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CD 공장에서 일하다 희귀질환 ‘다발성경화증’을 얻은 직업병 피해자가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도 산업재해 사실을 확인받았다.

서울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최상열)는 지난 25일 3년 간 삼성전자 LCD 공장 오퍼레이터로 일한 김미선씨의 다발성경화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제기한 1심 항소를 기각한 것이다.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 사진=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제공
▲ 사진=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제공

다발성 경화증은 인구 10만명당 3.5명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질환이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LCD 사업장에서만 최소 4명의 다발성경화증 환자가 발생했다.

서울고등법원은 김씨가 △업무중 유기용제 등 신경독성 물질에 상당히 노출됐고 △만 17세부터 밀폐된 공간에서 교대ㆍ야간근무를 수행했으며 △삼성전자 반도체ㆍLCD 사업장의 유병율이 한국인 평균 유병율을 월등히 상회하는 점 등을 산재인정 근거로 인정했다.

삼성전자, 고용노동부 측의 불성실한 정보공개도 재판부의 산재 인정 심증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1·2심 재판부 모두 △작업환경측정 자료 부분공개 △공정에 쓰인 화학제품 성분 비공개 △고용노동부의 삼성전자 LCD 공장 ‘안전보건진단 보고서’ 비공개 등을 업무환경을 은폐했다는 이유로 비판했다.

김씨는 만 17세이던 1997년 6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입사해 2000년 퇴사하기 전까지 LCD 제조라인 모듈공정에서 일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일으키는 유기용제 IPA·아세톤, 납·플럭스 등 유해물질을 상시적으로 사용했다.

김씨는 3조 3교대로 일하면서 일주일에 2~3차례 정도 연장근무를 했다. 김씨는 개인별 작업량이 공개돼 성과 경쟁 압박을 받는 등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교대·야간 근무, 업무 스트레스 등의 사유도 다발성경화증 유발 요인으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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