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014년 5월 청와대와 길환영 전 KBS 사장의 보도 통제에 맞서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섰던 권오훈 전 언론노조 KBS본부장을 포함한 집행부 및 조합원 9명에 대해 KBS가 내렸던 징계처분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지난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는 언론노조 KBS본부가 KBS를 상대로 제기한 정직처분 등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이아무개씨(조합원)를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들(8명)이 출근길 투쟁 당시 업무방해·폭력으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면서도 사장 퇴진 요구 과정 중 폭력 행위 등은 우발적인 행동이었기 때문에 징계처분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공정방송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행위에 대해 형사 재판부에선 벌금형이 선고됐지만, 민사 재판부에선 사측 징계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려 주목할 만하다.

‘KBS 사장 출근 저지투쟁’ 관련 검찰은 지난 2월 권 전 본부장 등 8명에게 업무방해 및 폭력행위 등을 이유로 징역형을 구형해 논란이 됐고, 지난 3월 법원은 권 전 본부장에게 벌금 10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지난 2015년 7월15일 조대현 당시 KBS 사장은 권 전 본부장에게 정직 4월 징계를 내리는 등 KBS본부 조합원들에게 정직 및 감봉 징계를 내렸다.

▲ KBS 양대노조(KBS노동조합·언론노조KBS본부) 조합원들이 2014년 5월 길환영 KBS 사장 저지 투쟁에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 KBS 양대노조(KBS노동조합·언론노조KBS본부) 조합원들이 2014년 5월 길환영 KBS 사장 저지 투쟁에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을 통해 “KBS는 국가기간방송사로서 국민들로 하여금 최대한 언론의 자유를 향유하게 하고 건전하고 민주적인 여론을 형성해 이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하며, 방송종사자의 제작활동에 대한 방송경영진의 부당한 지시나 개입으로부터 방송종사자를 보호하는 절차와 방법 등을 마련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원고(KBS본부 조합원)들은 방송의 자유를 실현하는 주체이자 공정방송의무의 부담주체로서 방송의 공정성과 자율성이 침해될 우려가 발생하는 경우 방송의 공정성과 자율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명시했다. 출근저지투쟁이 정당했다는 의미다. 

KBS본부는 24일 성명을 통해 “‘정연욱 기자의 부당 인사 발령’, ‘인천상륙작전 부당 취재 지시 거부 사건’ 등 법원의 판결문은 일관되게 ‘경영진의 부당한 지시나 개입으로부터 방송종사자를 보호’해야 하고, ‘방송의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지키는 것은 방송종사자의 권리이자 의무’임을 확인하고 있는데 방송의 기본, 저널리즘의 원칙을 사측 경영진만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사측은 판결문에 적힌 판사의 주문과 의도를 잘 파악하고, 이번 징계무효 판결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항소를 포기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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