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가 매년 퀴어 퍼레이드와 관련해 성소수자 혐오적 보도를 반복하고 있다. 종합일간지인 국민일보가 수년간 이런 보도를 내보내며 사실상 ‘반성소수자 운동’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매년 성소수자 혐오적 보도를 해온 국민일보는 올해 퀴어 퍼레이드의 준비기간과 개최기간인 6월~7월에만 21건의 퀴어 퍼레이드 반대와 관련한 보도를 내보냈다. 특히 7월14일 개막한 퀴어 퍼레이드와 관련해 현장기사를 9신이나 줄지어 보도했다. 보도내용은 대부분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발언이 포함된 기사이며,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보도였다.

7월15일 국민일보의 현장기사는 ‘박원순 시장 위촉 인권위원들 퀴어 축제서 동성애 적극 두둔’, ‘서울광장에 또다시 등장한 반나체 여성’, ‘속옷 차림과 욕설 나오는 퀴어 거리 행진... 놀란 시민들’,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기독교인들 동성애 반대 행진’과 같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거나 △퀴어 퍼레이드를 음란한 이미지와 연결해 보도하거나 △동성애 혐오 집회를 두둔하는 내용이 다수를 이뤘다.

이 기사들에는 군대 내 ‘성소수자 색출법’이라고 비판받고 있는 군형법 92조의6법안을 “항문성교를 처벌하는 법”이라고 표현하고, 퀴어 퍼레이드에 반감을 가진 시민들의 반응만 취재해 보도했다.

▲ 올해 국민일보의 '퀴어 퍼레이드' 관련 보도.
▲ 올해 국민일보의 '퀴어 퍼레이드' 관련 보도.
또한 퀴어 퍼레이드에는 다양한 시민들이 참석해 축제를 즐겼으나, 국민일보는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놀란 눈치였다. 어린 소녀가 동성애자들의 선정적인 안무를 놀란 듯 지켜보자 소녀의 오빠로 추정되는 10대 중반 추정 소년이 보지 말라며 손을 잡아끌었다”, “시청역에서 나온 20대 남성은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냐’며 ‘앞으로 갈 수가 없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종로 거리를 걷던 50대 여성 3명은 뭐하는 거냐며 수군거리기도 했다”는 식으로 축제에 반감을 가지거나 축제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의 인상만 나열했다.

국민일보 보도의 문제점은 성소수자 혐오적 표현이 다수 포함됐다는 것 외에도 축제에 참가자들의 사진을 올리고, 이를 ‘음란한 복장’이라며 비판하는 방식에도 있다. 국민일보는 9신의 현장기사에서 계속해서 축제 참가자들의 옷차림과 신체를 묘사하는 보도를 했다. 기사에는 “동성애자들이 퀴어 축제에서 선정적인 복장을 하고 춤을 추면서 거리를 행진했다”, “속옷을 입은 남성의 신체 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성행위를 암시한다는 이유로 TV에서 방송 금지된 ‘쩍벌춤’을 추는 동성애자들도 눈에 띄었다”, “한 남성 외국인은 붉은 속옷을 입고 거리를 걸었다” 등이 대표적이다.

보통 집회 참가자들의 초상권 침해는 인정되지 않지만, 국민일보 보도처럼 “특별히 피촬영자를 모욕하거나 비방할 목적으로 촬영이 이뤄진 경우에는 면책되지 않는다”(2009가합81994)는 판례가 있다. 또한 모자이크를 했다고 하더라도 언론사가 동의 없이 촬영한 경우, 이처럼 참가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사진을 게재한 경우에는 면책이 되지 않는다.

▲ 국민일보는 퀴어퍼레이드 당일 현장 기사를 9신까지 내보냈다.
▲ 국민일보는 퀴어퍼레이드 당일 현장 기사를 9신까지 내보냈다.
올해 퀴어 퍼레이드를 취재한 인터넷 언론의 한 기자는 “최근 언론사들은 매년 수 만 명이 참가하는 퀴어 퍼레이드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들과 이를 즐기는 시민들을 영상 등으로 재미있게 다루는데 집중하는데, 국민일보는 소수 동성애를 혐오하는 세력들만 좋아하는 기사를 생산하는 것 같다”며 “국민일보의 저널리즘 질적 차원에서도 손해 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의 이러한 성소수자 혐오 보도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2016년에는 축제 주최 측에서 무분별한 성소수자 혐오 보도로 인해 국민일보 등 30여개의 언론사를 ‘취재 거부 언론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국민일보는 ‘다시는 음란행위 보기 싫다!, ‘서울광장서 남성 간 성행위 묘사 음란물 무료 배포됐다’ 등의 현장기사를 작성했고, ‘탈 동성애자’ 인터뷰를 통해 “동성애는 명백한 죄”, “동성애는 중독이며 쾌락의 정점”이라는 식으로 동성애 혐오 표현이 담긴 보도를 내보냈다. (관련기사: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언론, 쫓겨날 만했네)

2015년에도 국민일보는 ‘긴급진단-퀴어문화축제 실체를 파헤친다: 서울시, 동성애축제를 건전 문화 활동 인정’ 등의 기사를 통해 “동성애자들은 ‘에이즈·성매개 감염병 건강진단 대상자’와 함께 감염위험집단으로 분류돼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HIV 감염은 성정체성에 관계없이 HIV 감염인과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할 때 전파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같은 해 국민일보는 퀴어문화축제 관련 기획기사를 통해 동성애자들의 행사가 “미풍양속에 위배되고 혐오감을 준다”면서 서울시와 대구시의 퀴어문화축제 시설 사용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관련기사: 동성애로 에이즈 확산? 국민일보의 차별적 보도)

▲ 국민일보 2014년 보도.
▲ 국민일보 2014년 보도.
국민일보의 퀴어 퍼레이드에 대한 혐오 보도는 2014년부터 시작됐다. 2014년 6월9일 국민일보가 보도한 ‘반나체 거리 활보, 동성애자 집회 이래도 되나’ 기사는 “동성애는 비정상적 성형태라고 생각한다”, “신촌에서 ‘빤스’카퍼레이드라니 말이 됩니까”, “동성애자들은 에이즈감염 고위험군에 속한다, 이런 폐해를 숨긴 채 반나체로 거리를 활보라고 프리허그를 하며 동성애를 홍보하고 선전하는 행사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반동성애 집회 참가자들의 말들을 그대로 인용했다.

국민일보는 2013년 이전에는 퀴어퍼레이드에 대한 비판보다는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동성애 결혼 반대에 대한 기사를 작성했다. ‘창조섭리 거스른 미국 결혼보호법’(2013년6월29일), ‘국민 10명 중 7명, 동성애는 비정상적 사랑’(2013년 5월31일), ‘동성혼 조장 차별금지법안 임시국회서 폐기를’(2013년 4월10일), ‘심상치 않은 동성애 흐름’(2013년 3월20일)등의 보도가 대표적이다.

이나라 행동하는성소수자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국민일보는 ‘퀴어 퍼레이드’ 관련 기사를 넘어 성소수자 이슈 전반에 혐오 보도를 계속해오고 있다”며 “사실상 언론이 반성소수자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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