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측 변호인단의 무리한 논리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총수 간 이뤄진 ‘호프 회동’을 정경유착 사례에 빗대는가 하면, “최태원 회장이 청탁을 했다고 이재용 부회장도 청탁을 했겠느냐”며 특검이 일반화의 오류에 빠졌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삼성 측 변호인은 2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제47회 공판에서 “특검은 그룹 현안을 말한 것을 곧바로 부정청탁이라고 전제한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기업 현안을 청취하고 있는데, 특검 주장대로라면 그것도 부정청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5~2016년 청와대 안가에서 은밀히 이뤄진 대통령과 기업총수 간 독대와 지난 27일 이뤄진 기업 총수와의 공개 집단 간담회를 동일선상에 놓은 것이다.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삼성 측은 “특검 주장은 일반화의 오류”라면서 “다른 기업들이 (독대 시) 현안을 말했으니 삼성도 똑같이 했을 것이란 게 경험칙과 논리로 이어지느냐”고 반박했다.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통령에게 그룹 현안을 언급한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SK·CJ·현대차 등 기업 총수의 조서를 반박하는 과정에서다.

변호인단은 “독대 당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에 대해서는 각 경우(총수)마다 달랐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러한 진술을 대통령과 했더라도, 각각의 경우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피고인 이재용의 진술을 탄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독대 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언급과 그룹 현안 청탁 언급이 있었다고 확인한 증인이다. 최 회장은 지난 달 22일 파면 대통령 박근혜씨 뇌물 수수 사건 재판에 나와 2016년 2월16일 독대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해 ‘감사하다’ ‘앞으로도 협조를 부탁드린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SK그룹 현안이었던 △워커힐호텔 면세점 사업자 선정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최재원 수석부회장 가석방 등도 언급됐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 같은 변론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논란이 되자 즉각 사과문을 발표했다. 송우철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일부 언론사에 문자를 발송해 “오늘 이재용 등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이 어제 문재인 대통령의 기업인과의 대화를 언급한 것은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 변호인이 특검과의 구두공방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한 실언이었다”며 ”책임변호사로서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고 밝혔다.

특검 측 강백신 검사는 법정에서 “청와대는 각 그룹 회장들에게 각 기업의 현안, 애로사항 등을 준비해 오라고 했고 각 기업들은 이를 준비한 게 확인됐다”며 “청와대에서 현안을 준비해오라고 했는데 재계서열 1위 삼성만 안했다? 추측으로 보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강 검사는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의 간담회와 본 사건 독대를 동일시하는 주장은 부당하다”면서 “본건 독대는 대통령이 비밀을 지키라고 특별지시했고 안가라는 은밀한 장소에 기업 총수를 단독으로 불렀으며 현안과 애로사항을 준비해오라고 했다. 그에 대해 승마 지원, 재단 지원과 같은, 돈을 달라는 얘기를 같이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검사는 “대통령은 당연히 그룹 총수로부터 경제 현안에 대해 들을 필요가 있다”며 “다만 순수하게 정책적인 필요나 국가경제를 위한 거라면 국민들로부터 의심받지 않을 방법으로 하면 된다. 현재 대통령이 하듯, 공개적으로 국민들에게 얘기하고 그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삼성 뇌물 재판은 피고인 신문과 뇌물수수 혐의자 박근혜씨 증인신문, 양 측 공방 기일 만을 남겨두고 있다. 오는 31일과 1일엔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 이재용 부회장의 피고인 신문기일이 열린다.

오는 8월2일엔 피고인 박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열릴 예정이다. 이후 3~4일 동안 공방 기일이 열린다. 특검은 결심 공판이 예정된 오는 7일 이 부회장 등 피고인 5인에 대한 구형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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