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의 결심 공판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특검이 지목하는 그룹 현안과 이재용 부회장 간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방어진을 치고 있다.

이승재 삼성생명 전무는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제40회 공판에서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건과 관련해 “‘윗선의 의지가 강하다’고 말한 사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금융지주회사 전환 건은 특검이 이 부회장의 부정청탁 사항으로 지목하는 삼성 현안 중 하나다.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민중의소리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민중의소리

이 전무가 ‘윗분들의 추진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말한 사실은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의 증언으로 확인됐다. 손 국장은 2016년 3월 중순 금융위의 반대 의견, 보험업법 위반 소지 등의 문제가 있음에도 삼성그룹이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이유를 묻자 이 전무가 이같이 답했다고 밝혔다.

금융위 금융제도팀 실무자들이 2016년 3월13일 작성해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에게 보고한 문건엔 ‘이재용 부회장이 강력한 추진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당시 해당업무를 담당한 사무관과 팀장이 손 국장으로부터 관련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작성한 문건이다.

이 전무는 이날 법정에서 “손 국장 측에서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혹시 윗선의 의지가 강해서가 아니냐’는 그런 말이 나왔을 것 같다”며 “내가 ‘그럴 수 있을 것’이라 말했을 수 있었을 것 같다”고 추정했다.

이 전무는 이어 금융지주회사 건이 ‘삼성생명’과 관련된 있다는 점에서 “삼성생명의 김창수 사장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밝혔다. ‘윗선’을 언급했다면 이재용 부회장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양재식 특검보는 “증인의 보고 채널은 임영빈 (미래전략실) 금융일류화팀장과 최지성 미전실 실장이다. 윗선이라는 건 두 사람이거나 그 둘의 윗선이겠지 삼성 사장이라고 생각을 했단 것이냐”고 반박했다. 이 전무는 “금융지주전환은 삼성생명에서 추진했다”면서 “나도 삼성생명 직원이고, 김창수 사장은 소속사 사장이기에 금융지주 관련해 내 상사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삼성 현안-총수 일가 지배력 강화’ 관계에 "관련없다"

이날 증인들은 그룹 현안과 총수 일가 지배력 강화 문제 간에도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을 일관했다.

이 전무에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손관설 삼성생명 상무는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추가 자금 투입없이 총수 일가 지배력이 늘어난다”는 특검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손 상무는 당초 금융위에 전달한 삼성 측 계획안을 “금융위 실무자가 물어봐 이해의 편의를 위해 가정한 것이지 실제 추진한다고 밝힌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전무 또한 “하나의 예시로써 설명한 것”이라 일축했다.

당시 손 상무로부터 설명을 들은 김아무개 금융위 팀장은 삼성 측이 건넨 문건에 ‘이건희 현물 출자 20→40’, ‘계열사 출자 19→10’ 이라고 자필로 기재했다. ‘20→40’ 부분은 삼성생명을 지주회사와 생명보험 자회사로 쪼갤 시, 이건희 회장이 가진 삼성생명 지분 20%를 금융지주에 현물출자해 신주로 받으면 신설 지주회사에 대한 이 회장의 지분이 40%로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될 시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지분은 19%에서 10%로 줄어든다.

또다른 자필 메모에 대해서도 삼성 측 증인들은 “먼저 말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생명 7.2’, ‘물산 4.0’과 이 둘 간의 차이인 ‘3.2’ 그리고 화살표로 ‘1.6’이 적힌 메모와 관련해서다. 삼성 측이 금융위원회에 설명한 전환 계획안으로 지목되는 내용이다.

삼성 계열사가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분할되면 비금융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어 지분 매각 방법을 논의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삼성생명이 7.2%에서 4.0%와의 차이인 3.2%를 매각하거나,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1.6%를 매입하면 최대 주주 문제가 해결된다는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손 상무는 “저희가 저 부분에 대해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어서 말할 이유가 없다”며 ‘금융위 관계자가 먼저 물어본 것 같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 전무도 동일한 취지로 답했다.

한편 같은 시각, 이수형 전 미전실 기획팀장(부사장)은 뇌물 수수 혐의자인 파면 대통령 박근혜씨 등의 공판 증인으로 출석해 2015년 4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5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고려한 데 대해 ‘경영권 승계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전 팀장은 특검이 ‘경영권 승계 작업’을 추진·결저한 배후로 미전실을 특정하는 것에 대해 “(미전실은) 한 계열사가 독자적으로 처리하기 어렵거나 여러 회사 간 이해관계가 걸려있으면 그걸 조정하고 조율하는 기구”라면서 “일방적으로 미전실이 (계열사에) 지시하는 구조라기 보다는 기본적으로 각 계열사 임원이 결정한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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