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약속과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 모호한 답변을 내놨던 문무일 검찰총장이 “부정부패 수사와 사회의 구조적 비리 수사에도 엄중하게 대처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25일 취임사를 통해 “무엇보다 헌법가치와 법질서를 수호하는데 우리의 노력을 집중하여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총장의 입장은 지난 청문회에서 내놓은 발언과 비교해 원론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청문회에서 문 검찰총장은 공수처 설치에 대해 “공수처와 관련된 찬반 의견이 있고 여러 방안들이 있는데 입장을 서둘러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경찰에 수사권을 나누는 방향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으므로 더욱 논의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공수처를 신설하고 수사권을 경찰에 나눠 검찰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국정과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문 총장이 검찰조직을 애써 보호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 총장은 대신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로 국민들은 내부 비리, 정치적 중립성 미흡, 과잉수사, 반성하지 않는 자세 등을 꼽고 있다”면서 자제 내부 개혁에 방점을 둔 방안을 제시했다.

문 총장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수사하면서도 지나치지도 덜하지도,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최대한 들으며 존중하는 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며 형사소송법 원칙을 지키고 기록 공개화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비효율적이며 지루한 문답식 진술 중심의 수사방식에서 벗어나 물적 증거, 분석자료, 간명한 진술 중심의 효율적이고 기품 있는 수사를 통해 수사당사자로부터 공감까지도 이끌어 내어 보자”고 말했다. 검찰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 받아온 불투명한 강압 수사 방식에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총장은 특히 “우리의 업무와 전후방으로 직접 관련되어 있는 사법경찰과 법원, 변호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며 “형사사법에 종사하는 분들은 모두 범죄로부터 국가 공동체를 방어하는 동반자이자 협업의 상대방”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독점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경찰에 수사권을 주는 방향으로 정부가 논의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입장 없이 경찰을 예로 들어 협업 수준의 당사자라고 표현한 것이다.

문 총장은 또한 “우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 검찰수사와 결정에는 검사만이 간여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의 원칙과 정신을 국민에게 자신 있게 내보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 정치적 독립을 강조한 말이지만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에 대해 끝까지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24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24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다만 문 총장은 “공동체의 안전과 행복, 인권보장이라는 공동 목표를 이루는 데 어떠한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지 우리부터 마음을 열고 다가가자”며 여지를 남겼다.

문 총장은 이 같은 방안을 “투명한 검찰, 바른 검찰, 열린 검찰”로 명명하며 “이를 통해 보다 많은 호응 속에서 우리 검찰의 본연의 가치를 완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다. 저부터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날 취임식은 일반국민과 범죄피해자, 유관기관 관계자, 검찰 구성원들이 검찰에 바라는 목소리를 듣는 영상으로 시작해 문 총장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권위적 조직문화 탈피의 일환으로 취임식장에서 도열하여 진행되던 개별 신고도 폐지하고 대검, 재경, 수도권의 소수 간부만 참석하기로 했고, 법무부 탈검찰화 방침에 따라 법무부 간부도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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