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 효과가 입증됐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영화 ‘옥자’ 공개 직후인 7월3일부터 9일까지 넷플릭스 주간 접속자는 안드로이드 앱 기준 20만2587명으로 전주(9만7922명) 대비 2배 가량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넷플릭스와 셋톱박스 제휴를 맺고 있는 케이블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딜라이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옥자’와 관련한 셋톱박스 구매 문의가 늘었다.

‘옥자’는 봉준호 감독이 제작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다.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를 비롯해 다른 플랫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체제작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를 확보해왔다. 최근 국내 3대 멀티플렉스에서 ‘옥자’ 개봉이 무산된 점이 넷플릭스 플랫폼 입장에서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 영화 '옥자' 포스터.
▲ 영화 '옥자' 포스터.

다만, 정확한 추이를 확인하게 위해서는 이들 이용자가 1달 무료회원에 그치지 않고 유료회원으로 전환하는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와이즈앱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 목적에 맞게 이용자가 늘었다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다만 추후 이용자가 빠져나갈 수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수익 배분 몫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IPTV3사와 제휴에 실패한 데다 현지에 맞는 콘텐츠 수급에도 실패하면서 ‘찻잔 속 태풍’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국 OTT(Over the top, 인터넷동영상서비스)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점도 성공하기 힘든 요인으로 작용했다.

넷플릭스는 이후 전략을 수정해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연달아 추진하면서 ‘반등’을 노리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는 tvN드라마 ‘시그널’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를 영입해 ‘킹덤’을 제작하고 있다. ‘옥자’의 흥행이 ‘킹덤’의 흥행으로 이어지고, 지속적으로 국내용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이어진다면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암 SK브로드밴드 전무는 지난 4월 한국방송학회 학술대회에서 “미국 넷플릭스 이용자 다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고 싶기 때문에 가입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면서 “지금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비중은 아주 작지만 최근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무는 “드라마 제작의 핵심 역량은 작가인데, 한국 콘텐츠 제작시스템에서 작가는 혹사당하고 10회짜리 콘텐츠를 16~20회로 늘려야 해 만족도도 높지 않다”면서 “반면 넷플릭스는 8부작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고 지상파의 3배에 달하는 회당 15억 원씩 제작비를 투자해 작가와 제작사가 넷플릭스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 사업자들은 공세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푹TV(지상파)와 티빙(CJ E&M)은 실시간 채널을 무료로 전환해 이용자를 유치하고 있다. 유력 방송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통신3사의 모바일 IPTV는 MCN 콘텐츠나 스포츠 콘텐츠를 수급하며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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