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광우병 의심 소…정부, 검역 강화”(19일 JTBC)
“미국서 광우병 의심 소…정부, 검역 강화”(19일 한겨레)
“미국에서 광우병 의심 소 발견…영향 없어”(19일 MBN)
“미국서 5년만에 광우병…정부, 美쇠고기 현물검사 3%→30% 확대”(19일 연합뉴스)

미국 농무부(USDA)가 지난 18일(현지시각) 앨라배마 주 가축 시장에서 11살짜리 암소에서 광우병(소해면상뇌증·BSE)을 확인했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미국 정부에서 광우병 확진했음에도 ‘광우병 의심 소’라고 보도한 곳은 한국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포털사이트 화면 갈무리
▲ 포털사이트 화면 갈무리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영록)는 19일 광우병이 발견된 앨라배마 주에서 국내로 소고기를 수출하는 도축장·가공장은 한 곳도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소가 어떻게 이동했는지 기록하는 ‘이력추적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광우병에 걸린 소와 함께 있던 소들을 추적할 수 없음에도 한국 정부는 국민에게 안심해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다수 언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썼다.

미국에서 5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되는 동안 여전히 한국 정부와 언론은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26일 의료보건연구단체 ‘건강과대안’이 전문가들을 불러 기자설명회를 가진 배경이다. 

미국 5번째 광우병, 비정형이라 안전한가?

“이번에 발견된 비정형 광우병은 8살 이상의 나이 든 소에서 드물게 자연적으로 발생합니다.”(20일 JTBC)

“비록 우리에게 위험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국민께 자세히 보고하라.”(25일 문재인 대통령)

이처럼 언론과 정부는 광우병을 비정형 광우병과 정형(전형적) 광우병으로 나눠 비정형 광우병은 나이 든 소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광우병이라고 단정지어 이번 광우병은 비정형이므로 위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로 전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의사)은 “(광우병과 같이) 프리온 질환을 ‘위험하지 않다’, ‘덜 안전하다’ 이렇게 말하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우 실장은 “둘 다 종간장벽을 뛰어넘어 감염되는 등 위험하다”며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는 ‘비정형 광우병도 사료체계·환경이 원인이라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하고 있고, 미 농무부는 ‘비정형 광우병은 자연발생적일 수 있다’고 비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우병이 인간이 먹지 않는 소의 일부 부위를 직·간접적으로 소의 사료로 먹인 것이 주 원인인 상황에서 비정형 광우병을 분리해내는 건 미국 소고기 수출업자들의 논리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문제는 한국 정부와 언론이 자국 국민이 아닌 미국 수출업자 입장처럼 사안을 다룬다는 점이다.

우 실장은 “비정형 광우병에 대해 아직 우린 모르는 게 많다”며 “비정형의 감염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유일하게 미국 농무부 보도 자료에 나오는데 전 세계 최대 쇠고기 수출국이라는 게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한 뒤 “미국 농무부와 식약청에서 말하는 게 항상 다르다”고 덧붙였다. 유럽식품안전청(EFSA)과 일본 식품안전위원회는 광우병 걸린 소가 식품·사료에 포함될 경우 정형 광우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입중단조치 필요 없나?

가축전염병예방법 제32조 2항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수출국에서 소해면상뇌증(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쇠고기에 대한 일시적 수입중단조치 등을 할 수 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검역주권을 위해 수많은 시민이 촛불을 들고 심지어 기소까지 당하며 만든 법이다. 정부는 19일 미국산 소고기 수입 중단을 하지 않은 채 3% 검역하던 것을 30%로 확대하겠다고만 했다. 언론은 이 역시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 20일 JTBC 보도화면 갈무리
▲ 20일 JTBC 보도화면 갈무리

