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지역 라디오 방송사 경인방송(iFM, 대표 권혁철)이 아나운서 A씨(37세)를 해고했다가 최근 이를 철회했다. A씨가 육아휴직을 다녀온 이후 아나운서 역할을 맡지 못했고, 이를 두고 회사와 갈등하던 중 발생한 해고였다. 

출산(2015년 8월)을 몇 달 앞두고 건강이 악화된 A씨는 77일 무급병가, 3개월 출산휴가, 1년 육아휴직을 사용한 뒤 2016년 9월말 복직했다. 회사 측 주장으로는 ‘업무대기 상태’, A씨 주장으로는 ‘업무배제 상태’가 이후 3개월 이상 이어졌다.

A씨는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2008년 입사 이후 몸이 아파도 대체할 사람이 없어 내가 뉴스를 진행해왔는데, 복직 이후엔 내가 있는데도 진행경험이 부족한 기자·리포터 등이 대신 뉴스를 했다”는 근거를 들었다. 경인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사내에서 육아휴직을 다녀와 정규직으로 복직한 직원은 A씨가 처음이었다.

▲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회사는 통상적인 업무대기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권혁철 경인방송 대표는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전 직원이 40여명 되는 작은 방송사에서 육아휴직 갔다고 아나운서를 또 뽑을 수도 없었고 복직했다고 바로 일을 주기 어려웠다”며 “(2016년 11월) 개편 때 투입하려 했지만 개편이 안 돼서 일을 주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회사는 A씨에게 인력운영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회사 사정을 고려해 조기복직을 요구했고, A씨의 사정을 고려해 프리랜서 전환을 요구했지만 A씨는 이를 사실상 퇴사종용으로 이해했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복직 3개월쯤 뒤인 지난해 12월, 권 대표와 A씨의 대화 녹음파일에 따르면 권 대표는 A씨를 향해 “자기 정규직이라는 권리만 놓기 싫은거야. 느그(회사)는 죽거나 말거나 나는 모르겠다. 그리고 나서 ‘나는 회사 왔어요. 일감주세요. 월급은 당연하고요.’ 톡 까놓고 얘기해서 내가 니한테 죄졌나? 일감 만들어줘야 하고. 내가 뭔 죄를 져서 그래야 하나”라고 말했다. 

24일 인터뷰에서도 권 대표는 “(A씨가 원하던) 음악 프로그램 두시간 정도 진행하는 프리랜서로 바꾸면 급여나 신분보장 이런 건 확실하게 보장을 해주려고 했는데 얘기가 잘 안 됐다”며 “(회사를) 좀 도와주지, 그걸 못 도와주나 싶어 (A씨가) 괘씸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12일 회사는 A씨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회사는 ‘A씨가 이직·퇴사한 사람들이 경영진에게 불이익을 받아 퇴사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A씨가 비서직원을 괴롭혔다’ 등 두 가지 사유로 A씨를 인사위에 올렸다. A씨는 “육아휴직 후 업무배제를 문제 삼으니 과거 다른 일을 가지고 징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음날인 13일 A씨는 주의각서 징계를 받았고, 회사는 채용사이트에 아나운서 모집공고를 냈다. 신규채용 접수 마감일인 17일, A씨는 ‘경영국 대기발령’을 받았다.

A씨는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라며 구제신청을 냈다. 2월10일 A씨가 경영진과 대화를 녹음해 지노위에 제출한 사실을 회사가 알게 됐다. 같은달 13일 2차 인사위 징계결과 중 하나인 각서제출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3차 인사위가 열렸다. 다음날인 14일 A씨는 당시 경영팀장에게 “14일자로 자택대기 인사조치하고 해고예고 통보하며 3월16일부로 해고됨을 알린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지난 3월 A씨는 회사에 해고무효·징계취소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약 3개월 뒤인 지난달 22일 회사는 A씨에 대한 해고를 취소하고 복직을 요청했다. 대표이사 명의로 “(A씨가) 회사로의 복귀를 간절히 원하는바 회사는 이를 수용해 7월1일자로 귀하의 원직복직을 허락, 정상출근토록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 인천에 위치한 경인방송
▲ 인천에 위치한 경인방송

권 대표는 “해고를 한 게 성급했다는 걸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 녹음을 지노위로부터 받고 인간적으로 배신감을 느꼈다”며 “징계기간 중에 이런 폭탄(녹음)이 나와 오버해서 해고하게 됐는데 나중에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회사 측이 징계해고를 위한) 단계를 거치지 않아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A씨를 복직시켰지만 해고기간 약 3개월(3월16일~7월초)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현재 소송은 징계취소와 해고무효에 따른 미지급 임금을 두고 진행 중이다.

회사는 복직 이상의 관계개선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권 대표는 “화해의지는 없다”며 “(A씨가 허위사실 유포 등을)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직한 A씨는 다시 경영국 대기발령 상황이다. 지난 21일 경영진은 A씨에게 시사프로그램을 맡길지 논의 중이었다.

권 대표는 “(A씨에게) 시사프로에 발령 내려는데 금요일(21일) 아침 미디어오늘에서 전화가 왔다”며 “잘해보려고 기회를 주려했는데 무너진 것”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이 취재요청을 해 A씨 발령을 취소했다는 뜻이다. A씨는 “구두로 ‘신규사업팀에 가서 송도세계문화관광축제 준비를 도우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육아휴직 후 가했던 부당처우를 인정하고 공식 사과할 것’, ‘휴직 전 본래 업무인 방송진행에 복귀시킬 것’, ‘부당징계로 미지급한 급여 및 수당에 대해 지급할 것’ 등 세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선 안 된다.

A씨는 “아이 하나 갖는 게 이리 어렵다면 아이를 또 가질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정부에서는 아이를 낳도록 장려하고 있는데 난 왜 이런 대우를 받으며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하나 하는 상대적 박탈감과 속상함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경인방송에서 육아휴직을 가면 회사를 떠나는 상황이 반복됐는데 후배들이 이런 일을 겪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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