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국정기획자문위회가 발표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입학금과 등록금 등 대학생 관련 정책이 당초 대선 공약보다 상당히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오후 청년참여연대와 전국대학학생회 대선 네트워크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등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청년 대학생 관련 문재인 정부 100대 정책과제 평가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대학 입학금 폐지 정책의 목표 시점과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의 목표 수준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심현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문재인 정부는 대선 당시 입학금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최근 국정계획 자료에 따르면 입학금 폐지도 단계적으로 하는 것으로 수정했고 구체적인 목표 연도가 명시되지 않았다”며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정책에 있어 진정성 있게 문제 해결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말했다.

심 간사는 또 “앞서 문 대통령은 고교 무상화 정책에 1조 원,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에 1조2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했는데 최근 국정계획에는 두 정책을 합쳐 1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수정했다”며 “정부는 반값등록금 완성을 위해 예산 배정을 확대하고 완성 목표 시점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20일 오후 청년참여연대와 전국대학학생회 대선 네트워크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등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청년 대학생 관련 문재인 정부 100대 정책과제 평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박왕진 대학생 명예기자
20일 오후 청년참여연대와 전국대학학생회 대선 네트워크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등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청년 대학생 관련 문재인 정부 100대 정책과제 평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박왕진 대학생 명예기자
전국대학 총학생회장들은 입학금 폐지·등록금 인하와 함께 기숙사 확충 등을 요구하며 문재인 정부의 확실한 국정과제 선정과 적극적인 대화를 촉구했다.

이경은 한양대 총학생회장은 “작년에 지하철을 타면서 박근혜 정부가 반값 등록금을 이행했다고 쓰인 광고 내용을 보고 학부모와 학생들은 분노했다”며 “입학금 폐지와 등록금 경감은 문 대통령이 직접 약속한 바 있고, 국정 계획에서도 언급했던 내용인데 최근 국정 계획 발표를 보니 우려되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승준 고려대 총학생회장도 “지난 박근혜 정부는 국가 지원금과 대학 자체 부담금을 더해 총 등록금의 절반 금액을 대학과 정부가 부담했기 때문에 반값등록금이 실현됐다고 홍보했다”며 “하지만 당사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은 실질적으로 체감하지 못해 반값등록금이 실현됐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문재인 정부도 대학 입학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면서 목표 연도도 명시하지 않고 등록금 부담 경감 정책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면서 “현 정부는 반값등록금을 완성했다고 자축했던 박근혜 정부의 과오를 저지르지 말고 고지서 상에 명확히 반값등록금이 찍힐 때까지 대책을 자세히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이날 ‘고려대 학생 주거 실태조사 분석 결과’를 언급하며 “열악한 주거 문제로 인해 주거난에 시름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했고, 권예하 경희대 총학생회장은 “경희대가 민간 기숙사 업체로부터 받은 학교발전기금으로 인해 국제 캠퍼스의 특정 기숙사비가 비싸지는 사건이 발생해 홍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이다.

이승준 회장은 “고려대 학생 주거실태 조사에 따르면 기숙사의 입주율이 전체 10.4%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학생 10명 중 1명만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수치”라며 학교 기숙사 수용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권예하 회장은 “대학가 근처의 비정상적인 전셋값·보증금·월세는 특수 이익이다. 특수 이익을 지역 주민이 학생들에게 받아가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주거난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학교 근처 주거비가 너무 높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 기숙사비를 높게 받아도 학교 근처 현실을 언급하며 방어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이 을이 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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