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녀들을 전시 성노예로 삼은 일본의 군 위안부 제도. 피해자들의 가슴 속에만 묻혀있던 ‘반세기의 침묵’을 깨고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의 가장 첨예한 인권 문제로 만들어온 것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였다. 정대협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헤쳐 온 한국의 여성·인권 운동의 총아이자 국제사회에서 일본 군국주의 세력의 팽창을 견제해온 숙적(宿敵)이었다. 미디어오늘은 ‘‘위안부’, 책임지지 않는 일본‘ 기획을 마감하며 17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를 만났다.

윤미향 공동대표는 아베 신조의 특사인 니카이 도시히로(자민당 간사장)의 ‘한 줌의 간계를 꾸미는 일당을 박멸해야 한다’는 망언과 관련 “그런 한마디, 한마디에 국민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 정부가 명확히 항의해야 한다”면서 “역사적 정의를 세우는 문제를 넘어서서 외교관계에서 도의적인 우위성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윤미향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국제사회가 귀를 기울일 것”이라며 “일본 정부와의 관계를 떠나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한국 정부로서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처리해 나갈 것인가라는 총체적인 입장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윤미향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는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구축해가는 데 불가결한 기반”이라고 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얘기했다.

“어려운 숙제라는 게 대화에서 드러났다. 일본 정부의 반응은 예상된 것이었고. 새롭게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한일합의 무효화를 공약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국가 대 국가의 문제이니 상대가 있다. 무효화 한다는 게, 물론 합의가 잘못됐기 때문에 이 정부가 ‘선언’을 하면 되는 것도 있지만, ‘선언’을 해도 상대가 ‘그래, 좋다. 다시 얘기를 해보자’ 이래야 재협상도 되는 것인데, 그게 참 어려운 길이라는 게 정상 간의 각자 던진 한마디에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 윤미향 공동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윤미향 공동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다른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아쉬움이 있다. 위안부 문제가 정상회담에서의 주(主) 주제는 아니었다고 해도, 새 정부 들어서서 이뤄진 일본과의 첫 회담이었고 일본 측에선 위안부 문제를 얘기할 거라 예상됐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이런 게 기준이다, 원칙이다’라는 걸 담아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국민들의 정서 문제가 아니거든요. 이 문제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 수준이 굉장히 높다. 피해 당사자들도 마찬가지다.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못 받아들이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 피해자들을 배제했다는 것, 그동안 UN 등 국제기구에서 인권침해 피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라고 정해져 있는 수준에도 다다르지 않았다는 것, 강제성도 인정하지 않았고 범죄라는 것도 인정하지 않았고 더군다나 법적 책임도 부정했고, 십억 엔도 배상액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 것이었다는 게 다 드러났잖나. 정서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다 드러난 ‘기본’이라도 우리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피해자들이 거부하고 있다’고 말해줬다면 말이다. 우리 피해자들이 그동안 얼마나 국제사회에서 평화운동과 인권운동가로 높이 자리매김 되어 왔는가. ‘국경없는 기자회’에선 김복동 할머니를 100인의 영웅으로 뽑아서 책자에 실을 정도로, 그렇게 할머니들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서 명확한 방침을, 원칙을 제시해 왔잖나. ‘일본정부가 법적으로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죄하고 배상해야 우리 명예가 회복되는 것이다’ 이렇게 천명해 왔거든요. 그런 발언을 한마디라도 해줬다면 그게 한국 정부 입장이 될 수 있었을 거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입장이란 게 그냥 ‘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게 계속 한국 정부의 입장으로 나오고 있는 거다. 한일 합의를 무효화하고 재협상 하려는 그만큼 일본이 한국 정부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판단으로는 아베 정권 하에서는 빠른 시일 안에 위안부 문제로 일본 정부가 협상테이블에 앉을 리가 없다라고 판단이 된다면, 그럼 이걸 어떤 방식으로 얘기할 것이냐. 적어도 한국정부가 박근혜 정부와 다르게 ‘이것이 해결이다’라는 입장은 천명해야 되는 것 아니냐.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앞으로 이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도. 위안부 문제는 이미 한국과 아시아의 문제를 넘어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문제다. 우리 정부도 알고 있다. 지금도 계속되는 전쟁 속에서, 성폭력 피해에서 우리와 비슷한 그런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들도 ‘이런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굉장히 중요한 국제적인 사례를 남기는 첫 사건이다. 아직 어떤 국가에 의해서, 집단에 의해서 전쟁 시에 저질러진 성폭력 문제에 대해 가해자가 처벌되고 피해자가 법적으로 배상받았다는 그런 사례를 남기지 못했으니까. 우리가 굉장히 막대한 사명을 갖고 있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피해국 정부가 적어도 자국의 국민인 피해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내용들을 문재인 대통령이 짧은 몇 마디라도, 정말 응집할 수 있는 표현들을 했다면 어떨까, 그래야 됐는데…아쉬움이 남는다.”

