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개점휴업 상태였던 방송통신위원회가 다시 출범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오후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여름휴가지에서 전자결재로 원격임명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효성 위원장은 방송의 공공성·공정성·독립성·다양성에 기반한 방송개혁을 주도한 대표적 언론 학자”라며 “언론 방송계 원로로서 전문성과 여러 이해관계를 원만히 조정하고 해결할 역량을 갖췄다는 판단 하에 임명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와 함께 표철수 전 안철수캠프 공보단장, 허욱 전 CBSi 사장을 각각 국민의당, 더불어민주당 추천 방통위원으로 임명했다. 국회 추천 두 위원은 국회에서 의결하고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임명된다.

야당은 청문보고서 채택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임명을 결정한 데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의혹 등에 집중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며 청문 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바 있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사진=이치열 기자.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사진=이치열 기자.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내고 “불통인사의 화룡점정”이라며 “우리당 소속 미방위원들은 이 위원장 임명을 강행할 경우 특권·반칙·불공정의 문재인 정부 적폐 1호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이 후보자는 과거 문 대통령 지지선언에 이름을 올리는 등  전형적인 코드인사”라고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당 간사인 김경진 의원은 “운이 좋아 15억 원에 이르는 부동산 차익을 얻었다는 변명이나 자녀의 이중국적을 전혀 몰랐다는 변명은 황당함을 넘어 장관의 자질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갖게 만든다”면서 “즉각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된 건 개포동 아파트 투기 의혹인데, 당사자가 의혹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결격사유로 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입장에선 4번째 장관급 인사 임명 강행에 정치적인 부담은 있지만 방통위원장 후보를 찾기 쉽지 않은 데다 현 정부의 언론개혁을 ‘방송장악’으로 규정하는 자유한국당은 다른 후보자에 대해서도 반대를 하고 나설 가능성도 높았다.

이날 임명으로 8월 초부터 4기 방통위가 출범하게 된다. 4기 방통위는 문재인 정부 추천 2인, 더불어민주당 추천 1인, 국민의당 추천 1인, 자유한국당 추천 1인으로 구성된다. 정부여당이 과반의석을 갖고 있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주요 언론개혁 과제에 국민의당이 공조하고 있는 만큼 언론개혁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 말로 예정된 지상파3사 재허가 및 MBN 재승인 심사가 이전보다 까다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해직언론인 복직, 지배구조 개선, 정부 심의권한 축소 등도 추진될 전망이다.

한편 이 후보자가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과 이에 따른 ‘종편 광고규제완화’를 시사했다는 점에서 시청권 침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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