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상반기 광고홍보비를 조선일보와 경제지 등 연일 탈원전‧탈핵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주요 주류매체에 집중적으로 집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자력 발전소 찬성여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언론과 한수원 등이 한수원의 광고홍보비를 매개로 얽혀있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광고효과와 언론진흥재단의 정해진 기준에 따라 광고비와 게재 횟수를 책정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가 한수원의 광고홍보현황 관련 정보공개 청구 결과 확보한 내역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올 6월 현재까지 50억여 원을 광고홍보비(방송광고, 옥외광고, 언론홍보, 홍보자료 제작, SNS‧영상무제작)로 사용했다. 지난해(2016년) 한 해의 경우 모두 75억여 원을 사용했다. 이와 비교해볼 때, 올해 상반기에만 작년 1년치의 67%에 해당하는 광고홍보비를 집중해서 사용한 것이다.

광고홍보비 가운데 방송광고비는 방송사에 집행하는 광고비용이며, 언론홍보비는 신문매체에 집행하는 광고비용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방송광고는 36억8000여 만 원(2016년 한해의 83%), 언론홍보는 7억9500여만 원(2016년 한해의 94%)을 집행했다.

신문광고비(언론홍보비)의 경우 지난해 모두 276회인데 비해 올해 6월까지는 190회였고, 2016년도에는 몇몇 대학의 학보, 학회지 등에도 광고를 실었다. 각 언론사별 광고홍보비 단가 분석결과, 건당 1000만원 이상의 언론사는 주로 조중동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통신사와 경제지가 간간이 보인다고 녹색당 탈핵특위는 전했다.

방송사를 제외하고, 언론사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까지 광고홍보수주현황(상위 10곳)을 보면 조선일보가 7536만 원(디지털조선일보, 스포츠조선, 월간조선 등 포함)으로 한수원으로부터 가장 많은 광고비를 받았다고 특위는 밝혔다. 이어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각각 3808만4000원, 3468만 원의 광고비를 받았다. 이들은 조선일보의 절반 수준이다. 횟수도 조선일보 10회, 중앙일보 6회, 동아일보 5회였다.

▲ 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가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지난해와 올해 6월까지의 언론홍보비(신문광고비) 내역 분석 자료. 표=녹색당 특위제공
▲ 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가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지난해와 올해 6월까지의 언론홍보비(신문광고비) 내역 분석 자료. 표=녹색당 특위제공
다음으로 한국경제는 3회에 3350만 원, 매일경제(매경이코노미/럭스맨 포함)는 6회에 3155만 원이었다. 이밖에도 에너지경제 5회에 2370만 원, 서울경제(서울경제파퓰러 포함) 4회에 2561만5000원 등 경제지들의 광고집행 액수도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한수원이 지난해 신문사‧통신사에 집행한 언론홍보비(신문광고비)에 비해 올 상반기 언론홍보비는 94%에 달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1년의 절반 반에 작년 1년치 집행액의 거의 전부를 쓴 것이다.

특히 지난해 1년간 집행한 내역보다 올 상반기에만 더 많이 집행한 신문사도 여럿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오늘이 이날 오후 녹색당 탈핵특위로부터 추가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조선일보의 경우 지난해 한 해만 5552만 원에서 올 상반기 7536만원으로 되레 늘었고, 한국경제의 경우 지난해 925만 원에서 3350만 원으로, 매일경제의 경우 925만3000원에서 3155만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서울경제 역시 1472만 원에서 2561만5000원으로, 에너지경제는 570만 원에서 2370만 원으로, 헤럴드경제도 1425만2000원에서 2000만 원으로 증가했다. 파이낸셜뉴스도 1070만 원에서 1120만 원으로 늘어났다. 이밖에 세계일보(708만 원→2489만 원), 한국일보(1134만 원→2268만 원), 서울신문(756만 원→2268만 원), 문화일보(756만 원→2268만 원), 내일신문(1067만 원→2268만 원)으로 늘었다.

