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보도의 불공정성과 구성원에 대한 사측의 비난 성명에 부끄러움과 책임을 느낀 MBC PD수첩 팀장이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장겸 MBC 사장이 임명된 이후 처음으로 보직 간부가 사퇴한 것이라 주목된다.

PD수첩 팀장을 맡았던 장형원 시사제작3부장은 24일 MBC 사내 게시판에 “오늘 PD수첩 팀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장 부장은 MBC 보도본부 명의로 나온 지난 11일자 성명서와 19일자 뉴스데스크 보도에 대해 큰 실망감을 표했다.

MBC 보도본부는 언론노조 MBC본부를 상대로 ‘맞불’ 성명을 내면서 “보도본부 구성원들은 우리 뉴스와 우리 회사를 살리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소속 노조나 지향은 다를 지 몰라도, MBC를 정치선동의 도구로 삼고 김대업이나 광우병 보도처럼 국민을 속이는 방송을 다시 하자는 요구에는 한뜻으로 거부하는 것으로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 MBC PD수첩 제작진들은 24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PD들이 양심과 상식에 따라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고, 공정방송을 훼손하고 제작 중단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조 국장과 김 본부장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MBC PD수첩 제작진들은 24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PD들이 양심과 상식에 따라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고, 공정방송을 훼손하고 제작 중단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조 국장과 김 본부장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또 MBC 뉴스데스크는 19일자 리포트 “‘광우병 보도는 정당’… 이효성 발언 논란”을 통해 “(2008년 PD수첩 광우병 보도로 인해) 출범 1년도 안 된 이명박 정부는 레임덕에 빠졌다”며 MB정부를 두둔하고 PD수첩을 비난하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장 부장은 보도본부 성명과 뉴스데스크 리포트를 지적한 뒤 “(보도본부 성명서는) 2008년 PD수첩 미국 쇠고기 협상 방송을 국민을 속이는 방송이라고 호도했다”며 “같은 회사 프로그램에 대해 국민을 속이는 방송이라고 비판하고 ‘자해’하는 보도를 하는 것이 정상적인 언론사인가”라고 비판했다.

장 부장은 지난 21일자 시사제작국 명의로 나온 성명서도 문제 삼았다. 이 성명서는 PD수첩에 대해 “민주노총의 ‘청부’ 제작소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제작 거부를 선언한 PD수첩 제작진들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PD수첩 제작진들은 한국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아이템으로 기획했으나 사측은 “당신들(PD수첩 제작진들)이 당신들의 수장(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감옥에서 꺼내기 위해 아이템을 하는 것은 방송법에 저촉된다”면서 불허했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한 위원장의 이야기를 고리로, 한국의 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다루겠다는 제작 의도를 사측의 편향된 잣대로 재단한 것이다.

▲ “김장겸은 물러나라” 구호를 사내에서 외쳤다가 징계 위기에 놓인 김민식 MBC 드라마 PD에 대한 21일자 인사위원회가 또다시 정회됐다. 지난 13일 김 PD의 길어진 소명에 정회를 결정한 사측이 이번에도 정회를 선언했다. 김 PD가 인사위원회 직전 MBC 상암 사옥 앞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김장겸은 물러나라” 구호를 사내에서 외쳤다가 징계 위기에 놓인 김민식 MBC 드라마 PD에 대한 21일자 인사위원회가 또다시 정회됐다. 지난 13일 김 PD의 길어진 소명에 정회를 결정한 사측이 이번에도 정회를 선언했다. 김 PD가 인사위원회 직전 MBC 상암 사옥 앞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장 부장은 “(성명서를 낸) 해당 부서장이 (성명서를 통해) 소속 프로그램을 존재 부정하는 성명서를 내는 것이 정상적인 조직인가”라며 “저는 지금까지 제가 있는 프로그램과 저와 같이 일하는 구성원들이라도 지키고 싶다는 일념으로 일해 왔다. 하지만 최근, 같이 일하는 PD들과 입사 동기인 김민식 PD를 보면서 많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김 PD는 지난달 사내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 구호를 외쳤다가 대기발령을 받은 뒤 현재 인사위에 회부된 상태다. 김 PD는 자신의 소명 기회를 활용해 ‘왜 김장겸 사장이 사퇴해야 하는지’ 인사위원회의 MBC 임원들에게 장기간 설명하는 등 사내 투쟁을 벌이고 있다.

장 부장은 “저는 PD수첩 팀장이기 전에 한 명의 PD이고 인간”이라며 “이제부터는 제 양심을 지키고 싶다. 그들(사측)이 말하는 것처럼, ‘국민을 속이는 방송을 했고 지금도 정확하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제작한’ 책임을 지고 저는 PD수첩 팀장직에서 물러서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장 부장이 사퇴하면서 남긴 MBC 게시글이다. 

저는 PD수첩 팀장 장형원 부장입니다. 저는 오늘 PD수첩 팀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할 말은 많지만, 최대한 짧게 이유를 밝히겠습니다.

첫째, 보도본부 명의로 나온 7/11자 성명서와 7/19 뉴스데스크 ‘자해’ 보도 때문입니다. 7/11자 보도본부 성명서에서 “MBC를 정치선동의 도구로 삼고 김대업이나 광우병 보도처럼 국민을 속이는 방송”이라고 규정하면서 2008년 PD수첩 미국쇠고기협상 방송을 국민을 속이는 방송이라고 호도했습니다.

그리고 7/19 뉴스데스크에서는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발언을 거론하며 PD수첩 광우병 보도가 허위라고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출범 1년도 안 된 이명박 정부는 레임덕에 빠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저는 MBC 구성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같은 회사 프로그램에 대해 국민을 속이는 방송이라고 비판하고 '자해'하는 보도를 하는 것이 정상적인 언론사입니까?

둘째, 시사제작국 명의로 나온 7/21자 성명서 때문입니다.

PD수첩을 민주노총의 ‘청부’ 제작소라고규정하면서, “최근 PD수첩은 (중략) ‘4대강 사업 22조원의 행방’ (중략)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방송됐다는 의문이 제기됐고, ‘문자폭탄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 ‘군함도 그리고 아베의 역사전쟁’, ‘뒤바뀐 사인, 억울한 죽음’ 등의 아이템에서도 일부 정확성과 공정성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해당 부서장이 ‘자해’ 성명서를 냈습니다.

또 묻고 싶습니다. 해당 부서장이 소속 프로그램을 존재 부정하는 성명서를 내는 것이 정상적인 조직입니까?

저는 지금까지 제가 있는 프로그램과 저와 같이 일하는 구성원들이라도 지키고 싶다는 일념으로 일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같이 일하는 피디들과 입사 동기인 김민식 피디를 보면서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PD수첩 팀장이기 전에 한 명의 피디이고 인간입니다. 이제부터는 제 양심을 지키고 싶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국민을 속이는 방송을 했고 지금도 정확하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제작한’ 책임을 지고 저는 PD수첩 팀장직에서 물러서겠습니다.

7월 24일 장형원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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