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옥자’ 개봉 이후 국내 공장식 축산의 비인도적, 동물학대 행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는 이를 공론화하고 관련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6일 서울 망원동 카라 사무실에서 김현지 정책팀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동물보호운동이 여러 사안을 다루는데, 카라는 요즘 일명 ‘옥자해방프로젝트’라는 공장식 축산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영화 ‘옥자’를 통해 공론화되기 시작한 문제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는?

“우리는 2015년부터 공장식 축산 반대 캠페인을 두고 ‘공장 대신 농장을’이라는 운동을 진행해 왔다. 2013년엔 헌법소원을 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돼지 감금틀 추방 10만인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옥자’ 개봉이 도움이 많이 됐다. 봉준호 감독도 취지에 동감해 ‘옥자’ 상영회를 열고 동물보호에 대해 이야기 하는 콜라보 행사도 하고. 궁극적으론 복지축산제 도입이 목표다.”

- 국내 공장식 축산의 비인도적 행태는 어떤 식인가?

“공장식 축산은 국내 생산 육류의 99% 이상인 ‘밀집 대규모 사육’을 뜻한다. 닭의 경우, 산란계는 철창을 겹겹이 쌓아 올린 ‘배터리 케이지’에서 한 마리 당 A4용지 3분의 2 크기의 공간을 쓰며 1년가량 날개 한번 펴지도 못 하고 평생 알만 낳다 죽는다. 육계는 밀집공간에서 살만 찌워지다 35일을 살고 치킨용 고기가 된다. 돼지도 마찬가지다. 돼지는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스톨’에 끼워 넣어지는데 평생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 6개월을 산다. (암컷은 6년) ‘카니발리즘’(cannibalism)이라고 동물들이 스트레스로 동족을 공격하는 행위가 있는데, 이걸 막겠다고 마취도 안 한 채 병아리 부리, 새끼 돼지 꼬리를 자르고 거세한다. 동물 개별의 습성은 전혀 배려하지 않는 거다. 이런 잔인한 행태들이 공장식 축산의 문제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허용하는 게 국내 축산법이다.”

▲ 영화 '옥자' 에서 옥자와 같은 종의 슈퍼돼지가 공장식 축사에서 길러진 후 단두대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비인도적 학살을 당하는 장면.
영화 '옥자' 에서 옥자와 같은 종의 슈퍼돼지가 공장식 축사에서 길러진 후 단두대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비인도적 학살을 당하는 장면.
- ‘복지축산’이란 어떤 것인가?

“동물의 습성을 배려하는 거다. 산란계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일단 넉넉한 공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최소한 계단식 케이지가 아닌 평사 바닥에서 클 수 있도록 하고. 볏짚을 깔아주고, 모래 목욕을 할 수 있게 하고. 닭에겐 자신만의 공간에서 알을 낳고 싶어 하는 습성이 있으니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 산란할 수 있게 산란상자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 돼지 같은 경우 방목 사육을 할 수도 있고, 위에서도 말했던 카니발리즘을 전면 예방해야 한다. 나중에 돈을 좀 더 내고 육식을 하더라도, 자라는 과정에서는 동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자는 거다.”

- 그렇다면 제도적 차원의 해결이 필요해 보이는데.

“그래서 우리가 2013년 헌법소원을 했던 거다. 국내 축산법이 공장식 축산의 비인도적 행태를 허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행복추구권 등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헌법 소원을 했지만 기각됐다. 재판부에서는 그래도 한국 정부가 복지축산이라는 제도를 도입했고 동물의 최소한은 보장해준다고 판단하더라.

외국의 경우 유럽연합은 2012년부터 배터리케이지, 돼지 스톨 등을 전면 금지했다. 그런데 우리는 축산업을 현대화·산업화하지 못했다고 오히려 더 비인도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 우리 사회는 소규모 농장이나 복지 축산을 더러운 농장이라고 치부하고 가축 전염병이 났을 때도 먼저 죽여야 한다는 분위기다. 원인 파악을 제대로 하지도 않은 채 무분별한 살상을 했으면서 ‘전염병 예방에 가장 먼저 대응한 지자체’라고 홍보하는 것 등이 얼마나 낙후된 문화인지 알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예방적 살처분’이란 명목 하에 동물을 이렇게나 많이 죽이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 입법안과 정책 제안 방향을 듣고 싶다.