이에 반해 탈핵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한겨레(한겨레21 포함)와 경향(스포츠경향 포함)은 지난해에 비해 올 상반기 한수원 광고비가 오르지 않았다고 녹색당 특위 자료에 나와있다. 한겨레의 경우 한수원 광고비가 지난해 2346만8000원인데 비해 올 상반기 2090만 원이었고, 경향은 지난해 1834만 원인데 비해 올 상반기 1125만 원이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이 공론화 기간 동안 신규광고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 역시 이미 상반기에 많은 예산을 들여 광고비 집행을 한 상태에서 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한수원 노조가 지난 13일 신고리 5,6호기 공사 임시 중단 이사회 저지를 위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수원 노조가 지난 13일 신고리 5,6호기 공사 임시 중단 이사회 저지를 위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언주 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 위원은 3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미 앞당겨서 (지난해에 비해) 많이 사용한 후 앞으로 공론화기간(3개월) 동안 안한다는 것이 엄청난 결정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신뢰성이 잘 안간다”고 말했다.

녹색당은 이날 발표한 논평과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사 운영의 상당 부분이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기사의 논조나 지면배치에 영향을 미치는 언론생태계의 문제 또한 분명 있을 것”이라며 “핵발전이익공동체의 한 축에는 언론이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당은 “2011년 후쿠시마핵발전소사고와 작년 발생한 경주지진 이후로 핵발전과 관련해서 이렇게 이목이 집중되었던 적이 없었다”며 “공론화 기간동안 언론의 주목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재, 몇몇 언론사(조중동-괄호 기자)에서 ‘비용’의 문제와 ‘전문가주의’ 프레임으로 신고리 5, 6 공사 중단을 문제 삼고 나섰다. 특히 조선일보는 찬핵인사들의 칼럼과 그들의 주장이 담긴 인터뷰, 기사들을 수십 건씩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녹색당은 “조중동을 비롯해 핵발전이익집단의 나팔수가 된 언론에 대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달려있는 핵발전 정책에 대해 최소한 언론인으로서의 자존감과 공정성을 지킬 것을 경고한다”며 “당신들은 지금 가장 위험하고 사악한 뒷거래를 하고 있다. 언론으로서의 사명보다 기업으로서의 이윤에 몰두하는 당신들은 탈핵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언주 위원은 이 같은 광고집행을 두고 “신고리 5,6호기 문제(와 같이 상반기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위해 여론을 만들고자 한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지난해 1년간 신문광고비와 올 상반기 신문광고비를 비교해볼 때 상반기에 더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조중동 등 주류 매체의 광고효과와 단가 등을 고려한 광고비 배분이라며 탈원전 때문에 더 많이 배분했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한수원 홍보실 관계자는 31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올 상반기에만 조중동에 이런 비율로 간 것은 아니다”라며 “광고효과와 부수에 따라 광고금액 차이가 나고, 언론진흥재단에 신문사 별 광고단가가 다 있다. 이를 감안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몇 회 씩 하는 것은 이런 광고효과와 형평성을 고려해 집행한 것이지 마치 올해만 탈원전 때문에 조중동 한경 매경 순서로 많이 했다고 한 부분은 잘못된 부분이 있다”며 “탈원전 정책 관련 해 많이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광고집행 문제를 접근하는 것이지, 보수지에게 무리하게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기업 생리상 절차와 원칙 테두리 안에서 하는 것으로, 언론진흥재단을 통해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이들 매체에 대한 광고 횟수도 더 많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ABC공사 구독부수를 보면, 더블 차이가 난다”며 “그런 의미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언론사의 요청에 의해 광고를 하는 것이지 우리가 광고를 하자고 해서 하는 것 아니다”라며 “언론사에서 많은 제안이 오면, 형평성 등을 감안해 집행한다”고 덧붙였다.

▲ 한수원의 2016~2017년 6월 광고홍보비 현황. 표=녹색당 탈핵특위
▲ 한수원의 2016~2017년 6월 광고홍보비 현황. 표=녹색당 탈핵특위
▲ 한수원이 제작한 원전 홍보 동영상. 사진=한수원 블로그 영상 갈무리
▲ 한수원이 제작한 원전 홍보 동영상. 사진=한수원 블로그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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