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논쟁과 관련해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홍보담당 간부가 탈원전 입장을 가진 교수에게 동아일보나 문화일보에 칼럼을 게재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며 원고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재생에너지 관련 분야의 글을 문화일보 기자에 보냈으나 실리지 않았다. 그마저도 해당 기자가 아닌 원자력문화재단의 간부가 거절 의사를 전달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집행위원장 겸 경성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환경공학과) 교수인 김해창 교수는 27일 오후 이 같은 전후 사정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개했다.

김 교수는 “한국원자력문화재단 홍보팀 김모 팀장이 지난 20일 오후 전화가 와 ‘처음 뵙겠습니다. 김 교수님이죠? 칼럼 하나 쓰실 수 있겠어요? 신재생에너지의 장점 같은 걸로요’라고 하길래 ‘어디다 쓰시게요?’라고 하니 ‘동아일보나 문화일보에 게재할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라고 말했다”며 “한마디로 황당했다. 그래서 ‘동아나 문화에 왜 그런 걸 제가 써야 하며 또한 팀장님은 원자력문화재단에 있으면서 뭔 그런 일을 해요’라고 되물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원자력문화재단은 김 팀장이 김 교수에게 ‘동아일보나 문화일보에 게재할 수 있도록 협의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재단의 김 팀장은 “지금 너무 원전 홍보 일색의 기사가 많이 나서 반론도 좀 실어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고, 김 교수님의 여러 글을 읽어보고 그렇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드렸다”며 “지금 원자력문화재단도 무조건 원전홍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바뀌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김 교수는 페북에 썼다. 김 교수는 “그래도 말이 안 된다 싶어 보수언론에 칼럼을 내주겠느니 하는 것보다 원자력문화재단 홈페이지에 제가 쓴 칼럼을 올려주시는 게 더 좋지 않겠냐”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고 전했다.

김해창 교수는 그러나 해당 언론 독자들에게도 알린다는 생각으로 다시 김 팀장에게 전화해 써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팀장은 다시 김 교수에 전화해 “동아일보 쪽에는 데스크에서 어렵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문화일보 쪽에는 산업부 출입기자를 통해 얘기가 됐다”며 “문화일보 담당 기자분 연락처를 드릴테니 통화를 하시든지 해서 칼럼이 되는대로 써보내시면 된다”고 말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원전쇄국에서 벗어나 에너지전환으로 나가야’라는 칼럼을 써서 지난 24일 밤 문화일보 기자에게 이메일로 보냈고, 원자력문화재단 김 팀장에게도 참고하라고 보냈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 한국원자력문화재단 홈페이지.
▲ 한국원자력문화재단 홈페이지.
그러나 이틀 뒤인 지난 26일 오후 원자력문화재단의 김 팀장이 김 교수에게 전화해 “죄송하지만 문화일보에서 게재가 어렵겠다고 한다”고 거절의사를 통보했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김 교수는 “애시당초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한 것도 황당했는데, 지금와서 책임도 못질 거면서 왜 그런 일을 하느냐”고 따졌다고 페북에서 언급했다. 원자력 문화재단의 홈페이지에라도 올려달라는 제안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해창 경성대 교수는 27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칼럼을 동아나 문화에 내드리겠다고 처음 전화왔을 땐 거절했으나 그래도 그쪽 독자에 알릴 필요도 있다 싶어서 다시 전화해서 쓰겠다고 한 것”이라며 “그래서 문화일보 기자에게 이메일로 보냈는데, 어제(26일) 오후에 김 팀장이 전화해서 ‘문화 쪽에도 어렵다’고 했다. ‘톤을 좀 낮추면 물어보겠다’고 해서 내가 ‘지금 장난하느냐’며 항의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기자가 직접 거절의사를 전해오지는 않았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원자력문화재단이 탈원전 국면에서 친원전 일색의 홍보를 너무 일방적으로 하다보니 신뢰성이 떨어져 ‘끼워넣기 또는 구색맞추기’ 칼럼으로 수위조절을 하려고 내게 요청한 것 같다”며 “문제는 내 칼럼 원고를 자신들이 받아서 다른 민간 언론에 내준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이냐는 것이다. 재단은 이런 일을 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는 금도를 넘어선 것으로 언론자유 침해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더구나 실을 수도 없으면서 왜 특정 언론사를 거론했느냐”고 지적했다.

애초부터 이런 일이 부당한 데도 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김 교수는 “낼 수 있다면 냈으면 했다”며 “하지만 나는 원자력문화재단에 글을 보낸 것이 아니라 문화일보 기자에게 직접 이메일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겸 원자력문화재단 커뮤니케이션실장은 27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해당 김 팀장이 김해창 교수에게 원고를 요청하고 원고를 받고 (문화일보 기자 대신) 거절통보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김 팀장은 김 교수에게 ‘문화일보나 동아일보에 게재할 수 있도록 협의해보겠습니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교수들이) 요청을 받기도 하고 (우리한테) 실어달라고 하기도 한다”며 “원자력과 관련된 쟁점에 대해 자료와 정보를 정리해 우리 블로그에도 올리고, 잡지에 싣기도 한다. 그것을 보고 언론사에서 기사를 쓰기도 하고, 질문하고 의견교환을 하다보면 칼럼요구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 김해창 경성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 교수. 사진=김해창 페이스북
▲ 김해창 경성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 교수. 사진=김해창 페이스북
언론사에서 직접 원고청탁을 하지 않고 원자력문화재단이 하는 것은 ‘브로커같은 일을 한다는 의심을 살 수 있지 않느냐’, ‘권한 밖의 일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 실장은 “원자력 문제에 대해 다양한 주장과 논점을 언론사 기자들이 다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는 우리가 소개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브로커라는 표현은 심하다. 우리가 아는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답했다.