-향후 일정에선 어떤가?

“앞으로 ‘8.15’를 비롯한 중요한 일정들이 있다. 국제사회가 아베의 담화에도 관심을 갖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국제사회가 굉장히 귀를 기울일 것이다. 집권 이후 ‘5.18’, 현충일 등등 계속해서 국민을 치유하고 과거의 상처와 갈등을 어루만져주는 그런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왔다. ‘8.15’를 어떻게 할 것인가. 적어도 ‘정서적’이라고 하는 낮은 차원의 언어는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정말 피해자들이 26년 동안 해왔던 노력을 문재인 대통령이 봤으면 좋겠다. 그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왜 피해자들이 천억 원이라 해도 법적 배상이 아닌 돈을 받을 수 없다고 해 왔는지. 무엇을 절절하게 요구하고 있는지 말이다. 성폭력 피해자가 왜 법적 배상을 받아야 명예가 회복될 수 있다고 하는 건지. 경제적 지원이 아닌 명예회복이 그만큼 중요한 거다. ‘너희가 스스로 원해서 갔다’, ‘너희가 잘못해서 그런 피해를 입었다’, 오늘날에도 개인을 탓으로 돌리는 논리가 굉장히 많다. 피해자들에게 여전히 2차, 3차 가해가 이뤄지고 있잖나. 제대로 범죄자가 처벌되지 않고 책임이 이행되지 않아서 피해자들이 그런 이중, 삼중의 고통을 현재까지 당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뭘까. 피해자들이 그 답은 명예회복이라고 말하고 있는 거다. ‘8.15’엔 좀 더 높은 차원의 대통령의 입장이 나와야 되지 않을까. 그에 따라 외교부의 정책도 세워지고, 여가부, 교육부의 정책도 세워져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적 책임과 공식사과를 얘기하긴 했다. 물론 정상회담은 아니었다.

“정상회담 때 했어야 했다. 일본 정부가 그동안 해왔던 얘기가 ‘너희가 아무리 해봐라’, ‘그렇게 해봤자 우린 한국 정부와 할 것은 다 한다’라는 거다. ‘투트랙 외교’라는 걸 하고 있잖나. 일본은 그 얘기를 비웃는 거다. ‘우리(일본)가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안해도 결국 한국 정부는 할 거 다 한다’ 그 얘기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위안부 문제를 모든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 경제·문화·국방 모든 걸 다 연결시켜 버리는 불상사를 저질러서 그런 비정상적인 해결이 도출됐다. 할머니들이나 지원 단체들이 그동안 활동을 하면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외교를 해선 안 된다’ 이렇게 요구한 적은 없다. 그건 정말 위험한 일이니까. 그런데 문제는 일본 정부에게 그런 우롱은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니들이 그렇게 해봐’, ‘우린 한국 정부와 할 거 다 할 거야’, 이런 웃음거리가 되면 안 된다. 독일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들의 과거 범죄에 대해 사죄하고 책임을 계속 져 나가고 있듯이, 일본 정부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죄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그래서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본다.

▲ 1991년 8월14일 고 김학순 할머니의 기자회견. 사진출처='Fight for Justice'
▲ 1991년 8월14일 고 김학순 할머니의 기자회견. 사진출처='Fight for Justice'

한국 정부가 해야 한다. 지금은 계속 한국 측에서 진상규명을 하고 있지만 일본이 당시 기록하고 소장해 온 모든 문서들을 공개하고, 일본군이 직접 위안소를 설치하고 운영하고 관리하고 여성들을 그럴게 모집했다는 것, 이 범죄는 일본군이 ‘관여’한 게 아니라, 이 범죄는 일본군이 주체라는 것. 그 전적인 책임을 인정하게 하는 노력들, 진상규명 노력과 해외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유네스코 등재 절차까지 정부가 힘써야 하지 않나. 그리고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가장 큰 숙제는 10억엔을 어떻게 반환해야 할 것인가다. 일본 정부가 국제개발원조기금에서 화해치유재단으로 출연금을 냈기 때문에 우리도 그런 방식으로 하면 된다. 국제원조기금에서 전달하는 방식으로.”

-‘10억 엔’으로 한국이 너무 많이 잃은 것 같다.

