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측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사고 있는 최순실씨(61·구속기소)가 ‘삼성 뇌물 재판’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재판은 맹탕으로 끝났다. 최씨는 증인신문 동안 증언은 거부하고 특검을 향한 비난만 쏟아냈다. 국정농단 핵심 연루자들이 사건 실체 파악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씨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제45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특검 측 신문이 40분 가량 진행됐으나 최씨는 모든 질문에 증언을 거부했다.

최씨는 검찰 측 신문이 시작되자마자 “우리 딸 유라를 새벽 2시부터 아침 9시까지 어디에 유치했느냐”고 따져물었다. 최씨는 “본인 자진으로 나왔다해도 위법한 증인채택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유라 왜 갑자기 데리고 나왔느냐. 특검을 믿을 수가 없어 증언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특검이 정씨를 ‘제2의 장시호’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검 측 신문에 “저희 딸 데리고 가서 신문을 먼저 강행한 건 딸로 날 압박하기 위한, 제2의 장시호 만들기 위한 특검의 수법”이라며 “어미하고 자식 간인데, 제2의 장시호를 만드는 것에 끌려갈 수 없다”고 흥분에 찬 말투로 답했다.

특검이 ‘삼족을 멸한다’며 협박했다는 주장도 거듭 제기했다. 최씨는 “특검 때 두 가지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특검이 ‘박 대통령과 경제공동체라고 인정하라고 했고 특검 검사가 ‘삼족을 멸한다’고 협박했다”며 “예전 임금님도 함부로 못하는 말들을 들었다”고 특검 측에 말했다.

▲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영장심사를 위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영장심사를 위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특검 측은 형사소송법은 포괄적 증언거부권을 인정하는 대신 개별 질문에 대해선 거부 사유를 소명해야 거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 40여 분간 신문을 이어 갔다. 침묵을 유지하던 최씨는 “계속 이렇게 고문식으로 해야 하냐”고 재판부에 제지를 요청했다.

최씨는 신문 도중 “사회주의도 아니고 박 대통령과 경제공동체라고 하는데 그런 특검과 무슨 얘기를 하느냐”며 “유라를 새벽 2시부터 9시까지 어디로 데려갔는지 왜 해명이 없냐. 그래서 진술거부한다. 특검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 답하기도 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최씨의 오전 공판은 증언거부권 행사로 두 차례 휴정을 지나 11시30분 경에 중단됐다. 최씨는 검찰 주신문과 별개로 삼성그룹 측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엔 증언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변호인단 신문은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재개된다. 특검은 최씨에게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에 응했으면 검찰 측 재주신문에도 응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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