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의원에게는 푼돈일지 몰라도 저 같은 알바들에게는 한달 혹은 일주일에 중요한 생활비다. 그것을 제대로 못 받으면 며칠을 제대로 끼니도 못먹고 김밥이나 컵라면을 먹는 생활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알바에게 임금은 생활비를 넘어 인권이다.”(알바노조 김지수 조합원)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했던 “알바비를 떼여도 고발하지 않는 것이 공동체 의식”이라는 취지의 발언에 분노하고 나섰다. 이들은 국민의당에 이 의원의 사퇴와 징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는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이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 사퇴와 이 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알바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실제로 임금 체불을 겪은 사례를 소개하며 ‘공동체 의식’에 의해 체불을 감내했던 것이 아니라 “잘릴까봐 무서워서 말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바노조 소속 김지수 조합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했던 당시 임금 체불 경험을 소개하며 “사장과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공동체 의식 때문이 아니라 제가 잘릴까봐, 먹고 살기 위해 감히 무서워서 말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수 조합원은 “주휴수당은 받지 못했고 정산이 안 맞는다며 깎인 임금은 월 8만원에서 10만원 가까이 됐다”며 “부모님으로부터 생활비 안 받는 상황에서 저에게 1만원 비는 것도 생활이 턱턱 막힌다. 생활비가 40~50만원 선인데 (임금체불로) 약 4분의1 정도가 날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알바로 몇십만원 벌어서 한달 겨우 사는데, 알바비만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면서도 “당시 (임금 체불을 사장에게) 말할 수 없었던 건 사장과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공동체 의식 때문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제가 잘릴까봐 무서워서 말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한 “그 패배감을 느꼈던 기억을 이언주 의원은 공동체 의식 때문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무기력감을 느끼고 분노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알바노조 소속 김지수 조합원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언주 의원의 발언을 규탄했다. 사진=차현아 기자.
▲ 알바노조 소속 김지수 조합원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언주 의원의 발언을 규탄했다. 사진=차현아 기자.
알바 노동자들이 임금을 체불당해도 하소연도 못하고 감내하는 현실이 크게 놀랍지 않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김한별 알바노조 인천지부장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나쁜 일자리 경험하는 것이 좋은 경험이라는 식으로, 알바가 처한 열악한 환경이 당연하다는 듯 얘기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며 “김무성 전 대표와 이언주 의원이 말하는 이상한 ‘미덕’ 때문에 알바 노동자들이 말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 작은 카페에서 일년 간 일한 경험이 있는데, 최저임금도 안 지켜졌고 주휴수당은 먼 얘기였다. 체불임금은 끝내 받지 못했다”며 “당장 교통비가 어려운 조급한 상황이었음에도 그런 걱정 안해도 되는 사용자의 주머니를 먼저 걱정했던 것이 당시 스무살 저의 생각이었다. 이렇게 (사용자를 걱정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 국회의원들이 있는 것이 비참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국민의당 관계자에게 이언주 의원 징계요구 촉구 서한을 전달했다.

이언주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지자 해명자료를 내어 “노동자가 임금을 체불해도 사장을 생각해서 노동청에 신고하지 않는 것이 공동체 의식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라며 “저의 경험에 비춰 사장이 망하니 월급 달라고 할 데가 없고 법적으로 대응해도 실익이 없다, 서로 약자끼리 괴롭기만 할 뿐이다, 그러니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며 ‘내 소득만 오를 것’이라는 생각보다 공동체를 함께 생각하자는 주장을 하는 맥락에서 임금 체불에도 신고하지 않았던 것을 공동체 의식이라고 표현했다는 해명이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은 “(이언주 의원의 발언은) 아무리 해석을 해도 알바들의 희생정신을 발휘하는 것이 공동체 의식이라는 맥락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상생을 강조하더라도 그게 알바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은 아니어야 한다. 이 의원의 발언은 그렇게 해석될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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