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민영통신사 뉴시스에서 선배가 후배를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뉴시스 15기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정당팀 김아무개 차장은 국회 부스 안에서 후배 기자의 정강이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리며 욕을 했다. 귀를 잡아당기거나 가슴과 허벅지를 꼬집기도 했다. 

당시 뉴시스 한 간부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폭력은 불법행위다. 일을 못하면 단계적으로 징계수위가 올라가는데 훈육차원을 넘어선 것 같다”고 말했지만 “도제식 교육이 옳다는 건 아니지만 기자 사회 특수성을 감안하면 어느정도 감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론계 내 폭언과 폭행은 오래 전부터 문제로 지적돼왔지만 여전히 ‘관행’으로 남아있다. 최근 조선일보 한 기자는 익명앱 ‘블라인드’에 “편집국에서 하늘같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귀하’ 라는 호칭을 써주시는 것은 감사한 일”이라며 “하지만 우리가 진정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가 의문”이라고 썼다. 

이어 이 조선일보 기자는 “간부들은 ‘한놈’만 깬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사실은 주변에 있는 귀 달리고 눈 달린 모든 이들이 ‘피폭’ 되고 있다. 이는 기자들의 근로의욕을 저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회사에 대한 로열티마저 파괴한다. (중략) 회사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썼다. 

▲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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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에서도 폭언 관련한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서울신문 노보에 따르면 사업국 상사가 후배에게 “뺨을 한 대 쳐버리고 싶다. 뺨을 치는 게 아니고 내가 니 목을 자를 수 있다면 당장 자르고 싶다”며 “널 해고하는 거 말고”라는 막말을 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회사가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서울신문 사업국 직원은 “상사의 폭언, 공과 사를 넘나드는 부당한 업무지시, 폭력적인 의사결정을 언제까지 참아야하고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걸 제보하자니 회사 생활이 순탄치 않을 것 같고 이전 선배들은 다 겪은 일이라는데 나만 유별난건가”라고 노조에 털어놨다. 

수습기자에 대한 폭언은 ‘수습교육’ 이라는 이름으로 더 관대하다. 최근 연합인포맥스에서는 갓 수습을 뗀 기자가 퇴사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연합인포맥스 기자들에 따르면 해당 기자는 탈 수습 이후 아이템 발제를 제대로 하지 못 한다는 이유로 “O새끼” “씨O” 등의 욕설을 들어야 했다. 

근로기준법 8조(폭행의 금지)는 사용자는 사고의 발생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자에게 폭행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해당 8조의 ‘폭행’이 반드시 물리적인 폭행일 필요는 없다. 폭언을 수차례 반복하는 것도 폭행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기자들은 잦은 폭언도 폭력으로 규정되는 만큼 사내에서 이에 대한 징계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제보라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결국 피해자인 후배가 부서를 옮기거나 퇴사를 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내부의 과도한 노동과 기자들 간 욕설, 폭언 등으로 방송이 중단된 오마이TV의 경우, 사건 이후 노사가 함께 나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히 구분되지는 않지만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위원회도 열렸다. 

이승훈 오마이뉴스 지부장은 24일 통화에서 “업무강도가 높아지면 현장 지휘자가 강하게 몰아붙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며 “따라서 현장에서 무리한 취재지시나 초과노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휴식을 의무화하고 선배가 후배를 대하는 매뉴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의 경우 수습기자 매뉴얼에 “후배기자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 한 기자는 “요즘은 막말이나 폭언을 하는 선배는 전혀 없다”면서도 “하지만 그런 문구가 있다는 자체가 과거 수습기자들의 인권을 무시했다는 반증”이라고 꼬집었다. 

조선일보 노조는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노조는 최근 발행한 노보에서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아랫사람을 무시할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두려움은 존중에서 나온다”며 △상향식 평가 △편집국장 신임투표제를 예로 들었다. 

조선일보 노조는 “아무 권한없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기자와 평가권과 투표권이 있는 기자는 다르다”며 “윗사람이 바뀌기만 바랄 순 없다. 누군가 부당한 대우를 당하면 남의 일로 여기지 말고 노조에 알리고 공론화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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