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삼성 뇌물 재판’에서 파면 대통령 박근혜씨와 최순실씨가 오랫동안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한 사이라는 증거가 다수 제시됐다.

특검 수사에 따르면 최씨는 1998년 경부터 박씨의 ‘옷값’을 대납해왔다. 1998년부터 2013년 경까지 박씨의 의상을 제작해 온 홍아무개씨는 지난 1월 특검 조사에서 “옷값은 항상 최순실씨가 현금으로 계산했다”고 밝혔다.

홍씨는 “대통령 취임식 때 입은 재킷과 코트 대금은 각 100만 원 정도였다”며 “코트의 경우 200만 원 정도를 받아야 하는데 최씨가 비싸다며 100만 원 밖에 주지 않았다. 그 돈도 최씨로부터 현금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2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2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지난해 10월 TV조선 등의 보도로 ‘신사동 대통령 의상실’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최씨가 2013년부터 대통령의 의상비 대납을 도맡아 온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특검은 이보다 15여 년 전인 1998년부터 최씨가 의상비를 대납해 온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2013년부터 대통령 의상 제작에 관여한 임아무개 실장, 강아무개씨, 김아무개씨 등도 임금, 의상 제작비, 의상실 관리비 등 소요 비용을 대부분 최씨가 지급했다고 밝혔다.

최씨 운전기사 부인이자 2014년 말부터 대통령 의상실에서 일한 강씨는 특검 조사에서 “내 급여, 원단 비용, 월세, 관리비 등을 최 사장(최씨 지칭)으로부터 전액 현금으로 직접 받았다”면서 “의상실 보증금 2000만 원은 최사장이 나에게 현금으로 줬고 내가 가지고 가서 (임차)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퇴직금도 최씨로부터 받았다는 취지로 특검에 진술했다. 강씨는 2016년 10월26일 JTBC의 ‘태블릿 PC’ 보도 이후 서울 성동구 모주차장으로 강씨를 부른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이 “보증금 2000만 원은 사무실을 뺄 때 임 실장과 김 선생이 (퇴직금으로) 1000만 원씩 가지면 된다”며 “내 몫으로 480만 원, 임실장 몫으로 800만 원 등을 봉투에 넣어 줬다”고 진술했다.

2013년 11월 경부터 2016년 10월 경까지 대통령 의상을 제작한 임 실장은 “2014년 1월부터 12월까진 고영태로부터 매달 현금으로 400만 원을 받았고 2015년부터 그해 10월까진 최씨로부터 400만원, 2016년 9월까진 450만 원을 매달 받았다“며 “2016년 10월부터 12월까진 윤전추 행정관으로부터 매달 450만 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씨 모친 임선이씨가 1996년 박씨의 삼성동 사저를 매입한 구체적인 과정도 법정에서 확인됐다.

논현동 주택 세 채, 역삼동 주택 한 채, 삼성동 주택 두 채 등 1996년 4월부터 6월까지 두 달 동안 8번이나 집을 보러 다닌 임씨는 부동산 중개인에게 매수인 이름을 박근혜가 아닌 ‘박근옥’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삼성동 사저 매매를 중개했던 공인중개사 전아무개씨는 “(임씨가) 이름이 적힌 쪽지를 주며 다짜고짜 매수인 이름을 박근옥으로 해달랬다”면서 “실명이 아니라 문제가 생긴다고 강력하게 거절했다. 그 사모님이 ‘법무사가 된다고 했는데 왜 안된다고 하느냐’며 박근옥으로 해달라고 자꾸 졸랐다”고 특검에 밝혔다.

결국 임씨는 명의자 이름 란에 ‘박근혜’를 적고 매매 계약서를 작성했다. 임씨는 가방에서 박씨 주민등록증을 꺼내서 전씨에게 줬고, 전씨는 주민등록증에 나온 주민번호를 계약서에 그대로 기재했다.

매매대금 지급 당시 ‘수표 배서’도 임씨가 대신했다. 전씨는 “(임씨가) 계약금 9000만 원을 당일 지급했는데 자기앞수표 한 장을 끊어와 수표 뒷면에 ‘박근혜’를 적고 주민번호를 적었다”고 진술했다. 전씨는 중도금 5억1000만 원도 마찬가지로 배서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당시 임씨가 ‘근혜양이 살 집’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특검에 진술했다. 전씨는 임씨가 “매우 까다롭게 행동했다”며 “주변에 집이 많고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 경호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땐 그게 무슨말인가 했는데, 삼성동 사저는 학교가 붙어있고 운동장이 넓어 경호하기 쉽겠다고 해 마음에 든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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