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20일 MBC 해직 언론인들을 만나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언론 장악 실태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20분경 국경없는 기자회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사무총장, 명예이사인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시린 에바디, 동아시아지국장 세드릭 알비아니, 아프간·이란 데스크 레자 모이니, 프랑스 ‘누벨 옵세르’ 기자 엘렌 리포도, 한국 통신원 김혜경 기자 등은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언론노조 MBC본부 사무실을 찾아 면담을 진행했다.

▲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20일 MBC 해직 언론인들을 만나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언론 장악 실태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이치열 기자
▲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20일 MBC 해직 언론인들을 만나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언론 장악 실태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이치열 기자
▲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20일 MBC 해직 언론인들을 만나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언론 장악 실태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이치열 기자
▲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창살과 감시자가 있는 감옥은 눈에 보이는 것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감옥도 있다”며 “기자들을 해고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옥이다. 각국의 정권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시민들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날 면담에는 2012년 170일 MBC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최승호 전 MBC PD(뉴스타파 앵커), 박성호·박성제 전 MBC 기자, 왕종명 MBC 기자협회장,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 등이 참석해 현 MBC 실태와 언론 탄압 현황을 전했다.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창살과 감시자가 있는 감옥은 눈에 보이는 것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감옥도 있다”며 “기자들을 해고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옥이다. 각국의 정권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시민들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들루아르 총장은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트위터에서 비판했다가 해고된 이스탄불 기자 사례, 정부의 언론 장악에 100여 명 이상 해고된 폴란드 공영방송 사례 등을 언급하면서 “여러분의 해직 사태와 언론 탄압은 개별 국가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가슴에 와닿은 것은 여러분들이 공정 보도를 위해 청렴하게 싸웠다는 것”이라며 “여러분들의 투쟁은 개인의 이익, 특정 직업군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알권리, 신뢰받는 언론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20일 MBC 해직 언론인들을 만나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언론 장악 실태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이치열 기자
▲ 2003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 국경없는 기자회 명예이사는 MB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비판했다. 에바디 이사는 “4대강 사업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두려움은 당연한 것이며 이는 언론을 통해 표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이치열 기자
▲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20일 MBC 해직 언론인들을 만나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언론 장악 실태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이치열 기자
▲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20일 MBC 해직 언론인들을 만나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언론 장악 실태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박성호, 박성제 MBC 해직기자, 최승호 MBC 해직PD가 국경없는 기자회의 면담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시린 에바디 명예이사는 MB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비판했다. 에바디 이사는 “ “저널리스트 의무는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라며 “특히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매우 중요하다. 4대강 사업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두려움은 당연한 것이며 이는 언론을 통해 표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의 변호사이자 인권 운동가인 에바디 이사는 이란에도 4대강 사업과 비견되는 사례가 있으나 언론의 침묵으로 환경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에바디 이사는 “이란의 가장 큰 호수에 다리를 세웠는데 비용과 수고가 무용지물 된 사례가 있다”며 “이에 대해 언론이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언론은 개인이 아닌 국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 참석한 최승호 전 PD는 2010년 MBC PD수첩 시절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을 보도하며 MB 정부의 대운하 계획을 폭로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최 전 PD는 면담 이후 에바디 이사에게 “말씀하신 호수와 관련해 이란 보도를 한번 살펴보겠다”며 “4대강의 경우 어제(19일) 문재인 정부가 4대강을 원상 복구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20일 MBC 해직 언론인들을 만나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언론 장악 실태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이치열 기자
▲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20일 MBC 해직 언론인들을 만나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언론 장악 실태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과 국경없는 기자회 시린 에바디 명예이사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국경없는 기자회 관계자들은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에바디 이사는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 출신이라고 들었다. 그분이 이 문제를 잘 도와주실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을 고르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MBC 종사자들이어야 한다. 동료 언론인들이 선택한 이사진과 임원이라면 이런 실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들루아르 총장은 MBC 언론인들에게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 MBC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것 같으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김연국 본부장은 “민주화 이후 공영방송 이사와 경영진 선출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며 “그럼에도 MBC 사태가 악화된 까닭은 지난 정권에서 관련법을 어긴 채 공영방송 인사에 개입했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언론 자유가 보장되려면 정부 의지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내부 종사자들이 언론 자유를 위해 내부 투쟁을 펼치고 시민사회가 공영방송 가치를 인정하고 연대하는 것이다. 1700여 명의 조합원이 건재한 데다 대통령을 탄핵한 위대한 시민들이 우리 곁에 있어서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20일 MBC 해직 언론인들을 만나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언론 장악 실태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이치열 기자
▲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20일 MBC 해직 언론인들을 만나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언론 장악 실태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시린 에바디 명예이사가 김장겸 MBC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 퇴진 피켓을 유심히 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20일 MBC 해직 언론인들을 만나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언론 장악 실태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이치열 기자
▲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20일 MBC 해직 언론인들을 만나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언론 장악 실태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시린 에바디 명예이사가 김장겸 MBC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 퇴진 광고가 실린 한겨레 신문을 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박성호 MBC 해직기자는 “여러분(국경없는 기자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인권 변호사 출신의 대통령이 공영방송 정상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김장겸 MBC 사장 등 경영진의 퇴진이다. 내부 구성원들과 시민들이 싸우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관심과 압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호 기자가 지난 5일 오정환 MBC 보도본부장이 언론노조 MBC 본부를 ‘나치’에 비유한 일화를 꺼내자 국경없는 기자회 관계자들은 실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에바디 이사는 “단기적으로 현 경영진이 퇴진한다고 해도 장기적 대책이 없으면 비극은 반복된다”며 “강령이나 법령 개정이 시급한 이유다. 특정 주주가 언론사 지분을 과도하게 소유하는 것도 제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20일 MBC 해직 언론인들을 만나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언론 장악 실태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이치열 기자
▲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20일 MBC 해직 언론인들을 만나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언론 장악 실태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시린 에바디 명예이사가 최승호 MBC 해직 PD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4대강 사업 등 언론의 침묵으로 자연이 훼손된 사례를 이야기하며 공감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20일 MBC 해직 언론인들을 만나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언론 장악 실태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이치열 기자
▲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20일 MBC 해직 언론인들을 만나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언론 장악 실태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이치열 기자
세드릭 알비아니 동아시아지부장은 “언론 자유 투쟁은 국제적 관심 사안”이라며 “더 많은 정보와 현안을 공유한다면 현재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관심을 약속했다.

김혜경 기자는 면담 말미에 “더 일찍 (MBC 언론인들을) 찾았어야 했다”며 “2008년 광우병 보도 이후 (MB 정부의) PD수첩 제작진 탄압 때부터 국경없는 기자회는 MBC 언론인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고문 등 더 혹독한 억압을 당한 (다른 나라) 언론인들을 먼저 찾느라 많이 늦었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국경없는 기자회(프랑스어 약자 RSF)는 1985년 프랑스에서 결성된 전 세계 언론의 탄압을 감시하는 국제 비영리 단체이다. 유엔, 유네스코, 유럽평의회 등의 자문 역할을 맡고 있으며 매년 세계 언론자유 지수(World Press Freedom Index)를 산정해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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