“속전속결을 위해선 의원을 모아서 법안 발의하게 하고 케이지 공간은 넓게, 부리 자르는 것은 절대 못하게 초고속 입법을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차피 축산업 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딪힌다. 우리는 사람들이 이 문제에 통감하고 발전 방향을 도모할 수 있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복지축산으로 사육환경을 개선해야한다는 것을 성명 발의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정부에 어필하고 있다. 이주에도 동물 대량생산에 대해 청와대 앞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정치권과도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어제는 바른정당이 반려동물 관련 정책 대안을 모의하기 위해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한 데에 참여 했다.의원실 등의 조언 요청에도 적극 협조하고 있고. 정치적 성향에 따라 ‘여기는 우리랑 안 맞아’ 하고 비협조 하지 않는다. 녹색당과만 이야기하지도 않는다(웃음). 국회에선 동물복지 국회포럼이 만들어졌고 각 정당도 동물보호 특위를 만들고 있다. 확실히 전에 비해선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김현지 정책팀장 사진=민중의소리
동물보호단체 ‘카라’ 김현지 정책팀장 사진=민중의소리
- 공장식 축산에 반대한다면 육식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도 제기되는데.

“개인적 차원의 실천 방법은 ‘친환경 유기축산물’ 인증 마크를 확인하고 육식을 하는 거다. ‘동물복지’나 ‘유기축산물’ 마크가 있는 축산품을 소비하면 된다. 흔히 ‘무항생제’나 ‘해썹(HACCP)’ 마크가 있는 제품을 먹으면 동물복지를 한 것이려니 생각하는데, 사실 이 두 마크는 전혀 상관이 없다. 배터리 케이지 생산을 해도 무항생제 마크는 받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 이 축산물 인증제도 자체가 완벽하지 않다. 외국은 동물복지를 하지 않은 제품임에도 불구, 우리나라처럼 화려한 겉 포장 식의 명칭을 붙이는 게 전면 금지돼 있다. ‘축산물 사육 환경 표시제’를 도입하면 뚜렷하게 구분이 될 거다. 이 부분에 대한 입법도 촉구하고 있다.”

- ‘옥자’ 같은 대중 미디어 콘텐츠가 동물 복지 운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미디어와 결합해 캠페인을 진행할 생각인가?

“일단 올해는 ‘옥자’의 도움이 컸다. 영상이 중요한 것 같다. 해외 단체와 배터리 케이지의 닭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여줄 수 있는 영상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 농가에서 어떻게 사육을 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알리는 운동을 할 계획이다. 물론 일반 축산농가에서는 현장 조사 협조를 거의 안 해준다. 올해 ‘고통 없는 식탁 캠페인’이라고 복날 즈음에 채식이나 윤리적 소비를 권장하는 레시피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것은 미디어, 언론사의 관점인 것 같다. 개 식용 문제의 경우, 해마다 복날을 앞두고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는 등의 천편일률적인 보도 프레임이 반복된다. 새로운 취재나 내용은 전혀 없더라. ‘먹는 문제’에서 벗어나 개 식용 과정에서 학대가 벌어진다는 부분에서 접근을 해줘야 하는데. 가축전염병도 ‘올해는 몇 마리를 죽였다’는 식의 숫자를 앞세운 자극적인 보도 위주다. 해가 지날수록 국민은 그 숫자에 무뎌진다. 숫자도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언론이 해결방안을 제시하라는 게 아니라, 무엇이 팩트이고 일각에서는 어떤 문제제기가 있는지에 대해 취재하고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새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동물복지 내용이 포함돼 있더라. 이전 정부의 국정과제에 비하면 의미 있는 진일보이나, 후보 시절 공약 중 특히 개 식용 종식과 관련해선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카라 측이 논평을 내기도 했다.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일단은 국가 차원의 ‘동물복지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전염병 대량살상 사태에서 결을 달리하는 입법, 개 식용 완전 종식, 복지축산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선 전문 추진체가 필요하다. 현재는 관련 문제가 환경부·해양부·식약처 등에 분산돼 있어 큰 변화를 이뤄내기가 불가능하다. 농림부에 동물복지팀이 신설되긴 했으나 다섯 명 정도의 규모에 불과하고 개 식용 문제의 경우는 아예 안 다룬다고 하더라.

공장식 축산에 대해 정부가 90년대부터 현대화·산업화·경쟁력 강화 등을 앞세워 비인도적 정책을 묵인해 왔지만 이제는 완전한 프레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 생각한다. 문재인정부는 ‘정의’를 모토로 세웠다. 우리는 그 정의 주체에 동물도 하나의 축으로 포함이 됐으면 한다. 일각에선 사람 복지가 우선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사람과 동물은 공존해야 하는 관계다.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정의로운 국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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