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부터 삼성그룹 측 증인들의 ‘뇌물 혐의 부인’ 증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삼성그룹 관계자 증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가 제시됐다. 삼성 측 모르쇠 증언의 신빙성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검팀은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공판에서 2015년 7월31일 김문수 삼성전자 부장(전 대한승마협회 총무이사)과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불구속기소) 운전기사인 이아무개씨 간 주고 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18회 공판에 출석하며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다.ⓒ민중의소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18회 공판에 출석하며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다.ⓒ민중의소리

이씨는 이날 오전 김 부장에게 “크허헐 (박상진) 사장님께서 부장님 승마협회 오신다고 말씀하시던데요?”라면서 “그룹에서 승마협회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김 부장이 “들은 거 있음 다 불어봐”라고 문자를 보내자 이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승마협회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재용부회장과 개인면담을 두 번이나 하고 이번 승마협회 (이영국) 상무도 직접 이름까지 대며 다른사람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까지 말했다더라”고 문자로 답했다.

이는 김 부장이 특검 조사 및 증인으로 출석한 법정에서 밝혀 온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 부장은 승마협회 부회장이었던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가 2015년 8월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로 전격 교체된 이유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김 부장은 지난 10일 뇌물수수 혐의자인 파면 대통령 박근혜씨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교체 이유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김 부장은 이날 법정에서도 동일한 질문에 “변경 이유에 대해 딱히 설명을 들은 바가 없다”면서 “교체될 때 전임자에게 그런 걸 묻는 것은 부담스럽다. (전임자도) 말해주진 않았다”고 증언했다.

특검 측 증거에 따르면 김 부장은 교체 이전부터 △자신이 승마협회로 파견되는 사실 △대통령이 승마협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통령 독대가 두 번 이뤄진 점 △대통령이 독대 시 협회 임원을 직접 거론한 점 등을 인지하고 있었다.

김 부장은 법정에서 당시 문자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문자메시지를 받은 적 있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워낙 많은 문자가 왔다갔다해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김 부장은 특검이 ‘본인이 협회로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사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경위인데 기억이 안 날 수 없을 것 같다’고 묻자 “받은 문자여서 정확한 멘트가 일일이 기억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5년 8월1일 이영국 당시 승마협회 부회장·권오택 총무이사는 각각 황성수 전무 및 김문수 부장으로 전격 교체된 바있다. 특검은 박씨가 ‘이영국·권오택 승마협회 임원을 교체해 달라’는 최순실씨의 요청을 듣고 2015년 7월25일 ‘두번째 독대’ 당시 이재용 부회장에게 요구했다고 특정하고 있다.

삼성 변호인단은 “압수수색 절차를 제대로 준수했는지 지극히 의문”이라며 “피압수자에게 압수 사실을 고지했는지 등 증거가 없다.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양재식 특검보는 이에 “김문수 문자는 기본적으로 몇 달 전에 디지털포렌식된 것으로 포렌식 자료량이 너무 많아 특검팀이 시기, 주제 등을 특정해 검색할 때 발견을 하지 못했다”며 “김문수 증인 반대 신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늘 오전 11시 넘은 시점에 문자를 발견했고 뒤늦게 신문 사항을 만들고 증거로 제출한 것이다. 적법 절차를 거쳐, 증거로 채택된 다른 문자와 같은 절차를 걸쳐 포렌식된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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