책이며 한국이 방관자로 전락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동아일보는 “물론 대화 분위기가 조성돼도 양측 견해차가 커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중재해 북한이 다자대화에 복귀하는 안이다. 동아일보는 “한국으로선 최선의 방안”이라고 봤지만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여겼다.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자산인 북한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북 강경책 주문하는 언론

한국 정부에 대북 강경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힘을 받았다. 동아일보는 사설 “‘안보 大전환’ 용기 보여야 중국도 바뀐다”에서 “‘제재와 대화의 병행’이라는 새 정부의 대북 정책도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아선 안 되겠지만 잇단 남북대화 제의 같은 유화 제스처가 북한의 거듭된 오판을 부추기는 식이 돼선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무모한 도발에는 대화가 아닌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으로 가차 없이 대응해야 한다”며 “고치는 것도 용기”이며 “그런 단호함이 중국의 태도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대화를 접자는 얘기도 있다. 세계일보는 사설 “이젠 대북 대화 접고 한미일 공조 강화 나설 때”에서 “미국이 대화가 끝났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우리만 북한의 전화를 기다린다면 한미 대북 공조가 원활히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북 대화를 천명한 ‘베를린 구상’도 이젠 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동맹 강화? 이상기류?

경향신문은 사드 배치가 “북한 미사일 방어는 아니지만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선택”이라는 점을 짚었다. 이 신문은 “미·중 사이에서 배치도, 철회도 아닌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해오다 북한의 ICBM 개발이 목전에 다가오자 ‘전략적 모호성’을 벗어던지고 미국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사드는 그동안 문 대통령이 내세웠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카드’로서의 의미를 잃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핵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기대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철회가 불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중국을 움직이는 지렛대가 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사드 임시배치는 한미동맹 강화를 의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쪽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공조에 신경쓰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보도도 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마친 뒤 미일 정상과 전화통화를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며 “미일 정상이 어제 북한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통화를 하고 공동대응 바임을 확인한 것에 비추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뒤 “북한 도발은 우리가 더 위기감을 가져야 할 사안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역시 “文 대통령 휴가 끝나고 한다는 한미 정상 통화”라는 사설에서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통화한다고 했다”며 “나중에 그 ‘조만간’이 문 대통령 휴가가 끝난 후라는 설명이 뒤따랐다”고 설명한 뒤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이 휴가지에 있어도 통신 장비는 구비돼 있을 것”이라며 “지금 한미 정상 간에 대책을 논의하는 것보다 더 긴급한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이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거나, 한미 정상 간에 이상 기류가 있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1일자 경향신문 4면
▲ 1일자 경향신문 4면

성주 주민들 “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

경북 김천·성주 주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을 드러냈다. 사드배치 반대단체 회원 30여명은 31일 낮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 배치 재검토와 공론화부터 진행하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문 대통령은 그토록 강조했던 사드배치의 절차적·민주적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했다”며 “주민들은 발사대 추가 배치 사실을 텔레비전 뉴스로 알았는데, 사드 배치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던 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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