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공공기관 적폐 기관장’ 10명을 지목해 사퇴를 요구했다. 국정농단세력에 의해 임명된 공공부문 적폐기관장들의 폐해가 노동자와 국민의 부담이 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조선일보·동아일보 등 일부 신문이 사설에서 양대노조에 대해 비판했다. ‘경영효율화를 추구했던 기관장들이 어떻게 적폐냐’, ‘마녀사냥이다’ 등의 비판이었다.

삼성이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불리한 기사가 노출되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한겨레는 1면과 사설에서 해당 내용을 보도하며 삼성과 포털관계자를 대상으로 진상규명 필요성에 대해 주장했다.

다음은 19일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비위 첩보’ 받고도 하성용 KAI 사장 기용한 박근혜”
국민일보 “‘乙 눈물’ 닦아준다”
동아일보 “프랜차이즈 ‘통행세’ 갑질 뿌리뽑는다”
서울신문 “신고리 중단, 찬성 45.1% 반대 40.2%”
세계일보 “법정 싸움 번지는 ‘원전공사 중단’”
조선일보 “공무원 1명 뽑을 때마다 17억씩 더 든다”
중앙일보 “가맹점 구제 ‘호식이 배상법’ 나온다”
한겨레 “삼성, ‘이재용 불리한 기사’ 포털 노출 막았다”
한국일보 “최저임금 위반 판쳐도 처벌은 고작 1%”

양대노총, 적폐기관장 지정에 ‘마녀사냥’

양대노총 공공부문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18일 한국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적폐기관장들은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지금이라도 즉시 사퇴하길 바란다”며 적폐기관장으로 10명을 선정했다.

공대위가 발표한 10곳 기관장은 홍순만 한국철도공사 사장, 유제복 코레일유통 사장,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서창석 서울대병원 원장,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박희성 한국동서발전 사장 직무대행,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영훈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이사장, 이헌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등이었다.

▲ 19일자 조선일보 사설
▲ 19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公기관 경영효율화 노력하면 ‘적폐’가 되는 세상”에서 “공대위가 전 정부의 낙하산 인사이며 성과연봉제를 추진한 ‘적폐’ 인물이라는 것”이라며 “특히 10명 중 8명에 대한 퇴진 요구 이유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추진”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성과연봉제는 공공기관의 비효율과 방만 경영을 개혁하기 위해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것”이라며 “일하는 사람이나 안 하는 사람이나 똑같은 월급과 보너스 받는 임금 체계를 개선하고, 국민을 위해 더 나은 서비스를 한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이라 국민에게 적은 부담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정부라면 마땅히 추진해야 할 정책”이라고 성과연봉제를 소개했다.

이어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편하고 좋은 게 좋은 식으로 사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며 “성과연봉제에 노조가 반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이제는 공무원노조와 교원 단체까지 성과급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의 이기심 탓에 마땅히 해야할 성과연봉제를 반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노조와 새 정부를 연결했다. 사설에서 “문제는 이들의 이기적 행태에 새 정부가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대선 기간 문재인 대통령이 공무원노조 출범식에서 성과연봉제 폐지를 약속하더니 취임 후 바로 실행에 옮겼다”고 설명한 뒤 “공공기관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 국민 부담을 줄이고 서비스 질을 높이려 하면 적폐가 되는 세상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새 정부에서는 노총이 주장하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 일이 연이어 벌어졌고, 청와대 수석도 이들이 반대하자 쫓겨났다”며 “철도 경쟁 체제를 백지화하라는 노조 요구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고 지적한 뒤 “공공기관장들이 국민이 아니라 노조 눈치를 보는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제 누구라도 공(公)노조 ‘철밥통’ 건드리면 적폐가 되는 시대”라며 “귀족 노조들은 제 세상 만난 듯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 19일자 동아일보 사설
▲ 19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 역시 비판적인 내용의 사설을 냈다. 이 신문은 “해당 공공기관장들이 강하게 반발했다”며 김정래 석유공사 사장이 “과거 정권에서 해외 자원개발을 하며 과실을 향휴해 오다 과거와 자신을 뒤돌아보지 않는 그들이 적폐”라며 노조를 비판한 사실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실제로 공기업 사장이 새로 임명될 때마다 ‘낙하산 인사’라며 거부 투쟁을 벌여 기선을 제압한 뒤 슬그머니 타협해 주는 식으로 철밥통을 공고히 해 온 노조들이 적지 않다”며 “노조와 손잡고 방만 경영을 일삼아 온 공기업의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정부가 강하게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이 성과연봉제 도입인데 정권이 바뀌자마자 양대 노총이 공공개혁에 앞장선 기관장들을 마녀사냥 하듯 지목한 것”이라고 했다.

역시 새 정부를 향한 비판도 있었다. 동아일보는 “만일 양대노총이 찍어낸 자리에 친문 대선 공신이 들어선다면 문재인 정부는 또 다른 ‘낙하산 인사’를 양산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며 “노조가 앞장서고 청와대가 뒤따라가는 식으로 공기업 사장을 물갈이하는 변칙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도 사설에서 “박근헤 정부가 졸속으로 추진한 ‘알박기’ 인사나 국정농단 세력에 의해 불공정하게 진행된 ‘최순실’ 인사는 걸러내는 게 맞다고 본다”며 “그렇지만 박근혜정부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했다고 해서 퇴진하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삼성, 네이버·다음 개입했나

한겨레가 입수한 이 부회장과 삼성 그룹 주요 임원 관련 검찰·특검 수사자료를 보면 2015년 5월15일 최아무개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가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있다. 메시지엔 “지금은 네이버와 다음에서 기사들이 모두 내려갔다”며 “포털 쪽에 부탁해뒀다”고 돼있다.

▲ 19일자 한겨레 1면
▲ 19일자 한겨레 1면

5월15일은 이 부회장이 당시 1년째 병상에 있던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이 회장이 맡았던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날이다. 때문에 언론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기사를 쏟아냈고,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룹 공익재단을 사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다음날인 5월16일 장충기 전 사장은 “(네이버와 다음) 양쪽 포털사이트에 미리 협조요청을 해놔서인지 조간 기사가 전혀 노출되고 있지 않다”며 “포털에 노출되지 않아 댓글이 퍼지고 있지 않은 추세, 기껏해야 댓글은 10여개”라고 보고를 받았다. 네이버와 다음은 해당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한겨레는 사설 “삼성, 네이버·다음의 기사 노출까지 개입했나”에서 “사실이라면, 삼성 공화국이란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고 포털의 공정성에도 큰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전실 임원이 장 사장에게 허위보고를 했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며 “당시 두 포털 메인 페이지에 이 부회장 관련 기사들이 노출되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삼성이 사주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각계에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은 이미 드러났지만, 이번 의혹의 충격은 또 다르다”며 “정치권에서 포털 뉴스의 공정성에 관한 논란과 시비가 여러 차레 제기됐지만, 이번처럼 구체적으로 대기업의 영향력 행사 정황이 드러난 적은 없다”고 해당 의혹의 의미를 짚었다.

한겨레는 “포털은 그동안 뉴스 편집과 실검 선정 등의 기준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아 불신을 받아왔다”며 “특히 지난해 말엔 네이버와 다음이 ‘법령이나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실검 순위에서 특정 검색어를 삭제하거나 노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을 유지해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한 뒤 “삼성이 포털의 누구와 접촉했는지, 이후 포털이 어떤 대응을 했는지, 이 문자메시지 외에 다른 시도는 없었는지 등이 명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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