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관련 판결은 언론분쟁의 양상과 추이를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로서 언론계에 유용하다. 미디어오늘이 최근 언론중재위원회가 발간한 <2016년도 언론관련판결 분석보고서>에 언급된 29건의 사례 가운데 7건을 추렸다. 언론중재위원회는 2016년 한 해 동안 언론사 또는 언론인을 상대로 제기된 민사소송 판결 210건을 수집, 분석한 바 있다. (편집자 주)

1. 기자는 트위터를 조심하는 게 좋다
-YG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월드

▲ MBC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039;빅뱅&#039; 승리의 모습.
▲ MBC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빅뱅' 승리의 모습.
스포츠월드는 2014년 9월14일과 9월19일 <잘나가던 YG, 승리 폭주에 브레이크>, <승리 사고로 더 유명해진 ‘노나곤’,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란 제목으로 YG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의 자동차 추돌 사고를 보도하며 음주운전 의혹을 제기했다. 기사를 쓴 스포츠월드 김아무개 기자는 사고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목격자 진술을 인용, 해당 연예인의 음주사실을 단정적으로 게재했다. 이에 YG는 정정보도와 함께 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목격자 1인의 진술만으로 사실관계 확인을 마쳤다고 볼 수 없고,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스포츠월드 김 기자의 면책 항변을 배척하고 YG에게 7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자 신분으로 사실관계를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함에도 (승리가 있었던 행사의) 참석자 1인의 말만 듣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고, 다른 참석자들로부터 아무런 확인도 거치지 않았다. 기자가 경찰서에 확인만 해보았어도 음주 감지가 되지 않아 음주측정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기자는 아무런 사실 확인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양쪽은 항소했다. 그러나 올해 초 YG가 갑자기 소를 취하하며 이 사건은 종결됐다.

2. 의견표명에 해당하는 보도비평은 정정보도 대상이 아니다
- MBC와 미디어스

▲ 2015년 1월6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2015년 1월6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미디어스는 2015년 1월6일자 MBC 뉴스데스크 <단원고 2학년 대입특례…세월호 배·보상 특별법 최종합의> 리포트를 두고 1월7일 비평기사를 썼다. 미디어스는 “유가족들은 ‘단원고 특례입학’을 주장해 오지 않았다”고 전하며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데에는 가장 소홀했던 MBC는 피해구제 특별법에서 ‘단원고 특례입학’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봤다”고 지적했다. MBC는 미디어스가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며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법원은 “비판적 의견표명은 정정보도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MBC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미디어스) 기사는 세월호 사건이란 공적 관심사에 대한 MBC의 보도내용과 행태를 비판하는 것으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며, 그 목적이 공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며, MBC는 지상파 방송사로서 스스로 이 사건 기사를 반박할 수 있으며 주요 방송사로서 국가·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큰 공적 존재로 비판의 수인 범위 역시 넓은 점을 고려하면 이 기사가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3. 반론보도를 ‘오보 인정’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 CBS노컷뉴스와 뉴스천지

▲ 노컷뉴스의 신천지 관련 반론보도문.
▲ 노컷뉴스의 신천지 관련 반론보도문.
2015년 10월22일 CBS노컷뉴스는 <신천지 ‘자식도 빼앗아가고 폭행까지’…경찰 수사> 기사에서 신천지 신도들이 교단에 시위하던 김씨에게 욕설하고 집단 폭행한 뒤 카메라까지 가져가 영상을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뉴스천지’는 <신천지가 집단폭행? 노컷뉴스의 도 넘은 편파보도>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신천지는 노컷뉴스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고 양측은 반론보도 게재에 합의했다. 노컷뉴스는 그해 11월18일 “신천지예수교회는 사건 당시 신도들은 김씨에게 폭력을 휘두른 바 없고, 김씨 카메라를 교단 소유로 오인해 잠깐 보관했을 뿐 영상을 삭제한 사실은 없다”는 내용이 담긴 반론보도문을 냈다.

그런데 ‘뉴스천지’는 11월17일 <CBS노컷뉴스, 신천지 폭행 기사 반론보도 합의…사실상 오보 인정>이란 제목으로 위 조정사실을 보도했다. 그러자 이번엔 노컷뉴스가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말 그대로 반론을 담는 반론보도와 오보를 인정하는 정정보도의 차이가 명확한 상황에서 정정보도로 오인하게 할 내용을 게재한 점을 인정해 뉴스천지에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1000만원 지급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2심 진행 중이다.

