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마티즈 차량에서 연탄불을 피워 자살했다는 국정원 임모 과장의 죽음과 관련해 서울시 간첩 증거조작 사건 당시 국정원 권모 과장의 자살 기도와 흡사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임모 과장의 부친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들의 시신에서 얼굴 부위의 상처가 있었다며 타살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김상욱 전 국정원 직원은 “(임모 과장의 자살은)권 과장 사건을 벤치마킹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었다”고 주장했다. 김성욱씨는 국정원 댓글 선거 개입 사건을 최초 제보했던 인물이다.

김씨는 2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임모 과장과 권모 과장의 유서 내용이 죽음을 앞둔 이의 심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 자살 기도 방식이 같다는 점 등을 들어 “권 과장 사건을 벤치마킹해서 자살극을 벌이고 그 다음에 국회나 검찰 조사에서는 단기기억상실증으로 가려고 했었던 것이 사고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임모 과장의 유서에 자신의 자녀에 대해 애정을 표현하는 내용과 함께 ‘원장님, 차장님, 국장님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서 “그와 유사한 유서가 그 전에 있었다. 2014년 3월에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사건”이라고 말했다.

▲ CCTV 화면에 잡힌 국정원 직원의 마티즈 차량. 사진=경기경찰청 제공
▲ CCTV 화면에 잡힌 국정원 직원의 마티즈 차량. 사진=경기경찰청 제공
지난 2014년 3월22일 국정원 권모 과장은 경기도 하남시의 한 중학교 앞 승용차 안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된 바 있다. 조수석에는 철재 냄비에 재만 남은 번개탄이 발견됐다.

국정원은 연변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지목했지만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고 권모 과장은 증거 조작의 핵심 인물이었다.

권모 과장은 2013년부터 대공수사팀에 합류해 유우성씨의 위조된 출입경기록 발급확인서를 입수하는 등 증거 조작에 개입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자살을 기도한 것이다.

김성욱씨는 “증거조작 혐의를 받고 있던 권과장, 자살 기도를 했는데 (임모 과장이 자살했던 것과)똑같은 방식이었고 편지 내용도 ‘원장님, 대공수사를 훌륭하게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고 지적했다.

권모 과장은 자살기도로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려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결국 권모 과장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시한부 기소중지했다.

김성욱씨는 “실제 당시에 자살시도가 아니라 자살극 아니었냐 이런 얘기 많았다. 당시에 국정원이 유우성 서울시 직원을 간첩으로 조작한 사건이지 않느냐. 그 중에 권 과장은 중국에 출입국 기록을 조작했던 그런 직원이었는데 문제가 되자 본인이 자살을 시도하다가 발견된 걸로 해서 빠져 나갔다”고 말했다.

김씨는 임모 과장의 죽음에도 권모 과장의 자살기도와 흡사한 대목이 있다면서 “아마 권 과장 사건을 벤치마킹해서 자살극을 벌이고 그 다음에 국회나 검찰의 조사에서는 단기기억상실증으로 가려고 했었던 것이 사고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임모 과장은 자살 당시 국정원의 감찰을 받고 있었고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의 구매 담당자로 지목돼 국내 사찰 의혹의 중심에 서 있었다. 또한 시신 발견 시점에 국정원 직원이 현장에 있었다는 점, 경찰 신고가 아닌 119 신고로 소방관이 사고 현장에 먼저 도착했다는 점 등 여러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김씨는 임모 과장이 권모 과장처럼 의혹을 받은 핵심 당사자로 수면 위에 떠오른 상태였고, 자살 기도 방식이 비슷하고, 유서상 자살을 앞둔 내용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살극을 벌이다가 중간에 사고가 난 게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김씨는 “고인이 된 임 과장의 부인은 그 부친과는 달리 그 종이도 그거고(집에 있는 종이이고) 저희 남편의 필체가 맞고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기도는 했다. 그런데 그 기도가 기도로 그쳐야 되는데, 제 생각에는 아마 창문을 열고 닫는 과정이 잘못 되지 않았을까”라고 추정했다.

김씨는 “고인에게는 죄송한 얘기지만 앞으로 그런 일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되겠다는 면에서 명백하게 (진상이) 규명돼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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