일방적인 친원전 홍보만 하다보니 탈원전 주장도 구색맞추기로 넣고자 언론플레이 차원에서 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김 실장은 “그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례 역시 과도한 친원전 홍보 과정에서 불거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실장은 “한때 그렇게 일방적인 홍보를 한 적이 있었지만 미디어오늘 뉴스타파 등이 비판을 가해서 그런 의견을 수렴해서 수정했다”며 “원전 홍보를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원전이 안전하다고만 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교수가 보냈다가 게재 거부당한 칼럼은 ‘원전에 대한 투자보다 재생에너지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고, 단가 역시 재생에너지가 계속 낮아지고 있으며 전기료의 인상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면 된다’는 요지의 글이다. 특히 김 교수는 칼럼에서 “미국, 일본, 중국에서 원전붐이 일어나고 있고, 원전이 줄면 ‘전기요금폭탄’에다 우리나라 산업기반이 단번에 무너질 것처럼 말하는 친원전 전문가들의 주장은 ‘침소봉대’이자 원전업계의 항변에 불과하다”며 “석탄, 석면산업이 공해산업으로 퇴출되고 있듯이 ‘불안하고 불완전한’ 원자력산업도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 경주에 있는 월성 1호기. 사진=연합뉴스
▲ 경주에 있는 월성 1호기.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김 교수가 문화일보 기자에게 보냈다가 거절당한 칼럼 전문이다.

‘원전쇄국’에서 벗어나 에너지전환으로 나가야

김해창/ 경성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 교수

‘순천자(順天者)는 흥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새 정부의 탈원전에너지전환, 특히 신고리5,6호기 백지화 여부를 두고 원자력업계의 반발이 거세 보인다. 친원전 전문가들은 미국, 일본, 중국에서 원전붐이 일어나고 있고, 원전이 줄면 ‘전기요금폭탄’에다 우리나라 산업기반이 단번에 무너질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이는 ‘침소봉대’이자 원전업계의 항변에 불과하다. 석탄, 석면산업이 공해산업으로 퇴출되고 있듯이 ‘불안하고 불완전한’ 원자력산업도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원자력사업은 사양산업이며, 대세는 재생가능에너지이다. 세계원자력산업동향보고서(WNISR)과 영국 석유기업 BP의 2000년~2015년 세계 풍력, 태양광, 원자력발전 설비용량 추이 자료를 보면 2000년에 비해 2015년말 원자력이 27GW(신고리5,6호기의 경우 2.8GW) 늘어났다면 태양광은 229GW(8.5배), 풍력발전은 417GW(15.4배)이다. 1997년~2015년 세계 전력 생산변화 추이를 봐도 1997년에 비해 2015년말 원전은 178TW 늘어났는데 비해 태양광이 252TW(1.4배), 풍력이 829TW(4.7배)이다. 원전은 2010년 366TW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경우 원전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도 2015년말 현재 시설투자는 원전이 27GW인데 비해 태양광은 43GW(1.6배), 풍력이 146GW(5.4배)이다. 풍력 투자가 원전보다 5배가 넘는다. 이것이 팩트다. 세계원자력산업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은 1995년 세계 전력의 17.6%를 차지했으나 2015년말엔 10.7%로 떨어졌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원전에 비해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세계 평균 kWh당 발전단가가 2014년에 석탄 60년, 원자력 120원, 태양광 180원, 풍력 90원이던 것이 불과 3년 뒤인 2020년에는 석탄 70원, 원자력 130원, 태양광 80원, 풍력 70원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원자력보다 싸지는 ‘제너레이션패리티(generation parity)’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5년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A)가 발표한 세계 지역별 육상풍력발전의 발전단가는 2014년 kWh당 6~12 센트(67원~134원)로 2010년보다 7~12% 하락했다. 2015년 태양광의 발전단가도 2010년보다 약 58% 하락한 12센트이다. 우루과이의 경우 8.6 센트(97원)까지 내려갔다. 태양전지모듈가격이 2010년보다 2015년엔 65~70% 하락했다.

그러면 전기요금은 얼마나 올랐을까.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이 공개한 산업부 자료에서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노후원전 8기를 멈추기 직전 해인 2010년 MWh당 244유로에서 2015년 295유로로 21% 상승했고, 산업용 전기요금은 119유로에서 149유로로 25% 상승했다. 일본의 경우 원전비율이 2010년 26%에서 2015년 0.3%로 줄어든 5년 새 가정용 전기요금은 kWh당 20.37엔(204원)에서 24.21엔(243원)으로 19% 상승했고, 산업용 전기요금은 13.65엔(137원)에서 17.65엔(177원)으로 29% 인상됐다. 2011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은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상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4.4%로 높일 경우 실질전기요금 상승률을 39.3%로 예상했다.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10년간 2%를 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찔끔인상’이 아니라 체계적인 인상이며, 에너지절약을 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48%나 올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지난 10년간 휴대폰 통신비는 얼마나 올랐을까.

전 정부는 전력수요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지난 10년의 피크수요를 근거로 미래 발전비용을 과다추정하는 오류를 범했다. 다수호기, 활성단층문제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한 신고리5,6호기의 ‘졸속허가’야말로 부울경지역 주민에게는 ‘국가폭력’이었다. ‘원전업계를 위한, 원전전문가에 의한 정책’이 아니라 이제 주권자인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 ‘원전쇄국’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의 개항’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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