4. 허위방송을 마케팅에 활용한 ‘참이슬’의 최후
-롯데칠성과 한국소비자TV·하이트진로

▲ 참이슬(왼쪽)과 처음처럼(오른쪽).
▲ 참이슬(왼쪽)과 처음처럼(오른쪽).
한국소비자TV는 2012년 3월5일 자사 사이트 및 스카이라이프채널 130번에서 <정직한 목격자 시선>이란 프로그램에서 롯데칠성 소주 ‘처음처럼’에 사용되는 알칼리 환원수가 인체에 해롭고 해당 주류 제조면허도 불법 취득했다고 방송했다. 이후 소주 ‘참이슬’을 판매하는 경쟁사 하이트진로가 이 방송을 3분으로 축약한 동영상을 만들고 관련한 전단지·현수막을 제작해 조직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했다. 이에 롯데칠성은 명예·신용 훼손, 영업방해 등으로 양사에 13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롯데칠성은 소비자TV가 허위 제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방송을 내보냈고, 진로는 방송 내용이 허위라는 걸 알고도 마케팅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한국소비자TV와 진로의 공동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이윤감소 추정분 30억 원과 위자료 1억 원 등 총 33억 원 배상판결을 냈다. 재판부는 “소비자TV는 방송 내용이 소비자 제품 선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언급한 뒤 “소비자TV와 진로는 공동불법행위로 롯데칠성의 소주 매출이 감소하리란 사정을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5. 언론사 노조 입장을 보도한 것은 정정보도 대상이 아니다
-대전일보와 기자협회보

▲ 전국언론노조가 2015년 9월2일 대전 서구 계룡로 대전일보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길문 지부장을 겨냥한 부당노동행위와 노조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 전국언론노조가 2015년 9월2일 대전 서구 계룡로 대전일보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길문 지부장을 겨냥한 부당노동행위와 노조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기자협회보는 2015년 2월24일자, 3월4일자, 6월3일자 등을 통해 대전일보 경영진이 노동조합원에게 부당행위를 요구하고 기자업무 특성에 맞지 않는 근태관리 규칙을 정하며 노사갈등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기자협회보는 대전일보 노조 성명 등을 인용해 <대전일보 노조, “사측이 소송 취하 강요”>, <대전일보 ‘언론윤리’ 두 얼굴> 등과 같은 기사를 내보냈다. 대전일보는 정정 보도를 요구하며 민사소송에 나섰다. 하지만 청구는 기각됐다.

재판부는 “언론중재법상 정정보도 청구는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가 진실하지 않은 경우 허용되므로 이 기사가 사실적 주장에 관한 것인지 단순한 의견표명인지 가려봐야 한다”고 밝힌 뒤 “노조 혹은 기자의 의견표명을 인용한 것은 사실관계에 관한 주장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기사가 세부에 있어 다소 과장된 표현이 사용되었더라도 전체적 맥락에서 중요부분이 진실에 합치한다면 허위라 보기 어렵다”며 기자협회보의 손을 들어줬다.

6. 섣부른 홍보와 섣부른 소송은 망신의 지름길
-보건복지부와 한겨레

▲ 2015년 3월10일자 한겨레.
▲ 2015년 3월10일자 한겨레.
보건복지부는 2015년 3월4일 <한국 보건의료, 제약 및 의료기관 사우디 진출 합의> 보도 자료를 내고 대통령 박근혜의 이슬람 국가 순방을 계기로 한국-사우디 제약기업 수출계약이 구체화됐다고 홍보했다. 그러자 한겨레는 다음날인 3월5일자·10일자·12일자를 통해 <500억 수출 성과 구체적 근거 없어>, <2천억 수출계약상대 사우디 제약사 ‘실체 모호’> 등 기사를 내고 보건복지부 발표에 담긴 수출 성과액이 구체적 산정 근거가 없고, 사우디 제약사가 불분명한 곳이라고 보도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정정 및 반론보도로 대응했다.

1심 법원은 “해당 기사가 정부부처의 섣부른 홍보를 비판하고 의혹을 제기한 의견표명에 해당해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복지부 청구를 기각했다. 특히 복지부가 문제제기했던 ‘실체가 모호하다’는 한겨레 기사의 표현에 대해 “1500억 원이란 MOU 체결 상대방 회사에 대해 정부부처 관계자는 물론 제약회사 관계자들도 실체를 알지 못하는데다 영업규모·자본금 등 계약이행의 신뢰성에 관한 객관적 자료도 부족함이 취재과정에서 확인되자 이에 관한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의견표명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엽 말단적 표현을 문제 삼는 것”이라며 복지부의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7. 출연자 발언이 허위면 방송사 책임도 있다
-유우성씨와 TV조선

▲ 유우성 간첩사건과 관련한 2014년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 유우성 간첩사건과 관련한 2014년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탈북자 유우성씨는 2013년 2월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기소됐고, 이 사건은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검사 측의 증거위조 사실이 드러나며 이 사건은 이른바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으로 프레임이 극적으로 전환된다. 당시 TV조선과 채널A는 2014년 3월~4월 대담 형식의 뉴스프로그램에서 유우성씨가 북한 보위부와 연계된 간첩이라는 외부 출연자의 단정적 발언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 이에 유씨는 정정보도·기사삭제 및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언론사가 섭외 및 대본편집 권한을 통해 외부인사 견해를 취사선택하고 그 보도 여부를 최종 결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 외부인사 발언에 의견표명 외에도 사실적시가 포함되어 있고, 그것이 의견표명을 위한 전제 정도를 넘어서는 사실로서 허위임이 명백하다면 이러한 인터뷰를 보도한 언론사는 허위사실보도로 인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TV조선에게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500만원 지급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그러나 채널A의 경우 ‘유씨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본 내용은 탈북자 개인의 사견임을 밝힌다’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언급한 점이 인정돼 보도를 허위로 보기 어렵다며 유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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