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8일 밤, 최대 정점 고도 3724.9km, 비행거리 998km로 지난 4일 발사 때보다 더 진전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을 다시 쏘아올렸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구상도 일정한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음은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미사일에 제동걸린 '베를린 구상'>
국민일보 <"사드배치, 북 독자 제재" 운전대 트는 문 대통령>
동아일보 <북 타격할 탄두, 무게 제한 철폐 추진>
서울신문 <ICBM으로 답한 북, 정부 '전방위 제재'>
세계일보 <레드라인 밟은 북, 강경하진 남 한반도 '위기의 8월'>
조선일보 <뉴욕까지 사정권 '북핵 개임' 바뀌었다>
중앙일보 <김정은 폭주에 브레이크 걸린 베를린 구상>
한겨레 <북 미사일에 '베를린 구상' 타격, 한반도 '강 대 강' 격랑>
한국일보 <허 찌른 북 "언제 어디서든 미 쏜다">

▲ 한국일보 1면 기사
▲ 한국일보 1면 기사
왜 하필 밤에? 왜 하필 자강도였을까 ? 

지난 28일 밤 11시41분 자강도,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았다. 북한은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화성-14형은 최대고도 3724.9.km까지 상승하며 거리 998km를 47분12초간 비행해 공해상의 설정된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주장했다

주목할 것은 시간과 장소 두 가지다. 북한은 지금까지 대부분 미사일 시험발사를 주간에 실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는 감시를 피하면서 기습발사 능력을 제고하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노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동아일보는 "미국인들의 충격을 극대화 하는 차원"이라고 평가했다.

자강도라는 지역 역시 북한의 의도가 녹아 있다. 북한은 지난 4일 화성-14형을 처음 쏠 때 평북 구성 발사장을 이용한 것과 달리 북중 접경 지역인 자강도로 장소를 옮겼다.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ICBM을 언제 어떤 장소에서도 자유자재로 쏠 수 있다는 점을 대내 외에 알린 셈이다.  

▲ 한겨레 1면 기사
▲ 한겨레 1면 기사
문재인 정부, 베를린 구상 위협받는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바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이 지난 5월부터 지속적으로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는 동안에도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 재개 노력을 중단하지 않았다. 베를린 구상도 이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이번 발사로 청와대는 화해 기조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고도화하고 국제사회 분위기도 강경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정보는 사드 발사대 4기를 경북 성주에 임시 배치할 것을 지시했다. 

또 문 대통령은 29일 새벽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열어 맞불 사격훈련, 독자적 대북 제재 검토,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 개시를 지시했다. 서울신문은 "단기간에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꺼내든 셈"이라며 "기존의 대북 전근법과는 확연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 경향신문 4면 기사
▲ 경향신문 4면 기사
경향·한겨레, 사드 실효성의 의문 제기

이 같은 정부 대응에 대한 신문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북한에 대한 응징 차원의 대응이 어느 정도 필요하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게 한 축이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강경 일변도 방식으로 미사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썼다.

이어 경향신문은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원칙을 지키라고 주문했다. 사드 발사대의 추가 배치는 사드 부치 일반 환경영향평가 방침과 모순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해서 사드의 군사적 실효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한겨레도 이날 사설에서 "강경책에 치우친 군사 대응은 한반도에 짙은 먹구름을 부르며 위기를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강 대 강 대결로 치닫게 되면 우발적, 국지적 충돌이 한순간에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동아일보 사설
▲ 동아일보 사설
'공포의 균형' 주문하는 조선일보 

반면 동아일보는 사드배치에 대해 "뒤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북한이 미사일 성능을 향상시킬수록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요격시스템의 강화"라며 "이제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모순적 제스처 대신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공포의 균형'을 주문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김정은이 섣불리 행동하면 자동적으로 파멸한다는 사실이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자명해져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미국의 핵우산은 공포의 균형에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역시  "문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이번 도발은 동북아 안보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게임체인저'의 성격이 짙다"며 "이제는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오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펴는 수밖에 없다. 북을 핵 야망 미옹에서 깨어나게 하는 것은 그 길 뿐"이라고 강조했다. 

▲ 한겨레 4면 기사
▲ 한겨레 4면 기사
트럼프 "말만 하는 중국 용인치 않을 것"

미국은 단단히 뿔이 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중국은 북한과 관련해 우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말만한다"며 "미국의 어리석은 과거 지도자들은 (중국이) 무역으로 한해에 수천억달러를 벌어들이도록 허용했다"고 중국을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에도 성명을 내 "한달도 안 돼 실시한 두번째 ICBM 발사 시험은 북한 정권의 무모하고 위험한 가장 최근이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자신의 명의로 된 서명까지 냈다는 것은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본토가 공격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이상 직접 문제를 풀 수밖에 없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일단 중국을 최대한 압박해 북한을 움직이게 만드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고 그 사이에 '참수 작전' 등 북한 정권 붕괴 구상과 대북 무력 공격을 염두에 두고 관련된 준비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조선일보 30면 기사
▲ 조선일보 30면 기사
문재인 대통령, 첫 여름휴가 

문 대통령이 30일 취임 뒤 첫 여름휴가를 떠났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취소될 뻔 했으나 문 대통령이 그동안 국민들에게 '쉼표 있는 삶'을 공약하고 독려한 점 등을 고려해 애초 출발보다 하루 늦췄을 뿐 휴가는 그대로 감행하기로 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 알펜시아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31일 경남 진해 해군기지 안 대통령 별장에서 남은 휴가 기간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긴급한 상황을 신속히 보고받고 화상회의 등으로 군통수권자로서의 지휘권을 행사하는 데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김정은 보란듯, 휴가떠난 문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 직후 휴가를 떠난다는 것 자체를 놓고 설왕설래가 많다"며 "북한에 주는 무언의 메시지라는 긍정적 해석도 있다. 차분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만물상' 코너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 5월에도 북한이 미사일을 쐈지만 휴가를 취소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휴가지에 있어도 문제없이 굴러가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그런데 새 정부가 진짜 대비 시스템을 갖추고 이러는건지, 그냥 선진국 대통령 흉내나 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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