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관련 발언이 ‘무책임’하며,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정부압력으로 양심에 반해 결정했다’는 잇단 조선일보 사설 주장에 대해 청와대가 반박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의 탈핵‧탈원전 선언에 연일 반대 주장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조선일보는 이번엔 이틀 연속으로 사설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20일자 사설 ‘文 대통령 “원전 중단 밀어붙이기 안 한다”지만’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시민배심원단’ 결정에 따르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라고 할 수 없다”며 “에너지 문제에 사전 지식이 전혀 없고 용어조차 생소할 시민배심원단이 3개월 만에 결정을 내리게 한다는 것은 정부가 결정을 남에게 미루는 책임 회피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만약 시민배심원단이 공사 영구 중단을 결정하면 다른 문제는 제쳐놓고도 당장 2조6000억원 손해가 발생하는데 이 책임을 누가 질 수 있냐”고 썼다.

조선은 이어 21일자 사설 ‘양심과 반대 결정 한수원 이사회, 이건 무슨 민주주의인가’에서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임시 중단 결정을 한 한수원 이사회를 비난했다. 이 신문은 “한수원은 14일 이사회에서 과거 국책 사업 가운데 공론화 과정을 거치려 했던 사패산과 천성산 터널 분쟁 사례를 보고하면서 ‘찬반(贊反)이 명백한 이슈는 공론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를 두고 “정부 추진 공론화 작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결국 이사회 참석자들은 정부 압력을 느끼고 자신들의 양심과는 반대되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한수원 이사회는 강압적 분위기로 법적 형식 요건은 갖췄는지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무효”라고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한수원이 한전과 함께 영국 무어사이드 지역 원전 3기를 짓는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조선일보는 “일본계 회사가 파산하면서 영국 정부가 우리 측에 건설 참여 의사를 타진해왔다”며 “우리 모델은 신고리 5·6호기와 같은 AP1400이다. 성사되면 160억파운드(약 23조원)짜리 사업이다. 우리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포기하면 '스스로 안전하지 않다고 중단한 원전'에 대해 영국이 뭐라 할지는 뻔하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조선은 이명박 정부 시절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4기 수출사례를 “우리 산업사(史)에 남을 쾌거”라며 “지금 정부는 원전 수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주장했다.

▲ 지난 19일 국정과제 보고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가운데)과 이낙연 국무총리,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사진=청와대
▲ 지난 19일 국정과제 보고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가운데)과 이낙연 국무총리,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사진=청와대
이에 대해 청와대는 동의할 수 없으며 조선일보가 잘 모르고 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한수원도 일부 주장에 해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시민배심원단 결정을 따르는게 무책임하다’는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 2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무책임하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문 대통령 공약대로 하자면 신고리 5,6호기를 전면 중단해야 하는데도 매몰비용과 에너지 정책 전환 과정의 사회적 문제라는 점을 감안해 새로운 ‘숙의 민주주의’를 동원하면서까지 양보한 것으로, 굉장히 책임있는 자세로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변인은 “무책임의 근거를 시민들에게 돌렸다는데,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열릴 공론화위원회에서는 근거와 자료들이 쏟아져 들어와 토론을 하게 될 것이고, 모든 정보를 국민들에게 다 공개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론화위원회 (위원) 구성을 잘 분석해보면 비전문가 시민에게 맡기게 된다는 것은 틀린 것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전 건설 영구중단시 ‘수많은 일자리가 없어지고 원전 산업의 대외 신뢰도 실추된다’는 조선의 주장에 대해 박 대변인은 “그래서 공론화위원회에 이해당사자들도 들어가게 되고, 지역경제위원회, 일자리 등에 대한 보완대책도 있다”며 “걱정안해도 된다”고 말했다.

한수원이 정부압력을 느껴 양심에 반대되는 결정을 했으므로 무효라는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 박 대변인은 “한수원 사장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하는 것 자체가 압력을 넣지 않는다는 것 아니냐. 어떻게 그걸 거꾸로 볼 수 있느냐”며 “자유롭게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토론이 건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천성산 사패산 터널공사 실패사례가 있으니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실패가 있다 해도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것을 갖고, 실패할 것이라 단정하는 것이야말로 조선일보의 지나친 기우”라며 “정부가 공론화위원회에 찬반 시민으로 잘 구성할 것이며,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수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 박 대변인은 “이 문제와 수출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대통령과 우리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국내 원전의 밀집도이며, 경주 대지진에서처럼 안정성 여부에 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로 밀집도나 안전성에서 걱정이 없는 곳에 수출하는 것 자체에 대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 지난달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지난달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박 대변인은 이어 “원전을 줄인다고 해도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다”며 “곧 8차 전력수급계획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해놓은) 현재 진행중인 전력수요예측에는 전력수급에 문제가 있다고 나와있는데, 이런 전력수급대책이 잘못됐다는 자료가 국회 예산정책처에 이미 나와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수원은 조선일보의 일부 주장의 표현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한수원이 지난 14일 이사회 때 과거 국책 사업 중 공론화 과정을 거치려 했던 사패산과 천성산 터널 분쟁 사례를 보고하면서 “찬반(贊反)이 명백한 이슈는 공론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했다는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21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그런 얘기는 우리가 한 얘기도 아니다. 외부의 비상임이사가 ‘사례를 보고해달라’고 하니 신문에 나온 내용을 모아서 ‘이런 것 나왔습니다’라고 설명한 것 뿐”이라며 “우리가 분석해서 입장을 넣은 게 아니다. 그대로 전달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조선일보는 이것을 두고 “정부 추진 공론화 작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며 “이사회 참석자들은 정부 압력을 느끼고 자신들의 양심과는 반대되는 결정을 내렸다”고 단정했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냐는 질의에 한수원 측은 “언론사 사설 주장에 대하여 한수원이 입장을 직접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변을 보내왔다. ‘양심에 반하는 결정을 했다는 단정적 주장인데도 답을 안하겠다는 것이냐’고 묻자 한수원 관계자는 “말씀드린 대로”라며 “일일이 반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한수원이 한전과 함께 영국 무어사이드 지역 원전 사업 진출 관련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애초 사업에서 빠진 도시바가 지으려했던 모델이 ‘AP1000’이었데, 빠지면서 한전에 요청했다”며 “우리는 같은 모델이 없고, 대신 ‘AP1400’이라 이것을 가져가도 되겠다고 했더니 영국정부가 ‘그 모델도 포함된다’고 해서 그런 보도가 나건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사업에 연루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 조선일보 7월20일자 사설
▲ 조선일보 7월20일자 사설
▲ 조선일보 7월21일자 사설
▲ 조선일보 7월21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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