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CD 공장에서 일하다 희귀질환 ‘다발성경화증’을 얻은 직업병 피해자가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도 산업재해 사실을 확인받았다.
서울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최상열)는 지난 25일 3년 간 삼성전자 LCD 공장 오퍼레이터로 일한 김미선씨의 다발성경화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제기한 1심 항소를 기각한 것이다.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다발성 경화증은 인구 10만명당 3.5명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질환이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LCD 사업장에서만 최소 4명의 다발성경화증 환자가 발생했다.
서울고등법원은 김씨가 △업무중 유기용제 등 신경독성 물질에 상당히 노출됐고 △만 17세부터 밀폐된 공간에서 교대ㆍ야간근무를 수행했으며 △삼성전자 반도체ㆍLCD 사업장의 유병율이 한국인 평균 유병율을 월등히 상회하는 점 등을 산재인정 근거로 인정했다.
삼성전자, 고용노동부 측의 불성실한 정보공개도 재판부의 산재 인정 심증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1·2심 재판부 모두 △작업환경측정 자료 부분공개 △공정에 쓰인 화학제품 성분 비공개 △고용노동부의 삼성전자 LCD 공장 ‘안전보건진단 보고서’ 비공개 등을 업무환경을 은폐했다는 이유로 비판했다.
김씨는 만 17세이던 1997년 6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입사해 2000년 퇴사하기 전까지 LCD 제조라인 모듈공정에서 일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일으키는 유기용제 IPA·아세톤, 납·플럭스 등 유해물질을 상시적으로 사용했다.
김씨는 3조 3교대로 일하면서 일주일에 2~3차례 정도 연장근무를 했다. 김씨는 개인별 작업량이 공개돼 성과 경쟁 압박을 받는 등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교대·야간 근무, 업무 스트레스 등의 사유도 다발성경화증 유발 요인으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