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이 새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지난 13일 첫 방송한 ‘아이돌 학교’다.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여성 41인을 모아 학생으로 내세우고, 아이돌 시스템을 실제 학교처럼 교육시켜 11주 후 9인조 걸그룹으로 데뷔시키겠다는 프로젝트다.

‘아이돌 학교’는 초반부터 휘청거렸다. 프로그램 티저 영상을 공개하자마자 여성을 성 상품화 한다는 논란이 대두됐다. ‘무대 위기 대처술’을 배운다는 명목으로 교복을 입은 출연자들이 비를 맞는다던지, 속옷이 비치는 옷을 입고 수영장에 들어가 ‘폐활량 훈련’을 받는다던지, 로리타 논란의 대표적 기표인 하의가 짧은 일본 체육복 ‘부르마’를 입고 다리를 들어 올리는 운동을 하는 장면들 때문이었다.

▲ Mnet '아이돌 학교'의 한 장면.
▲ Mnet '아이돌 학교'의 한 장면.
프로그램 정보가 오픈될수록 논란은 거세졌다. 실제 학교를 콘셉트로 꾸린 세트장이 군 내무반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미성년 여학생들을 데리고 기성세대 남성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더 해졌다. 한편 출연자의 과거 학창시절 일진논란, 프로그램 주제가의 뮤직비디오가 일본 유명CF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뒤이었다.

‘아이돌 학교’는 논란 속에서도 출연자의 ‘아이돌로서의 가능성’과 ‘데뷔를 향한 꿈’을 강조하며 첫 방송을 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당사의 전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보다 높은 평균 시청률 2.3%로 출발했다. 방영 전 논란이 관심으로 작용한 듯 했다. 그러나 방송 2회 만에 시청률은 반 토막 나 1.2%에 그쳤다.

▲ Mnet '아이돌 학교'의 한 장면.
▲ Mnet '아이돌 학교'의 한 장면.
이 프로그램의 본질적 문제는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Mnet의 전작들은 논란을 넘는 재미가 있었다. 국내에 생소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것도, 아이돌을 시청자가 직접 기획한다는 포맷을 개발한 것도 Mnet이 적어도 국내에선 처음 선보인 요소들이었다.

그런데 ‘아이돌 학교’엔 새로울 것이 없다. 춤, 노래 기본기를 평가하고 시청자의 투표로 순위를 매기는 기본 포맷 자체가 ‘프로듀스 101’과 매우 흡사하다. 실제 학교 수업을 모티브로 삼기는 했지만 각 분야 전문가인 연예인들이 나와 출연자들을 교육시키고, 각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일부 학생들이 타 학생들의 부러움을 사고, 합숙하며 친분을 쌓아 무대 뒤 자연스러운 매력을 어필한다는 기본 스토리텔링 자체가 전작과 다를 바 없다. 출연자들이 ‘사랑’을 호소하는 시청자는 전작의 ‘국민 프로듀서’에서 ‘육성회원’으로 명칭만 바뀌었을 뿐이다.

▲ Mnet '아이돌 학교'의 한 장면.
▲ Mnet '아이돌 학교'의 한 장면.
일부 출연자의 캐릭터 성을 부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Mnet은 다수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각 인물에게 나름의 이미지를 심어 예능 요소로 활용하곤 했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주목 받지 못했던 출연자가 처음으로 인정받는다든지, 조별 미션엔 늘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출연자가 있다든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출연자 두 명을 라이벌 구도로 엮는다든지, 겉모습은 ‘쎈’ 이미지인데 알고 보니 허당이었다는 등의 고정적 프레임이 ‘아이돌 학교’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아이돌 학교’는 ‘프로듀스101’과 달리 연습생이 아닌 일반인만 출연시키고, 출연자의 수를 101명에서 41명으로 대폭 축소해 멤버 개개인의 매력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출연자 중 13명은 유명 기획사의 연습생으로서 이미 방송을 한 경험이 있거나, 데뷔를 했다 실패했거나, 유명인의 자녀로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바가 있어 ‘일반인 프로그램’이라는 콘셉트가 부각되지 않는다.

▲ Mnet '아이돌 학교'의 한 장면.
▲ Mnet '아이돌 학교'의 한 장면.
대신 기존 봐왔던 포맷에서 더 잔인해지기만 했을 뿐이다. ‘아이돌 학교’는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로, 방송 중 두 번 5분 가량을 생방송으로 실시간 투표 결과를 공개한다. 녹화 촬영분과 생방송을 결합했다는 점을 새로 도입했지만, 실시간 투표 꼴지를 한 출연자가 전 국민 앞에서 현재 심경을 이야기해야 하는 시스템은 시청자의 피로감을 가중시킬 뿐이다.

가장 인기 없는 출연자가 나와 ‘속상하지만 열심히 하겠으니 예쁘게 봐 달라’고 호소하는 장면은 구성 면에서부터 문제가 있다. 해당 출연자는 애초에 주목받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 인터뷰나 원 샷을 한 번도 받지 못해 꼴지를 한 참가자와 일진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 활발한 캐릭터로 부각되는 출연자의 등수 차는 37등이나 된다.

프로그램 방영 전부터 성 상품화 논란이 거셌던 ‘아이돌 학교’를 두고 여성 온라인커뮤니티들은 해당 프로그램을 ‘언급 금지’했다. 트위터 등 SNS에 ‘아이돌 학교’를 검색하면 ‘아이돌 학교 보는 사람 상종 안 한다’는 글이 가장 인기글로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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