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꾸라지’ 막 내렸다

1심 재판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7인방에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인정하며 “어떤 명목으로도 인정할 수 없는 직권남용이자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위법 행위”라고 판시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직권남용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김기춘 전 실장이 “단순 공모자가 아니라 범죄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블랙리스트 관련 증거가 부족해 위증혐의만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언론의 반응은 엇갈렸다. 조선일보는 “직권남용에 징역 3년은 이례적 중형으로 볼 수 있다”면서 “보통 징역 1~2년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보도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김 전 실장에 대한 형량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민주주의의 기반을 허물고 문화예술인들에게 극심한 좌절감을 안겨준 범죄에 징역 3년은 일반인의 법 상식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오랜 기간 공직에 봉직하며 훈장을 받은 점과 고령인 점, 현재 건강상태 등을 판단해 참작했다고 밝혔다.

▲ 28일 한겨레
▲ 28일 한겨레

조중동, “진보정부 때도...”

이날 조중동은 사설을 통해 블랙리스트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역대 정권에서 일어났던 보편적인 일’처럼 다루면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희석시켰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예술지원에 대한 정치개입은 늘 논란이 돼왔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좌파 예술인과 단체에 대한 지원이 급증했다”면서 “그때는 리스트가 적발되지 않았고 특정 성향에 더 주라고 간섭했다면, 이번은 리스트가 드러났고 특정 성향 에술인을 배제하라고 했다는 게 다르다. 본질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역시 “과거의 예를 보면 진보든 보수든 정권마다 입맛에 따라 예술사회단체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도 줄이기도 한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신고리 공론화위원회와 정부 ‘혼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원전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낼 수 있는지를 두고 혼선이 빚어졌다.

앞서 신고리공론화위 이윤석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앞으로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를 하게 될지 안 할지 우리 위원회가, 또는 조사 대상자들이 결정을 내리는 건 아니다”라며 “(정부가)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론화위측은 관련 결정을 내리는 시민 배심원이 아닌 결정권한이 없는 패널단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 28일 경향신문.
▲ 28일 경향신문.

공론화위의 이 같은 입장은 청와대의 입장과 배치돼 논란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그동안 공론화위가 신고리 공사에 대한 결정권한을 갖는다고 강조해왔다. 지난 24일 정부는 “공론화위의 결정을 그대로 정책에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중앙일보에 따르면 27일 청와대 관계자 역시 “공론화위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점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공론화위는 추가 기자회견을 열고 “(공론화위가 찬반 결정을 내리지 않기로) 확정해 발표한 것이 아니다”라며 “향후 추가 논의를 계속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론화위가 ‘권한’을 축소해 밝힌 점은 사회적 압박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공론화위가 원전 중단을 결정한다는 정치적·법적 부담 때문에 한발 물러섰다는 관측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공론화위 혼선이 탈원전 반대 이유?

언론은 공통적으로 혼선의 책임에 청와대가 자유롭지 않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정부는 애초부터 공론화 작업을 추진하면서 시민배심원제와 공론조사의 개념을 혼동하는 우를 범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역시 사설에서 “공론조사와 배심원단은 원래 개념과 용도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시민배심원제는 국민참여재판처럼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하지만 공론조사는 패널들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개념이 혼용되면서 혼선이 생겼다는 것이다.

두 신문은 공론화위의 혼선을 지적했다는 점은 같았지만 원하는 정책방향은 달랐다. 경향은 공론화위와 정부의 혼선을 줄이며 탈원전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혼선이 계속되지 않도록 고민해야 한다. 특히 혼선을 빌미 삼아 공론화위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원전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시민 배심원단이 국가의 중대정책을 결정한다는 것부터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이 깨끗하게 오판을 인정하고 풍파를 정리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한국 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가장 깨끗하고 가장 경제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원전 4곳 방사능 유출 막는 철판 무더기 부식, 조중동 외면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 원자로가 방출하는 방사선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막아주는 철판이 무더기로 부식돼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조사를 한 결과 한울 1호기, 고리 3·4호기, 한빛 4호기 등 4기에 부식 현상이 있음을 확인했다. 지난해 한빛 1·2호기의 철판부식이 드러나자 원안위가 원전 19기를 대상으로 검사에 나선 것이다.

28일 조간신문 중에서는 경향신문, 한국일보, 세게일보, 서울신문이 이 같은 소식을 다뤘으며 탈원전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보수신문의 지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장겸은 물러나라”

미디어 전문가들이 한겨레에 릴레이로 칼럼을 쓰는 코너인 ‘미디어 전망대’의 김세은 강원대 교수의 글이 화제다. 이 칼럼은 한겨레 온라인판 기사가 풀린 27일 저녁부터 이목을 끌었다.

▲ 28일 한겨레.
▲ 28일 한겨레.

김세은 교수는 “나는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제도보다 사람이라는 것을. 공영방송의 기본인 공정성과 자율성을 훼손했다는 수많은 증거와 증언이 속출하고, 내부 구성원의 절대 다수가 퇴진을 원하고 있는데도 꿈쩍 않고 있는 이들에게는 설명과 논리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이라며 공영방송 이사장과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칼럼은 “김장겸은 물러나라” “고영주는 물러나라” “고대영은 물러나라” “이인호는 물러나라” 구호가 수십번씩 반복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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