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해 ‘5대 비리 끝판왕’이고 중립적 인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청문 보고서 채택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위원장들의 정치 편향성 논란이 불거져 언론 장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을 때 문제가 없다며 감쌌던 과거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 모순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절대 부적격 끝판왕이며 5대 비리 전관왕”이라며 “정파성·편파성 있는 언론관을 가져 절대 부적격”이라고 밝혔다. 이어 “방통위에 방송 경영진 교체 권한이 없음에도 특정 공영방송에 적개심을 갖고 있다. 이 자체로 이 후보자는 절대 부적격자”라고 지적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에 대한 청문회 보고서 채택 시한은 25일이다.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현재까지 보고서 채택이 어려운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지속적으로 이효성 방통위원장의 언론 공정성을 언급하며 반대 여론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2일 자유한국당은 MBC PD수첩 제작진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다룬 아이템이 거부된 이후 제작거부에 들어간 것을 두고 “일각에선 지난 제2의 광우병 PD수첩이 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제작진을 두고 “민주노총 산하의 노조 조합원이라는 사실은 이해상충 문제에 해당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도 했다.

이어 “공영방송으로서 국민에게 미칠 영향과 파급효과가 막대한 만큼 MBC가 제작하는 모든 시사 프로그램은 특히 높은 균형성과 공정성이 요구된다”며 “이번 PD수첩의 한상균 위원장 관련 내용도 그런 위험성이 큰 만큼 2008년 광우병 보도를 재현하는 일이 있어선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1일에도 자유한국당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정권 출범 후 비리3종 세트, 부적격 신3종 세트 등 문제인사들이 난무했으나 게임 마지막 판의 보스 같은 인물이 등장했다”며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보자에게 쏟아진 의혹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또한 자유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이 후보자가 보여준 방송철학은 더욱 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없는 인물임을 보여준다”며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의 사장 거취 관련 발언 등 그동안의 편향된 정치적 성향만 보더라도 중립성을 훼손할 후보”라고 주장했다.

지난 21일에는 방송사들이 야당의 입장을 보도하지 않는 ‘편파적인 정부 홍보’를 한다며 ‘정권에 의한 방송독점’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KBS, MBC, SBS, 연합뉴스TV 등 4개 방송사는 약 1시간여의 생중계를 편성하여 국정운영 발표상황을 방송했다”면서 “국정과제의 허점을 지적하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입장은 전혀 방송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5시간의 정부 발표와 비교하여 야당 입장이 단 1분도 제대로 방송되지 않은 것은, 위법하고 불공정한 보도 편성”이라며 “정권에 의한 방송 독점”이라고 지적했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자유한국당의 이효성 방통위원장 임명 반대에는 MBC와 KBS ‘정상화’를 시사하고 나선 현 정부의 언론개혁 추진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정치 편향성 논란이 불거졌던 인사들이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언론장악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의 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최시중·이경재 방통위원장의 경우 정치 편향성과 언론 장악 논란이 불거졌지만 당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은 야당의 정치공세로 치부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을 도왔던 원로그룹인 ‘6인회’ 멤버로 꼽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치도구화’ 등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했다. 최 위원장은 임명 뒤 2008년 국무회의에 참석해 “쇠고기 협상의 경우 언론홍보나 대응에 미흡했다. 방송통신심위의가 곧 활동을 시작하게 되지만 사후심의가 아닌 사전에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1대에 이어 2011년 2대 방통위원장까지 역임했는데, 2011년 인사청문회 당시 부동산 투기, 증여세 탈루, 아들 병역특혜 등의 도덕성 문제까지 불거졌지만 임명됐다.

2011년 3월17일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최시중 당시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은 후보자 본인에 관한 것이 아니라 성인인 장남에 관한 것으로 내용도 ‘어거지식 의혹 부풀리기’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인사청문회 이후 논평(3월18일)에서는 “후보자도 야당이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해 큰 문제가 없음이 증명되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임명된 이경재 방통위원장 역시 ‘친박’ 핵심 인사로 분류돼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이 다시 실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2013년 4월10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심전심으로 멀리 있어도 텔레파시가 통한다”고 답했고, 유승희 의원이 “누가 봐도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말하자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조해진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2013년 3월26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방통위는 장관 한 사람이 부처를 이끌어가는 흔히 말하는 독임제 부처가 아니고 위원회 부처”라며 “위원 다섯 분이 합의제로 방통위를 이끌어가는데 그 중 두 분이 야당 당성이 굉장히 강한 야당 추천인사다. 여당 정체성을 가진 인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해진 의원은 당시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연거푸 무산되자 “(야당 의원들이) 정쟁에 혈안이 돼 이번에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경재 위원장을 임명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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