농림부 고시에 따르면 30개월 미만 소만 수입하기로 돼있다. 역시 2008년 촛불의 힘으로, 광우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30개월 미만 소를 수입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 육류수출업자들의 배려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지극히 미국 업자들의 주관적인 잣대로 한국 소비자 안전이 결정되고 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정부가 이에 대해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5번째 광우병 소 발견에 대해 역학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 교수는 “미국 정부가 역학 조사를 끝내기도 전에 안전하다고 하는 한국 정부 태도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는 2012년 브라질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수입을 중단한 바 있고, 2015년 다시 광우병이 발생해 현재까지 수입 중단 조치가 유지되고 있다. 둘다 비정형 광우병이었다. 2015년 2월13일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는 검역을 중단했다. 다른 나라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수입·검역을 중단하지만 미국만 예외로 두는 건 모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사실 미국의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이력추적제가 없어 어느 농장에서 어떤 사료를 어떤 소들과 함께 먹었는지 알 수 없고, 치아마모상태(치아감별법)로는 나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어렵다. 우석균 실장은 “미국에서 2012년 광우병 발생했을 때 두 군데 농장을 봉쇄조치 하고 역학 조사를 했지만 광우병 소가 낳은 새끼가 어디로 갔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흡하더라도 역학조사를 기다려야 하는데 현 정부는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흘리고 검역 비율 일부를 수정하는 것으로 언론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자들, 선진국도 가만 있는데 왜 우리만 수입·검역중단?

2012년 브라질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브라질 측은 ‘비(非)정형 광우병’이라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국민 안전을 고려해 즉각 수입 중단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MBC ‘PD수첩’ CP였던 조능희 MBC PD는 “2015년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 한국 정부는 즉각 수입을 중단했고, 캐나다 정부의 역학조사-한국 현지 조사단 파견-가축방역협의회 개최-축산물심의위원회 개최 등 4단계를 거쳐 수입을 재개했다”며 “브라질, 캐나다 사례가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국가들이 미국 소에 대한 수입 중단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지점에 대해 “일본·캐나다 등 선진국들은 자신들도 광우병 발생 국가이거나 수출국이라 한국과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고, 우린 국민 안전에 대한 원칙을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8년부터 광우병을 취재해 온 기자들이 일선에서 물러나 현재 사건을 취재하는 언론인들이 어려운 용어에 부딪히고 2008년 상황에 대한 이해부족 등으로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는 것 아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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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변호사는 “우리는 광우병에 대한 공포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정부의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우리 법의 수입 위생 조건, 세계 통상법에서 인정하는 잠정 수입 조치를 해달라”고 강조했다. 우석균 실장은 “대만은 미국 정부와 협의 없이 수입금지 품목에 11가지를 넣었다가 5가지를 해제하는 등 스스로 고쳤지만 WTO에 제소 당하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가 미국과 협의 없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들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우병은 왜 발생하는가?

광우병의 주 원인은 인간이 먹지 않은 소의 일부 부위를 소에게 먹이는 데 있다. 홍하일 수의사는 이날 사료 정책 변화와 함께 광우병 발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국에선 소를 ‘버릴 것 없이’ 먹는다. 하지만 서구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버리는 부분을 큰 통에다 염산을 넣고 압력을 가했다. 부산물에서 아미노산이 녹아 나왔다. 양잿물로 중화한 뒤 아미노산만 추출한 게 육골분이다. 1970년대 에너지 파동으로 온도와 압력을 조금 낮춰 육골분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것을 먹은 소들이 광우병에 걸리기 시작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은 다른 동물에 들어갔을 때 주로 뇌나 척수를 파먹으며 증식한다. 심지어 인간에게도 감염이 되는 것이다. 영국에선 1988년, 미국에선 1998년 이전에는 소의 육골분(동물성사료)을 소에게 먹였다. 그러다 동물성사료금지조치를 취해 소에게 먹이는 건 금지하고 대신 돼지나 닭에게 먹였다. 광우병 발생 속도는 줄었지만 여전히 광우병이 발생했다. 다른 동물에 먹여도 다시 돼지나 닭의 부산물로 육골분을 만들어 소에 먹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영국에선 1990대 중반, 미국에선 2004년 2단계 조치가 나왔다. 모든 농장동물에 광우병 위험물질(주로 뇌·척수)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는 조치였다. 뇌나 척수에 90%정도의 프리온이 있긴 했지만 근육 등 살코기에도 프리온은 붙어있었다. 광우병을 막지 못했고, 모든 농장동물에 육골분을 주지 말자고 했고, 광우병이 급격하게 줄었다. 전문가들이 유럽처럼 동물성 사료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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