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동아투위에 비하면 전 행복하게 해직생활 했습니다. 해직기간동안 상처 별로 안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제는 상처를 받았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세력과 결탁한 적폐세력이 앞에서 우리(YTN 구성원)에게 칼을 찌른 것인지, 아니면 민주정부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뒤에서 칼을 꽂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노종면 YTN 해직기자가 YTN 사장 공모 서류심사에서 0점을 받아 파장이 커진 가운데 또 다른 YTN 해직자인 조승호 기자가 이번 사태와 해직언론인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해직 경험과 언론인의 인권보호’ 토론회에서 그는 해직자 복직만을 목표로 둬선 안 된다고 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 과정에서 해고된 권석재·노종면·우장균·정유신·조승호·현덕수 기자 가운데 권석재·우장균·정유신 기자는 2014년 11월 대법원을 통해 복직했으나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는 YTN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현재 YTN은 노사가 나머지 3명에 대한 복직문제를 논의하고 있고, YTN 사장 공모에 노종면 기자가 지원했다 탈락했다. YTN은 사장후보 재공모를 시작했고, 노 기자는 재공모에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광화문 광장에서 YTN 해직기자(왼쪽부터 현덕수, 조승호, 노종면)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YTN기자협회.
▲ 광화문 광장에서 YTN 해직기자(왼쪽부터 현덕수, 조승호, 노종면)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YTN기자협회.

조 기자는 YTN 사장추천위원회가 공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할 것, 과정은 공정할 것,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했는데 기회는 평등했느냐, 서류에서 떨어져 면접 볼 기회조자 박탈됐다. 과정이 공정했느냐, 노종면 기자가 경영능력에서 0점을 받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공정방송 의지’, ‘정치적 중립성’에서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뛰어났으면 뛰어났다. 결과는 정의로운가, 하나같이 0점을 받았다는 건 많은 사람이 의심하듯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서류 통과한 4명이 하나같이 공정방송 측면에서 YTN 구성원들이 용납할 수 없는 사람들이고 정치권 캠프를 들락거렸던 사람들도 있다”며 “사추위에 세부적인 채점내역을 공개하라는데 공개하지도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직자들은 물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환영받지 않았다”면서 “‘과연 지금 정부에서는 환영받는가’하는 생각을 어제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 노종면 YTN 해직기자.
▲ 노종면 YTN 해직기자.

조 기자는 ‘해직자의 복직’이 목표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YTN 투쟁이 길어지면서 후배들이 어느 순간부터 해직자 복직을 최우선 가치로 두기 시작했다. 해직을 왜 당했는지 희석되고 있다. 복직이 최우선 가치라면 ‘낙하산 사장’ 환영했으면 됐다. 해직자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징계를 받았다. 해직 위험성보다 공정방송 가치가 더 중요했던 거다.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

배석규 사장 때 반성문을 쓰면 복직문제 논의하겠다는 얘기가 있었다. 가장 열심히 (공정방송을 위해 투쟁) 했던 후배들도 선배들이 돌아오는 게 과제가 됐다. 반성문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복직문제 논의하겠자고도 했다. 후배들의 진의는 알겠지만 더 중요한 건 돌아와서 공정방송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느냐다. 언론개혁이 수반되지 않는 해직자 복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YTN 실업자 3명 구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언론이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게 더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언론의 기본 의무는 비판·견제·감시다. 그런데 민주정부에서조차 말 안 듣는 사람들을 부담스러워하고 적폐동조하고 말 잘 듣는 사람을 사장으로 임명한다면 지난 9년간 사장 잘못 뽑아서 망가진 YTN입장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 9년간 끊임없이 명예로운 복직을 꿈꿔왔다. 점령군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면받은 죄인처럼 가는 건 꿈꾸지 않았다. 적폐에 동조했던 사장이 임명되고 과거 경력세탁차원에서 우리 들어오라고 하면 우리가 들어가겠냐.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까지 해직언론인 문제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전 그런 복직이라면 복직 안 하겠다.”

▲ 2014년 12월1일 YTN 해직기자 중 3인이 대법원에서 복직 판결을  받아 첫 출근을 하는모습. 왼쪽부터 우장균, 정유신, 조승호(해직), 현덕수(해직), 권석제 기자. 조승호 현덕수 노종면 3인은 아직 YTN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2014년 12월1일 YTN 해직기자 중 3인이 대법원에서 복직 판결을 받아 첫 출근을 하는모습. 왼쪽부터 우장균, 정유신, 조승호(해직), 현덕수(해직), 권석제 기자. 조승호 현덕수 노종면 3인은 아직 YTN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해직기자들은 언론사 사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사장이 인사권을 통해 언론의 감시기능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 기자는 2008년 당시를 회상했다.

“현덕수 기자가 노조위원장이었고, 난 정치부 국회반장이었다. 나한테 와서 ‘낙하산 사장을 막아야 하니까 정치부 기자니 앞장서달라’고 했는데 거절했다. ‘사장 누가오든 관심없고 누가 와도 기자들이 열심히 하면 공정방송 지킬 수 있다’고 얘기했다. 내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구본홍 사장(2008년 7월~2009년 8월)이 오면서 두 달 만에 깨달았다. 인사를 통해 금방 망가지더라. 그런말이 있다. 참깨가 한 바퀴 구르는 건 호박이 한 바퀴 구르는 것만 못하다고. PD들, 엔지니어들 아무리 노력해도 KBS 망가지고 MBC 망가지지 않았느냐.”

노종면 기자의 사장 출마는 이런 문제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볼 수 있다. 조 기자는 “노종면 기자가 꼭 사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누구라도 훌륭한 분이 하면 된다. 다만 해직언론인이란 딱지 때문에 불이익과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해직자 복직이라는 나무에 매몰돼 ‘해직자가 복직하는 그 언론 상황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즉 공정방송이라는 큰 숲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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