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말 채널A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 언론계 화제를 모았다. 익명의 채널A 기자는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 기자는 “제대로 된 진단을 내려 합리적인 개선책을 내야 하는데 하루 뒤쳐졌다고 이렇게 바꿔보고 저렇게 바꿔보고. 그래서 무슨 성과가 났나”라고 되물으며 간부들의 근시안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채널A 기자는 “영상이나 그림 좋은 기사만 찾으니 내용은 지엽적이고 뉴스 가치는 자꾸 바닥을 헤맨다. 뭐가 중요한지 안 중요한지 판단이 안 선다”라고 비판한 뒤 “타 종편 대비 인원도 제일 적은데 갈수록 희한한 업무 부담 탓에 노동 강도는 갈수록 올라가고 취재 의욕은 급격히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이 기자는 “자기 손으로 방송 기사가 만들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해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책상에 앉아 여러 품평을 내뱉고 일방적인 지시 하달하는 거. 보기 역겹다. 신문만 만들다가 방송 잠깐 기웃대보고 이래라 저래라. 존경심이 들겠나”라고 되물으며 채널A 보도본부의 결정권자에 있는 신문 출신 간부들을 비판했다.

▲ 채널A 로고.
▲ 채널A 로고.
이 기자는 “JTBC 이야기들 많이 하는데 우리 회사엔 손석희가 없다. 우리 메인 앵커가 JTBC가면 뉴스룸 시청률 1% 나온다. 반대로 손석희가 채널A 오면 우리 종합뉴스가 5% 나올 것”라고 전하며 “하루 이틀 못 참고 이래봐라 저래봐라. 갈피 못 잡는 고위층은 책임지고 옷 벗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글은 채널A 평기자들 다수의 공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채널A는 올해 ‘이노베이션’ TF를 통해 경쟁력 강화방안을 논의하며 지상파 출신의 유명아나운서 외부영입을 통한 메인뉴스 이미지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윗선의 반대로 여러 안들이 가로막혀 내부에선 허탈감이 높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채널A의 경우 신입·경력 기자를 채용해도 얼마 안 가 뽑은 만큼 빠져나가고 있다는 게 기자들의 전언이다. 최근에는 주5일 근무제 정착을 위한 노력과 함께 뉴스편성시간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지만 채널A는 TV조선과 함께 시청률과 영향력 등에서 꼴찌를 다투고 있다. 

채널A의 또 다른 기자는 “채널A가 싫어 타 방송사로 이직한 기자들 중 후회하고 있는 기자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다시 (채널A로) 돌아올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답답한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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