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언론개혁에 ‘방송장악’ 프레임으로 맞선 자유한국당이 언론개혁사령탑인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낙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효성 후보자의 ‘KT스카이라이프 시청자 위원 결격사유’ ‘다운계약서 작성 통한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추가 위장전입’ ‘병역비리’ ‘자녀 미국 국적 문제’ ‘논문 표절’ 등 10대 의혹을 제기했다.

18일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효성 후보자야말로 절대 부적격의 끝판왕”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정한 5대 비리 요건에 모두 해당하는 영광스러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5대 비리 전관왕”이라고 주장했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 연합뉴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의 ‘10대 의혹’ 프레임에는 과장된 것이 다수지만 후보자가 명확히 해명을 하지 못하면 문제가 되는 사안도 적지 않다.

특히 개포동 아파트가 뇌관이다.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4일 이 후보자가 아내 명의로 구입한 개포동 아파트가 ‘투기용’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효성 후보자는 “실제 거주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2000년 개포동에 부인 명의로 아파트를 구입한 이후 2008년 가양동에서 이곳으로 이사해 2011년까지 생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은권 의원은 이 후보자가 거주한 2008~2011년 사이 전기·수도 사용량이 ‘0’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토대로 ‘투기용’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이 후보자는 차량등록 기록, 당시 관리비 및 도시가스비 출금기록을 제출하며 “개포동과 가양동을 오가며 실제 거주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은권 의원은 17일 ‘도시가스 사용량’도 0인 경우가 많다며 ‘거짓해명’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의혹이 사실일 경우 ‘위장전입’은 물론 ‘부동산 투기’까지 겹치게 된다. 개포동 위장전입 의혹은 후보자가 앞서 공개한 자녀 입시를 위한 목동 위장전입과 달리 문재인 정부의 인사기준인 ‘2005년 이후 위장전입자 원천배제’에 해당돼 치명적일 수 있다.

앞서 민경욱 의원은 개포동 아파트 구입 당시 이 후보자가 ‘다운계약서’를 제출해 세금을 탈루한 사실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원칙에 어긋나는 관행을 무비판적으로 따라 간 것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군 복무 기간 동안 대학원 수업을 수강했다는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자유한국당이 이 후보자가 군 방위병 복무 시절 휴학을 하지 않고 박사과정 수업을 수강한 것을 ‘병역비리’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실상은 ‘병역비리’보다는 ‘꼼수’로 볼 수 있는데 “상관의 허락을 받아 야간에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다”는 이 후보자측 해명과 달리 자유한국당은 당시 낮시간 수업을 수강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추가 해명이 필요하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연합뉴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이 후보자의 ‘정책 방향성’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국회 서면 답변서 및 기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해직 언론인 복직 △종편 특혜 개선 △지나친 보도 편향성에 대한 감독기관으로서 역할 수행 등의 입장을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이 같은 시도를 ‘언론장악’으로 규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자료에 지명 후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종편 4개가 많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선정 당시에 4개 선정이 많았고 현실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는 상황을 설명한 것”이라며 “채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과 달리 국민의당과 정의당에서는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거나 사퇴를 촉구하는 등 강력한 반발이 나오지 않고 있다. 두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을 견제하는 야당이면서도 ‘언론개혁 공조’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에 ‘결정타’가 나오지 않는 한 자유한국당과 달리 ‘정책 청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의석으로만 보면 미방위 내 자유한국당은 소수지만 자유한국당 소속 신상진 의원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이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의 반발만으로도 청문 보고서 채택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효성 후보자 청문회 증인채택 과정에서도 여당은 공영방송 이사회 및 전현직 간부를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으나 자유한국당이 포털 출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 증인 채택을 요구하며 맞불을 놓은 끝에 결국 ‘증인 없는 청문회’로 결정되기도 했다. 미방위원장을 갖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18일 오후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추천 허욱 상임위원, 국민의당 추천 표철수 상임위원 추천안을 의결했다. 이효성 후보자가 청문절차 후 임명되면 이달 말 개점휴업 상태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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