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7일 정부가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3개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방침을 정한 이후 조선일보 1면에 실린 기사 제목들이다. 조선일보는 6월28일부터 7월17일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1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다. 1면에 실린 기사만 추린 것이니 관련 기사와 사설, 칼럼까지 합치면 비중은 훨씬 늘어난다.
전국의 50여 개 대학 417명 교수들의 ‘탈원전 선언 반대 성명’ 기사가 대표적이다. 성명에 참여한 417명 교수 가운데 절반 정도는 원전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이해관계자들이다. 성명을 주도한 것 역시 전국의 원자력 공학과 교수들이다. 원전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이들이 상당수 포함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조선일보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오히려 ‘한국을 세계적 원전 강국으로 이끈 전문가들’이라는 표현으로 이들의 전문성을 강조했다.
원자력 업계 지원을 받는 교수들의 ‘탈원전’ ‘탈핵’ 비난을 균형 있는 비판으로 볼 수 있을까. 환경운동단체들은 이들을 향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돈을 받아 원전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은 이들의 일방적 주장을 전문가의 목소리로 둔갑시켜 비중 있게 보도한다. “원자력 산업의 이익을 공유하던 세력이 그들에게 주어진 이익의 축소를 우려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다”(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는 비판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의 ‘탈원전 비난’ 기사를 곱게 볼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이들 역시 원전과 밀접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디어오늘을 통해 보도가 됐지만 일부 언론 역시 원전업계와 광고·협찬 등을 매개로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이해관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이 국회 산업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한국수력원자력 광고홍보 예산 현황’(2012년~2016년 9월)을 분석한 결과에 이런 내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조선·동아일보 등은 원자력문화재단으로부터 한 번에 수천만 원의 ‘협찬’을 받고 특집기사부터 인터뷰, 동정기사까지 실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정 기업이나 업체의 후원·협찬을 받고 기사를 쓰는 경우 ‘후원·협찬고지’를 해야 하지만 뉴스타파가 보도한 조선·동아일보 기사에는 이런 고지는 없었다. 원전업계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편파적인 언론’이 언론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공정을 가장한 채 원전업계의 이해를 철저히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언론의 ‘탈원전 비난’ 기사의 이면을 봐야 하는 이유다.