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 69주년 제헌절이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원리와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하는 근간을 이루는 법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지난 69년 동안 9차례 개정되었다. 개헌을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또는 국회가 개헌안을 발의하고, 이를 20일간 공고한 후, 60일 안에 국회에서 의결해야 한다. 국회 의결 후에도 30일 안에 국민투표를 실시해야만 개헌이 가능하다.

헌법을 권력유지와 연장을 위해 악용해 온 역사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개헌은 행정수반의 권력 유지나 연장을 위한 꼼수로서 개정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첫 번째 개헌부터 문제였다. 1차 개헌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권력연장을 위한 ‘발췌개헌’이었으며 심지어 이때는 한국전쟁 중이었다. 2차 개헌도 초대 대통령에 대해 3선 연임 제한을 철폐하는 개헌안이었다. 특히 이때 개헌은 개헌선인 2/3에서 1표가 부족했으나 사사오입이라는 억지 논리로 부결이 가결로 정정되었다. 이로 인해 2차 개헌을 흔히 ‘사사오입 개헌’ 이라고 부른다.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헌법을 권력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 6차 개헌은 3선 연임제한을 없애기 위한 개헌이었다. 당시 여당은 야당의 참석을 막기 위해 새벽 2시 30분 국회 제3별관에서 개헌안을 기습 통과시켰다.

더 큰 문제는 유신헌법이라고 불리는 7차 개헌이었다.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한 대통령 간선제와 중임제한을 폐지한 헌법, 국회해산권과 추천권 등을 통한 국회 유명뮤실화, 긴급조치권을 통한 초법적 대통령의 권한 확대는 헌법정신을 크게 훼손시켰다.

헌법을 수호하고 시민의 힘을 보여준 역사

그러나 개헌이 꼭 독재자들의 수단으로만 악용되어 온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4.19혁명 이후 3차 개헌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의원내각제 변경, 헌법재판소와 지방자치제를 새롭게 정립했다. 이어진 4차 개헌은 3.15 부정선거 반민주행위자, 부정축재자를 소급하여 처벌하기 위한 개헌이었다.

특히 현행 헌법을 만든 9차 개헌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물이다. ‘호헌철폐’와 ‘독재타도’의 당시 시민들의 외침은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를 골자로 한 현행 헌법의 6공화국을 탄생시켰다. 또한 국회 국정감사권을 부활시켜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졌으며, 기본권을 확대하는 등의 성과도 있었다.

촛불. 이제는 시민 참여를 통한 개헌의 역사를 쓸 차례!

87년 헌법 개정 이후 지난 30여 년간 10차 개헌에 관한 논의는 끊임없이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여전히 개헌을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덮고자 임기 내내 반대했던 개헌을 갑작스럽게 들고 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 현 시점에서 시민 참여를 통한 민주적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워왔고, 오늘(17일) 정세균 국회의장 역시 "개헌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 국민적 요구이며 정치권의 의무"라며 개헌이 시대적 과제임을 밝혔다.

실제 국회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개헌특위는 2018년 2월까지 개헌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개헌특위는 이원집정부제, 4년중임제 등 다양한 권력구조 개편 외에도 지방분권 강화, 기본권 보장, 고위공직자비리수차처(공수처) 신설, 5.18 정신 포함 등 다각적 개헌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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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시민참여’이다. 지난 9차례 헌법 개정이 독재자의 권력 유지나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4.19, 6월항쟁으로 시민들로부터 추동되었으나 정작 내용적 측면에서는 시민 참여가 배제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박근혜 탄핵과 평화적 정권교체를 만들어낸 시민들의 촛불의 최종 종착점을 개헌으로 보고 있는 시각도 있다. 시민사회 역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추첨민회네트워크, 대화문화아카데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흥사단, 바꿈세상을바꾸는꿈(바꿈) 등 여러 단체에서 다양한 개헌논의를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개헌과는 다르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민주주의 발전은 시민참여 개헌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위키와 찬반 기능을 바탕으로 한 ‘플랫폼’의 등장은 시민참여 개헌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주었다. 대표적인 예가 빠띠의 ‘우주당’이다. ‘우주당’은 ‘우리가 주인이당’의 약자로 더 이상 정당 중심, 특정 인물 중심의 정치만 존재하지 않도록 더 쉽고 재미있고 실용적인 우리의 정치를 할 수 있는 프로젝트 정당이다. 여기에 바꿈은 ‘함께 그리는 대한민국’ 이라는 이름으로 개헌 프로젝트를 열었다.(http://wouldyouparty.org/p/rebootkorea) 이들의 목표는 앞서 말한 시민참여형 개헌. 즉 누구나 개헌논의에 참여해 시민이 쓰는 헌법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개헌이 예정대로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이루어진다고 가정하면, 국회 의결은 최소 한 달 전인 5월에는 이루어져야 한다. 그보다 앞서 대통령의 공고 기간까지 생각한다면 내년 초에는 개헌안이 발의되어야 한다. ‘촛불’로 보여준 시민참여의 힘이 개헌이라는 구체적 결과물로 이루어질 지는 여전히 미지수이지만, 기존의 전문가, 국회 중심의 개헌 논의와는 전혀 다른 시민참여 개헌 논의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관심과 주목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http://change2020.org/) 에서 이와 관련한 카드뉴스를 미디어오늘에 보내왔습니다. 바꿈은 사회진보의제들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고 시민단체들 사이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2015년 7월에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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