“‘10억 엔’은 한국 정부가 저지른 거다. 화해치유재단이 그중에 3분의 1은 쓴 거 같은데, 경상비를 포함해서다. 임대료, 직원 인건비, 그것도 사실은 너무 부끄러운 거다. 일본 정부의 돈을 받아서, 그 재단의 인건비·운영비를 지급하는, 그 자체가 너무 화가 난다. 정부가 채워서 돌려줘야 한다. 그 의미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미 그 합의는 잘못된다는 게 한국 사회에서 합의 됐잖나. 그 돈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받게 된 피해자나 가족들도, 정부에서 재원을 마련해서 반환하게 되면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약간의 명예회복이 된다. 일본 정부가 ‘배상이 아니다’, ‘강제연행 아니다’, 그런 얘기를 계속 하면서, 본인들이 받은 돈이 강제연행을 부정하고 배상이 아니라는 전제조건으로 받았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의 상처가 되고 당사자들 사이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걸 받게 하기 위해 별의별 협박, 회유, 거짓이 동원됐다. 그리고 끝까지 거부하고 계신 할머니들도, 일본의 태도로 볼 때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해결을 담아서 배상하긴 빠른 시일 내에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할머니들 살아계실 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노력하겠다고 얘기했잖나. 그렇다면 할머니들 살아계실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한일 합의 무효화를 위해 정의기억재단이 만들어졌는데, 8월15일부터 11월25일까지 약 100일 동안, 100만 명이 천원을 내면 10억이 되요, 재단이 모아둔 것과 함께 피해자들에게 한국의 100만 시민이 주는 인권상을 수상할 계획이다. 상패도 100만 명 이름으로 만들려고 한다. 가해국으로부터 오는 해방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우리 시민들의 힘으로 할머니들께 해방을 안겨드린다. 그 해방은 명예회복이다. 가해국으로부터의 해방은 우리가 끝까지 범죄를 추궁하고 법적 책임 이행을 추궁해서 받아내겠다. 시간이 얼마가 지나더라도 잊지 않고 하겠다라는 약속을 할머니들께 만들어드려야겠다. 세계여성폭력 추방의 날인 11월 25일에 하려고 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전략에 대해 말한다면?

“전략이 아직 안 나오고 있다. 그래서 ‘왜?’,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고. 지금이 7월 중순이다. 지금쯤이면 피해자들도 좀 만나야 하는데, ‘퍼포먼스’로 만나는 게 아니라,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소외되고 상처받았던 할머니들이 이 문제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통령이 피해자들을 만나서 ‘대통령이 이렇게 하겠다’라는 의지만 전달해줘도 상당히 치유가 될 거다. 만나기만 해도 말이다. 물론 여성가족부 장관이 나눔의 집을 방문했지만 그래도 피해자들은 대통령이 우리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걸 확인하고 싶어한다. ‘내가 죽더라도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이 될 것인가’ 하는 그런 확신을 갖고 싶어하신다. 우선 그런 게 보이지가 않는다.

외교부는 위안부 합의 과정을 검증하겠다고 얘기하지만, 그럼 시간이 또 걸린다. 그 검증이 금방 끝나지 않을 거다. 당시에 법적 책임이 어떻게 됐는가부터, 일본국가의 책임이 왜 ‘군의 관여’로 바뀌었는지, ‘소녀상 철거’가 왜 들어갔는지, 왜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매듭짓는다고 했는지 등등 이 모든 합의문구 하나하나가 그 과정에서 왜 이렇게 됐는지를 봐야 한다. 진상조사하고 검증 다 하고 입장을 밝힐 것인가. 그런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엔 분명히 입장을 냈다. 그런데 집권 이후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거다. 새 정부가 ‘8.15’ 전에는 내겠지, 모든 국민과 피해자가 기대하고 있다고 본다. 일본 정부를 떠나서, 일본 정부와의 관계를 떠나서, 한국 정부로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한국 정부로서, 더군다나 가장 치열하게 싸웠던 피해자를 두고 있는 한국의 정부로서, 그럼 앞으로 우리 정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처리해 나갈 것이다, 그걸 외교관계에서는, 국제관계 속에서는 또 피해자 지원사업에서는, 또 진상규명과 기념사업속에선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총체적인 입장이 나와야 하지 않겠나. 아직 안나오고 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나눔의 집을 방문해 “외교는 상호관계이기 때문에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는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외교관계가 그만큼 어려운 거다. 26년 동안, 시민운동이지만 국제관계 속에서 일했기 때문에 우린 안다. 외교관계란 그렇게 쉽게 ‘이렇게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상대가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할머니들도, 지원단체도 막무가내로 하지 않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소통 과정 있어야 한다. 소통의 과정 속에서 사실은 치유가 일어날 수 있다. 정현백 장관이 나눔의 집을 찾아가서 할머니들이 좀 위로를 받으신 것 같다. 일단은 정부가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려면 어떤 것이어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국민이 (위안부 합의를)정서적으로 못 받아들인다’ 이건 입장이 아니거든요.”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과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양국의 다른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이 발언에 대해서는?

