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안팎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고대영 KBS 사장이 ‘KBS 블랙리스트 논란’ 책임자로 꼽히는 조인석 제작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베스트 웨스턴 프리미어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KBS 임시이사회에선 ‘조인석 부사장 임명의 건’이 안건이었다. 소수 이사(구 야권 추천) 4명은 안건을 표결에 부치자는 다수 이사(구 여권 추천)들에 반발해 이사회를 박차고 나왔다. 

조 본부장은 다수 이사(7명)들의 비호 속에 무난히 부사장에 임명될 상황이다. 주요 사안마다 표결을 통해 쪽수로 밀어붙이는 안건 처리가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고 사장은 지난 26일 이사회에 이어 27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KBS 양대 노조(KBS노동조합·언론노조 KBS본부)와 KBS 직능단체들이 꾸린 ‘고대영·이인호 퇴진을 위한 KBS 비상대책위원회’(이하 KBS 비대위)는 이날 오전 임시이사회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했으나 고 사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 고대영 KBS 사장과 조인석 제작본부장(마이크를 쥔 인사)은 2016년 10월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에 기관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고대영 KBS 사장과 조인석 제작본부장(마이크를 쥔 인사)은 2016년 10월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에 기관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KBS 소수 이사들은 이사회를 나오면서 기자에 “임명 동의 건과 관련해 고 사장이 직접 나와 이사들에 설명해야 하는데 오늘도 나오지 않았다”며 “이사회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수 이사들은 이처럼 고 사장이 이사회를 무시하고 있고, 조 본부장은 KBS 사내 갈등을 해결할 인사로는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 사장 사퇴 여론이 거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사 시기도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KBS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조 본부장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와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 등 KBS에서 불거진 출연 취소 및 하차 논란의 책임자로 꼽힌다. 

이들은 대선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황교익)하거나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선대인)했다가 KBS ‘아침마당’에서 하차하거나 출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 KBS 블랙리스트 논란에 대해 KBS는 일관되게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입장이다.

조 본부장은 이사회 중간 미디어오늘 기자를 만나 선 소장 하차 논란에 대해 “이미 국정감사에서 했던 이야기”라며 “이후 선대인씨는 KBS 방송에 출연한 적 있는데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조 본부장은 “시사 다큐에 나가서는 부동산 비관론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아침마당에서는 적절치 않아 제가 (제작진에)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며 “시청자들의 오인을 우려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조 본부장은 황씨의 출연 취소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거듭된 기자 질문에 “그만하시오”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조 본부장은 호텔 로비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기자가 함께 탑승하려 하자 “예의를 지키라”, “지금 (이사회 때문에) 정신이 없으니 (질문은 하지 말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한 소수 이사를 호텔 로비에서 마주치자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아까 (이사회에서) 한 말은 진심이었다”고 말했다.

KBS 비대위는 호텔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새로 부사장에 임명하려는 조 본부장은 이미 지난 4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공영방송을 망친 언론 장악 부역자로 꼽은 인물”이라며 “지난해 가을에는 해당 본부 구성원들의 압도적인 불신임(재적 대비 61%)을 받아 인사 조치를 받아야 할 대상자”라고 비판했다.

▲ KBS 양대 노조(KBS노동조합·언론노조 KBS본부)와 KBS 직능단체들이 꾸린 ‘고대영·이인호 퇴진을 위한 KBS 비상대책위원회’는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KBS 임시이사회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했으나 고 사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사진=김도연 기자
▲ KBS 양대 노조(KBS노동조합·언론노조 KBS본부)와 KBS 직능단체들이 꾸린 ‘고대영·이인호 퇴진을 위한 KBS 비상대책위원회’는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KBS 임시이사회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했으나 고 사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들은 “지난 2011년에는 다큐멘터리국장으로 있으면서 독재와 양민학살의 무거운 역사적 책임을 안고 있는 이승만을 미화하고 다큐멘터리 제작을 강행했다”며 “탄핵 정국에서는 광장의 ‘촛불 민심’을 다룬 다큐멘터리 편성을 보류시켰고 선대인, 황교익 등 각종 블랙리스트 사태의 최종 책임자”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방송 KBS를 정권의 앞잡이로 전락시키는 데 앞장 선 부역 언론인 고대영 사장이 또다시 용납하지 못할 도발을 자행했다”며 “몰락한 박근혜 정권이 알박기 한 이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KBS 이사회를 또다시 거수기로 동원했다”고 비판했다.

KBS PD협회도 지난 26일 조 본부장에 대해 “부사장 자리가 탐난다면 삼켜라. 그때부터 우리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비난, 경멸, 증오, 멸시를 받을 것이다. 단 한 마디의 업무 지시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제작을 멈출 것이다. 파업보다 더 강력한 방법으로 리더십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교익씨는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조 본부장의 부사장 승진에 대해 “황당하다”며 “그때 당시 출연 취소에 대해 사과를 받지 못했다. 앞으로도 사과는 없다는 사인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아직도 규정에 따른 조치라고 주장하는지 조 본부장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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