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하자 위원 구성을 두고 조중동과 매일경제 등이 “비전문가”라거나 “불공정하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위원장이 노무현 정부 당시 진보성향 대법관”, “위원들이 원전 비전문가”, “문재인 대통령이 고집을 꺾을 생각이 없다”, “이미 다 정해놓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쓰며 집중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무조정실 측은 “그럼 시민들에게는 이를 듣고 말할 기회도 주지 말라는 것인가”라며 “전문가가 하면 따르라는 주장은 타당하냐”고 반박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4일 오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위원장과 위원을 위촉했다. 위원장에는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인 김지형 변호사가 위촉됐다. 

김지형 위원장에 대해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대법관을 역임한 법률가로, 균형감각을 갖춘 법조인으로서 신망과 덕망이 매우 두텁다”고 평가했다. 홍 실장은 김 위원장이 이후에도 ‘삼성전자 반도체질환 조정위원회’ 위원장,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는 등 사회적 갈등해결과 공익적 사회가치 확대를 위해 활동해왔다고 소개했다.

홍 실장은 위원으로 인문사회 분야 김정인 수원대 교수와 류방란 한국교육개발연구원 부원장이, 과학기술 분야로는 유태경 경희대 교수와 이성재 고등과학원 교수를 위촉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조사통계 분야 위원으로는 김영원 숙명여대 교수, 이윤석 서울시립대 교수가 위촉됐으며, 갈등관리 분야는 김원동 강원대 교수, 이희진 한국갈등해결센터 사무총장이 선정됐다고 홍 실장은 전했다.

홍 실장은 위원 구성 경위에 대해 “공론화위원회 위원 8명은 총 29명의 위원 후보군을 구성했으며 1차 후보군에 대해 원전 찬반 대표기관들이 12명에 대해서 제척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이분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 중에서 전공, 성별, 세대 등을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8명의 위원을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25일자 3면 머리기사 ‘에너지 전문가 한명도 없어… “왜 뽑혔는지 모르겠다”는 위원도’에서 “문재인 정부가 24일 발표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는 원전 등 에너지 관련 전문가들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썼다. 특히 조선은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에 대해 “노무현 정부에서 대법관을 지낸 진보 성향”이라며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2005년부터 6년간 대법관을 지낸 김 위원장은 당시 진보 성향의 소수 의견을 많이 낸 김영란·이홍훈·박시환·전수안 대법관과 함께 ‘독수리 5형제’ 대법관으로 불렸다”고 평가했다. 조선은 “현재 민변 소속 변호사 등이 많은 법무법인 지평의 대표 변호사로 있다”고 보도했다.

▲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장이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장이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들으면 탈(脫)원전 고집을 접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 분명하다”며 “공론화위원회는 정부 뜻대로 움직일 것이고, 위원장도 노무현 정부 시절 중용된 진보 법관 이른바 ‘독수리 5형제’ 중 한 명”이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에너지 구성은 전문 지식과 여러 고려 사항들 사이의 최적 균형을 찾아내는 고도의 안목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시민배심원들이 상식만 갖고 감당해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조선 뿐 아니라 매일경제도 25일자 3면 머리기사 ‘비전문가에 맡겨진 신고리 운명…국가갈등 인기몰이식 해결?’에서 “대통령이 앞장서서 탈원전을 외치는 상황에서 위원회가 과연 얼마나 공론화 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으며, 위원회가 짜놓은 틀 안에서 시민 배심원단이 객관적인 결론을 낼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매일경제는 “200~3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민 배심원단의 성향을 일일이 파악해 제척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여주기’ 절차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원자력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어 “결국은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기댄 '인기몰이'식으로 진행될 게 뻔하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짜 사설에서 “공론위는 첫발을 떼기도 전부터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있었다”며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선거 전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을 공약했고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일시 중단’까지 유도함으로써 대통령의 선호를 세상에 분명히 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공론화위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이를 뒷받침한 국무회의 결정에 따라 구성됐지만 원전 공사 중단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의 ‘문재인정부의 졸속 원전정책 진상규명 및 대책마련 특위’는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제왕적 명령을 받들기 위한 정체불명의 기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중립적 인사로 구성했으며, 정부가 이런 위원회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심층적으로 듣고 결정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국무조정실 담당 관계자는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공론화위원장이 진보성향 판결한 것이 신고리 5, 6호기 공사중단 결정 논의과정에 중립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느냐”며 “대법관에 삼성전자 반도체질환 조정위원회 등의 역할을 해온 분은 이념을 떠나 우리 사회에 꾸준히 기여해왔는데, 단지 진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찬반 양측의 주장을 수용하는 과정을 관리하는 위원회이기 때문에 중립적인 인사를 선정하다보니 당연히 원전 전문가가 아닌 인물로 구성된 것”이라며 “그래도 원전 전문가는 아니지만 조사통계, 갈등관리, 과학기술, 인문사회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돼, 위원회를 관리하는데 있어 비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2017년 7월25일자 3면 머리기사
▲ 조선일보 2017년 7월25일자 3면 머리기사
국가 대사를 공론화를 통해 정하는 게 맞느냐는 동아일보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처분을 하는 합의된 행정기관은 법률에 근거하지만,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심층적으로 토론한 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위원회 의견을 토대로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향후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행정부가 해나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배심원 상식으로 에너지 문제를 감당 못할 것이라는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소중하고, 그 의견도 들을 수 있도록 할 것이고, 그런 기회를 얻은 전문가들이 배심원단을 설득하면 되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일반 시민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의견 수렴할 기회조차 주지 말아야 하는 것이냐. 전문가가 결정했으니 따르라고 하는 것은 맞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시민참여 공론화의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성공사례가 없다고 사회적 합의 도출 노력도 하지 말라는 것인가”라며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국가의 갈등을 인기몰이식으로 해결하게 될 것이라는 매경 주장에 대해 “인기몰이식라는 게 뭐냐. 어느 쪽에 서서 봐야 인기몰이라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결정되면 어느 결과든 따르겠다고 했기 때문에 예단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지형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장은 24일 브리핑에서 ‘공사 중단 여부의 전문가 중심 결정론’에 대해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면서도 “행정작용에서 청문절차는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민이나 이해관계인, 전문가 등의 참여, 의사소통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절차”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전문가들은 이 기회에 전문적인 지식을 토대로 해서 시민을 설득할 책무가 있다”며 “최선을 다해서 비전문가인 시민들을 설득하고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의 모든 정책이나 작용은 시민을 향하고, 시민이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라며 “시민들은 전문가를 통해서 사안을 정확하고 세밀하게 이해하고 이에 따라서 평소 갖고 있던 막연한 생각에서 벗어나서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 지난 3일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사진=연합뉴스
▲ 지난 3일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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