“일본정부에 할 말을 하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할일이 너무 많은데, 위안부 문제만 꺼내면 일본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진다는 사정도 있을 거다. 그런데 ‘걸림돌이 되선 안된다’? 이런 발언은 박근혜 정부의 발언과 똑같은 거다. ‘위안부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은 굉장히 위험하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인식이 걸림돌이다’라고 얘기해줘야 된다. 국제사회에도, 국민들에게도 그렇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그런 방식이, 계속 망언을 해대고, 그런 일본 정부의 인식이 걸림돌이 된다고 대통령은 적어도 그렇게 말해야 된다고 봐요. 위안부 문제가 걸림돌이라면 피해자들이 걸림돌이라는 얘기다. 마음은 안 그렇다는 건 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설마…”

-대통령의 공식발언이라는 점에선 중요한 문제다.

“그렇다. 우린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거다. 왜냐하면 합의 이후 2년, 그 아픈 세월을 거쳐왔기 때문에, 굉장히 조바심 내면서도 우리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 보통 때 같으면 그런 발언이 나오면 벌써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을 거다. 그런데, 그럼에도 촛불이 세운 정부이고, 한일 합의 무효화를 내세웠던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다.”

▲ 24주년 수요집회에서 발언중인 윤미향 대표
▲ 24주년 수요집회에서 발언중인 윤미향 대표

-아베 총리의 특사(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가 내놨던 발언(‘한 줌의 간계를 꾸미는 일당을 박멸해야 한다’)으로 시끄러웠다. 일본 정부도, 언론도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합의 이행’을 촉구했는데, 이런 행보를 어떻게 보나?

“그러니까 꼭 검증해야 한다. 한일 합의가 체결될 때 도대체 어떤 굴욕적인 모습을 보였는지. 우리가 피해국이기 때문에, 더군다나 국제사회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합의가 나올 상황이 아니었다. 피해자들의 노력으로 국제사회까지 일으켜 세웠다. 그러니 한일 합의 과정에서도 우리가 이렇게, 이렇게 해 달라 할 필요가 없었던 거다. 그런데 합의 내용을 보면 일본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거다. 그 과정을 검증해야 한다. 도대체 왜 전적으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피해자의 요구를 배제한 합의를 체결할 수밖에 없었는가. 한국 정부가 뭔가 일본 정부에 약점을 잡힌 게 아닌가. 아베 특사라고 온 자가 어떻게 ‘간계를 꾸민다’는 용어를 쓰나. 합의 직후에 아베도 마찬가지였다.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서신을 보낼 의향을 묻자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자체가 역사적 정의를 세우는 문제를 넘어서서 기본적으로 외교관계에 있어서도 도의적인 우위성을 좀 세웠으면 좋겠다. 그런 한마디, 한마디에 국민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선 명확히 항의도 해야 하는데, 정부가 항의도 안하잖나. NGO들만 성명을 내고. 민주당도, 추미애 대표가 특사를 만났을 때 발언을 했는데, 엄중한 질책이라든가, 왜 그런 자를 특사로 보냈는지 문제제기를 하는 부분이 없다. 아베 특사란 자는 뭔가 한일 관계를 풀러 온 사람 같지 않았다. 한일 관계를 풀러 온 거라면 그렇게 할 수 없죠. 그냥 일본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러 온 것 같다. 한일 합의 이전까지는 일본 정부가 책임을 다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합의 이후엔 거꾸로 한국 정부가 채무자가 되서 합의 이행을 종용당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어떤 방법으로든 10억엔을 빨리 돌려줘야 한다고 본다.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일본 정부를 향해서도 당당하게 외교를 해야 한다.”


연재순서

⑨ 피해자 회유·협박, 국민기금의 기만책 따라하는 화해치유재단

⑧-2 세계 각지에 세워지는 위안부 기림비와 소녀상

⑧ 고노담화, 진전 있었지만 민간업자에 책임 떠넘겨

⑦ 영웅이 된 가토 다쓰야…박근혜, 아베 정권에 덜미 잡혔나?

⑥-2 10년 노력으로 채택된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⑥“부녀는 동족의 아픈 역사를 헐값에 팔아넘긴 것”

⑤ 위안부는 합법적 매춘부라는 정치인들의 집합소, 아베 내각

④-2 김혜원 선생이 말하는 정대협 1세대 활동가들

③-2 슬프지만 슬프지 않게, 화나지만 화난 표정이 아닌

③“부러진 뼈는 신경쓰지 않고 성병검진만 했다”

②-2 “혼자 울 때 불어온 바람이, 위안부의 원혼으로 느껴졌다”

② 위안부로 끌려간 열일곱살 박영심의 기록

①-2“사냥감은 13세, 14세의 소녀들이었다”

① 한 노(老)교수의 기획기사가 세계를 뒤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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